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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화 목 한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빛돌
빙공착영(憑空捉影)
憑 : 기댈 빙(心/12)
空 : 빌 공(穴/3)
捉 : 잡을 착(扌/7)
影 : 그림자 영(彡/12)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다는 뜻으로,
허망한 언행 또는 이루어질
가망이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이해조(李海朝)의 신소설 '화(花)의 혈(血)' 후기에 나온다.
이해조는 소설을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허구적인 것'이면서도
'사실에 기초한 거울과도 같은 것'으로 비유하였다.
이 때문에 빙공착영(憑空捉影)은
소설의 허구성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인다.
그러나 빙공착영(憑空捉影)은 원래 중국
후한(後漢)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지은
'한서(漢書)' 교사지(郊祀志)에 나오는
포풍착영(捕風捉影)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붙든다는 뜻으로,
허망한 언행이나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한자성어로는 귀모토각(龜毛兎角)과
누진취영(鏤塵吹影)이 있다.
전자는 거북의 털과 토끼의 뿔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먼지에 글을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거나 이루어질 수 없는 일,
또는 쓸데없는 노력을 가리킨다.
'뒤웅박 차고 바람 잡는다'는 우리말 속담도 같은 뜻이다.
이해조(李海朝, 1869 ~ 1927)
본관은 전주(全州), 필명은 우산거사(牛山居士)·선음자(善飮子)·
하관생(遐觀生)· 석춘자(惜春子)· 신안생(神眼生)· 해관자(解觀子)이고,
호는 동농(東濃)· 이열재(怡悅齋)이고, 경기도 포천 출생이다.
인조의 셋째 아들 인평대군(麟坪大君)의 10대 손이며,
이철용(李哲鎔)의 3남 1녀 중 맏아들이다.
이해조(李海朝)가 지은 신소설로,
1911년 4월 6일부터 6월 21일까지 66회에 걸쳐
매일신보(每日申報)에 연재,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특히 서문과 발문에 작가의 소설에 대한
견해가 첨가되어 있어 문학사적인 의의를 가진다.
즉, 서문에서는 주제의 현실성 및 시대상 반영이라는
현실주의적 문학관을 언급하고 있으며,
발문에서는 '빙공착영(憑空捉影)'이라고 하여
소설의 허구성에 대한 근대문학 최초의 자각을 엿볼 수 있다.
전라남도 장성군에 사는 최호방은 나이 40에
퇴기 춘홍을 얻어 선초와 모란 두 딸을 두었다.
선초는 재색과 천성이 남달리 뛰어날 뿐 아니라
여느 기생과 달리 백년해로할 훌륭한 낭군만 기다리며
절개를 지키고 온갖 유혹과 위협을 뿌리친다.
이 소문을 들은 호색한 이도사는 동학란 평정이라는
구실로 부정하게 삼남(三南) 시찰사가 되어 많은 양민을
동학당으로 몰아 죽이고 부정축재를 한 뒤 장성에 도착한다.
그는 선초의 절개를 꺾기 위하여 아버지 최호방을
동학 관계 혐의로 누명을 씌워 몰아넣는다.
선초는 아버지를 살리려는 효성 때문에 굴복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 시찰에게 몸을 허락하더라도
백년해로를 맹세하도록 한 뒤 계약서까지 요구하는데,
이 시찰이 배반하자 자살한다.
그 뒤 이 시찰은 공금횡령죄로 처벌을 받고 선초의 혼령에
시달리며 액운이 그치지 않게 된다.
이때 언니의 원수를 갚으려는 동생 모란이 나타나
만인 앞에서 죄과를 폭로하여 그를 몰락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기생 선초의 효와 정절을
일차적인 주제로 내세우고,
여기에 동학란을 전후한 시기의 부패한 관료들의 이면상을
이 시찰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폭로한 것이다.
이 작품은 효와 열의 강조와 악인의 징계 등
다른 신소설들에 비하여 특별히 참신한 점은 볼 수 없다.
그러나 동학란을 통한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고
작자의 소설관이 드러나 있어 새로운 의식을
보여준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가진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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