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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3장)
*술꾼들 이야기 *
참 고마운 분 이였다.
벌써 내가 해야 할 고민이 돈이나 건달들 동원해서 해결 하는 일이 아님을 알고 계신 듯 했다.
물론 내가 어떤 고민을 말해도 해결 까지는 아니더라도 참고가 될 만한 조언은 해줄 것 같았다.
"형님께서는 매일 이렇게 술을 드세요?"
"그렇다고 봐야제… 세상 돌아 가는거 보믄 답답하기도 하고,
옛날일 생각하믄 인생이 서글퍼지기도 하고…그래도 인자 몸 생각 해야제…
마누라 등살에 인자 술도 줄여야 겄어."
"형님 같은 분도 마누라가 겁납니까?ㅎㅎㅎ"
"ㅎㅎㅎ 마누라 이길 장사 없제…
안 그래도 엊그제 '살살이 서영춘'이 간암으로 죽었잖아…
마누라가 서영춘이 술 많이 먹어서 죽었다고 술좀 그만 마시라고 요새 더 잔소리가 많그만…"
"참 재미있는 분인데 가셨어요.…서영춘 선생님… 후배가 문병을 갔는데
그분은 죽을 때 까지 사람을 웃겼다고 그러네요."
"뭘 어쨌는데?"
"그분이 그랬다네요… '야 임마…니는 인기가 없어서 죽지 못해 사냐? 나는 살지 못해서 죽는다.
이놈아' 그랬다네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죽는 순간 까지 웃으며 그분을 보냈다고 하드만요."
"하기는 대단 했제… 서영춘이 리사이틀 한다! 그라믄 여그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응 께…….
그란디 다른 건 다 외설스럽다고 잡아 가고 했는디
군인들도 서영춘이 하는 거는 재미가 있어서 봐 주는 모양 이드라고…
나이도 좀 먹고 원로라 봐 주는 모양이여…."
"젊은 애들 같이 데모나 선동 같은 거와는 거리가 멀어서 그렇겠죠."
"언젠가 윤복희가 청와대 가가꼬 '여러분' 인가하는 노래 부르다 고생을 많이 했다고 그러 든디…
기자들은 그런 거 몰라?"
'여러분' 이라는 노래는 윤복희의 오빠인 윤항기씨가 작곡 하고 동생인 윤복희가 불러서
서울국제 가요제 에서 대상을 차지한 곡 이였다.
'여러분' 이라는 말에 대한 그 당시 정서는 그렇게 중요 하지 않았다.
여러분의 의미가 고통 받는 다수의 국민을 의미 한다거나 노동자를 대표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윤복희의 무대 매너가 문제 였다.
실제로 청와대에 가수 조영남씨와 초청 되었을 때 가사를 바꿔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한다.
'네가' 또는 '너는' 하는 단어가 대통령 앞에서 부르기는 좀 경망스러워서
다른 말로 가사를 바꿔 줄 것을 요청 했다고 하지만
윤 복희씨가 완강히 거절 했고 대체 단어로 나왔던 '당신' 이라는 말 역시
경망스럽기는 마찬 가지 였다고 한다.
문제는 노래 부르는 도중에 대통령 내외를 향하여 손가락을 까딱대는
그녀의 특유한 무대매너 때문에 일반인 에게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음에도
그 당시 연회장 분위기가 어색하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불경도 보통 불경스러운 행동이 아니었다.
그 이후 서서히 T.V에서 윤복희씨의 모습은 사라지기 시작 했다.
지금 쌍식이 형님은 사건이라면 사건이랄 수 있는 그 윤복희씨 사건을 말하고 있는 것 이였다.
"예.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냥 기자들 끼리 술 먹으면서 나온 이야기라…
실제 인지 어떤지는 저희도 잘 몰라요.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루머는 많아서…"
"그래도 윤 복희 그것이 노래는 신명나게 하는편인디…
군바리 새끼들이 별걸 다 간섭을 해싼께…
그래도 서울에 비하믄 여그는 조용한 편이제…
다들 먹고 살기 바빠논께 그런것 에 관심이 별로 없어…."
그러는 사이에 전어가 큰 접시에 담겨 나왔다. 색이 붉고 접시위에 정리된 모양이 좋았다.
"먹어봐. 이거 다 먹을 때쯤 되믄 전어 구이가 나올텐디
술 많이 먹어도 또 그놈의 구이 나오믄 밥 한 공기는 먹을 수 있을거여.
사시미는 탕(湯)이나 구이가 나오기 전에 먹어야 담백한 맛을 느끼는디
탕이나 구이 하고 같이 먹어블믄 사시미에 손이 안가진께…."
