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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서, 예수여! 이 거리로 지난 1년 간 불의한 상황에 항의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미사가 곳곳에서 봉헌돼왔다. 쌍용차 해고 문제, 용산참사 해결 촉구, 강정마을의 평화 기원, 4대강 사업 등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 그리고 콜트콜택 노동자들의 복직 촉구, 송전탑 건설 백지화 등을 기원하는 생명평화미사였다. <지금여기>는 대림 시기를 맞아 구원과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간구하는 기도의 자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 주 평택역 앞 거리 미사를 시작으로 명동 생명평화미사, 대한문 미사, 용산 생명평화미사 그리고 콜트콜텍 현장 미사, 예수회 '불을 놓는 불씨' 를 찾아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많은 기도의 연대가 이뤄지는 길을 모색할 것이다. - 편집자 주 - <미사 일정> - 대한문 미사 (매 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예정) |
11월 28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평택역 앞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평택 성당, 세교동 성당, 팽성 성당이 함께 한 이날 미사를 끝으로 평택대리구 44개 본당의 1차 순회 미사가 마무리됐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는 지난 5월 30일 공동선실현을 위한 사제연대(이하 사제연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당시 사제연대는 두물머리 생명 평화 미사 등을 이끌며 쉽지 않은 여건 가운데 있었다. 그러나 평택에 남아 있는 쌍용차 해고자 가족들은 해고 이후 상처와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 기도와 위로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사제연대는 이에 응답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 미사에는 8월 말 평택대리구 35차 사제평의회를 통해 대리구 차원의 참여가 결정되면서 매주 3, 4개 본당이 함께 해왔다.
▲ 김화태 신부(평택대리구장)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이 날 강론에서 대리구장 김화태 신부는 “우리는 고통 받는 형제들과 함께 하기 위해 조용한 성당이 아닌 이 시끄러운 거리에 모였다”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하느님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나 뿐만 아니라 이웃도 하느님의 작품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절망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도 하느님의 자녀임을 알고 함께 부둥켜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신앙이다”라고 말했다.
신자들의 첫 거리미사, 냉랭한 지역분위기에 온기의 싹을 만들고
김재욱 사제연대 사무국장은 “평택은 정부와 사측 논리가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이라 쌍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왜곡되어 있다”면서 “거리 미사가 처음인 신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분들이 관심을 보이며 냉랭한 지역 분위기에 온기의 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사에 함께 한 쌍용차 해고자 고동민 씨의 아내 이정아 씨는 “쌍용차 문제를 잘 모르셨던 신자 분들이 오셔서 책도 사고 서명도 하고 모금도 해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씨는 “이웃들과 부딪히면서 피해의식이 생겨 낯선 이들을 만나면 ‘저 사람은 쌍용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하고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지금은 각지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와서 우리 현수막 아래에 앉아 미사를 드려주시는 것만 봐도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기석 신부(수원교구)는 “교구 공식적으로 지역 사회에서 벌어진 대사회적인 문제에 참여한 것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복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신부는 이런 교구 안의 결정이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가치 있는 행동’이었다면서 “단 번에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교회가 사람들을 위해 함께 아파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제연대는 12월 3일 회의를 통해 앞으로 미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어갈지 논의할 예정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