이야기를 하면서 상추와 깻잎에 전어를 싸서 손에 들고
소주를 부어서 또 입에 털어 넣었다.
나도 엉거주춤 회를 상추에 싸서 먹어 봤다. 가을 전어가 맛이 있다는 말을 실감 했다.
좋았다. 사람들이 철따라 음식을 가려서 먹는단 이야기는 어찌 보면 서울 사람들 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말 인지 모른다.
이곳 사람들이 먹고 살기에 바쁘다고는 해도 서울 역시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 사람들은 최소한 바쁜 일상 중 에서도
음식에 대한 여유와 그리고 그 맛을 알고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러는 사이에 여인숙 주인이 들어오는 소리가 문밖부터 소란스럽다.
"쌍식이 왔담서 어딧냐?"
종업원들 에게 물어 보는 모양 이였다.
상추쌈을 입에 물고 있던 쌍식이 형님이 밖을 쳐다보며 큰소리로 불렀다.
"빤스야… 여기다."
별명이 빤스인 모양이다. 별명 치고는 좀 야하다는 생각에 혼자 피식- 웃어 봤다.
"ㅎㅎㅎ 저놈이 이름이 안성기 여…안.성.기… 성기(性器)가 안에 있으믄 그것이 빤스제 뭐여.
좆이 안에 들어가 있으믄 그것이 빤스 아니냐고…
근디 저놈한테 빤스라고 하는 놈은 나밖에 없어…
다른 놈이 그렇게 부르믄 반 죽제…ㅎㅎㅎ."
그때 여인숙 주인이 성큼성큼 내게로 걸어 와서 악수를 청한다.
"기자 양반, 웬일이여. 또 뭐 취재 하러 온 것이여?"
"아닙니다. 그냥 쌍식이 형님 뵈러 놀러 내려 왔습니다. 그간 잘 계셨습니까?"
"우리야 별일 없제… 쌍식이 한테 볼일? 저 작것한테 볼일이 별로 없을건디…."
항상 그랬다는 듯 자기 앞에 있는 소주병의 뚜껑을 열고 자기 잔에 술을 부어 채우며 말을 했다.
쌍식이 형님 친구들의 주법(酒法)은 자기 술을 자기가 채워서 마시는 것 같았다.
"자- 한잔 하드라고, 뭔 일로 내려 왔는지 모르겄는디…
저 작것 하고는 그렇게 친하게 지 낼건 아니그만…쌍식아 한잔 허자."
앉기가 무섭게 자기 잔을 채우고 공중에 손을 들어 올린다.
나도 얼결에 잔을 들어서 건배를 하고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먼저 입을 연건 역시 빤스라는 그 여인숙집 아저씨 였다.
"가만 있어봐이- 나도 안주 한볼테기 하고…"
전어 회를 한뭉큼 집어서 상추와 깻입..그리고 마늘과 된장을 찍어 쌈을 해서 입에 넣는다.
쌍식이 형님과 둘이서는 오랜 동안 막역한 사이로 보였다.
"아그야… 숨좀 쉬고 쳐 먹어라.
아 그래도 앞에 손님이 안 있냐.
니는 평소에 얌전하던 새끼가 어째 나만 보믄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냐.
빤스 니는 나만 보믄 그라고 좋냐?"
"야 이새끼야…좀 다른 사람 있는데서 빤스 빤스 그라지 마라.
니가 그래 논께 전번에 제주로 수학여행 갔던 대학생들이 우리 집에서 자고 나서
고맙다고 편지가 왔는디…
빤스 아저씨 전상서.. 이래 가꼬 고맙다고 편지가 오잖냐.
내가 쪽팔려서 죽것다. 니 땜시…"
"ㅎㅎㅎ 그라믄 니 성을 바꿔 임마. 박성기, 김성기, 이성기… 다 좋은디… 왜 하필 안성기 냐고..
임마 니가 안(安)씨 성(姓) 망신을 혼자 다 하고 있는거여 시방..ㅎㅎㅎ"
대화로 보나 하는 행동으로 봐서 어려서 부터 친했던 사이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사장님 저도 안씨 성을 씁니다. 저는 순흥안씨 충목공파 28세손 입니다."
그 말을 받아서 쌍식이 형님이 재빨리 한마디 한다.
"잘하믄 빤스 니가 손자 되는 수도 있것다.
족보 한번 따져 봐라… 어이 기자 양반, 할베가 손주한티 한잔 사는 것도 괜찮은 것이여…"
빤스라는 여인숙 사장이 손을 흔든다.
첫댓글 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는 아침입니다...... 건강에 유의 하시고 마음만은 해 맑게 열어가세요^^
행복한날되세요.....^^
따끈한 글 개봉 한 느낌..좋은데요...파도사랑님도 맑음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