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행사 때 2K20을 샀습니다.
요새 저녁때, 주말에 약속 나가기 전에 마이커리어 한두게임씩 하는데, 2k20이 전작들에 비해 발전이 없다고 악명이 높지만 확실히 요즘 게임은 진짜 농구하는 느낌이 납니다.
전 예전에 LA에서 살았었지만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둘 다 로스터가 빵빵하기에 제가 플레잉타임을 좀 받고 싶어서 약팀,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의 닉스를 선택했습니다. 슬래셔형 PG를 키우고 있고요. 근데 약팀 에이스의 기분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더불어 초창기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처럼 동료들의 지원이 빈약한 팀 에이스가 얼마나 답답한지 알 것 같습니다.
일단 한참 예전의 농구게임은 확실히 "게임"이란 느낌이 있어서 공략법만 익히고 나면 혼자 맘대로 백점 가까이 넣어서 역전하고 그랬는데, 이젠 아무리 잘해도 그냥 혼자 원맨쇼해서 이기기 힘듭니다. 그리고 "원맨쇼"가 현실적인 수준이 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킹스를 상대로 5점차로 뒤지고 있었는데 제가 골밑슛, 덩크, 덩크, 자유투로 8점을 연속 넣어서 혼자 역전시켰습니다.
근데 포틀랜드의 대미언 릴라드 상대로 4쿼터 막판에 10~15점차 이상 뒤지는 상황에선 제가 아무리 슛을 쏙쏙 넣어도 릴라드가 삘받아서 맞불을 붙히니 따라잡을듯 하다가도 결국 못 따라잡더군요.
그리고 힘들여서 점수차를 벌려놓으면 벤치 나간 사이 다 까먹고, 또 벌려놓으면 또 까먹고 하는 상황에서 약팀 에이스들이 얼마나 답답한지, 그리고 아무리 활약을 해도 연패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게 느껴지더군요. NBA, 더 나아가 프로리그는 다들 너무나 잘해서 아무리 압도적인 선수라도 리그 평균인 선수와 절대적인 실력차가 크지 않다는게 특징인데, 그걸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쉽지만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점수차가 나면 어쩔수 없이 포기하고 스탯이나 챙기게 되거나, "이 경기만은 반드시 승을 챙겨야 돼!"란 경기가 구분이 가더군요.
그리고 사이즈가 깡패란 점을 정말 잘 표현했어요. 제 선수가 198cm에 팔도 긴 포인트가드라 체격의 유리함을 살려서 플레이하는데, CPU가 208cm인 벤 시몬스를 1번으로 넣어버리니 정말 미치겠더군요. 피지컬이 딸리는 상황에서 기동력으로 커버하는 요령도 경기 중 익히게 됐고요.
또한 커리나 어빙같은 선수와 매치업이 되면 경기 내내 피곤해지고, 쿰보같은 선수를 직접 상대하면서 그 사기스러움에 치를 떨게 되더군요.
마지막으로 마이클 조던과 불스의 코치진이 룩 롱리를 왜 그리 답답해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희 팀의 한 빅맨이 있는데 (팬이 있을지 모르니 실명은 생략), 실제 선수는 그렇지 않은데 경기 중 정말 답답한 모습을 보이더군요. 제가 돌파해서 수비를 끌어오면 다른 빅맨은 센스있게 골밑으로 이동해 쉬운 득점 받아먹는데 이 친구는 슛거리도 짧으면서 외곽으로 빠져서 도로아미타불 만들고, 스크린도 필요없는 상황에서 굳이 와서 더블팀 당하게 하고... 게임상이지만 센스 없는 빅맨하고 뛰는게 얼마나 피곤한지 실감이 갔습니다.
사실 이런 것들 (버리는 경기, 센스없는 동료, 혼자 하는 것의 한계, match-up nightmare로 불리는 선수들)은 많은 농구팬들이 잘 아시지만 게임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들이죠. 근데 제가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이 비교적 충실하게 표현됐다는게 신기했습니다.
몇년전 같으면 커리는 3점을 조금 더 잘쏘는 가드, 쿰보는 운동능력이 조금 더 뛰어난 슛없는 빅맨, 벤 시몬스는 PG자리에서 출전하는 조금 빠른 빅맨 정도로 표현됐을 텐데, 3점 두발짝 뒤에서도 자신감 있게 올라가는 커리의 성향이나 스타일, 슛이 없음에도 막기가 정말 어려운 쿰보, 빅맨 사이즈임에도 진짜 가드처럼 움직이는 시몬스를 보거나, 비슷한 개인능력과 기록이면서 한 빅맨은 팀플레이에서 센스가 있게 움직이고, 다른 빅맨은 센스가 없어 맥이 뚝뚝 끊기는 모습을 구현한 걸 보니 정말 신기하고 재밌더군요.
덕분에 그냥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NBA선수로서 경기하는건 어떤지 간접체험을하는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농구게임이 얼마나 발전할 지 기대도 되고요.
첫댓글 와 장신에 팔도 긴 포가면 3점도 안 되고 돌파도 쉽지 않을텐데요. 포스트업 이후 더블팁 유도 후 패스해주거나 스탭백활용해서 슛해야할텐데
그래서 처음엔 거의 잉여였습니다 ㅎㅎㅎ 득점이나 어시를 못 올려서 첫 스탯이 블럭일 정도로 별 쓸모가 없었죠. 근데 말씀대로 포스트업 후 패스 뿌리니 길이 보이더군요. 선수가 느리니까 픽앤롤로 먹여주거나 스크린 활용해 돌파해야되고... 그래도 체급이 깡패인게, 픽 이용해서 수비 따돌리고 골밑에서 공 잡으면 상대팀 꼬꼬마 PG는 막을 수가 없어요. 물론 이렇게 플레이하다보면 정말 쥐어짜는 수준으로 득점이 힘들긴 하지만, "NBA에서 득점은 힘든게 정상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니 진짜 농구하는 느낌 나더군요 ㅎㅎ 이렇게 어렵게 플레이하니 처음 더블더블, 첫 30점, 첫 20-10, 첫 트리플더블, 첫 40점 등 예전 게임같으면 쉽게 도달했을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진짜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고요. 20점 10어시가 의외로 쉽게 나오는게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예전엔 전승하고 그랬는데, 이거는 초반에 7연패하다가 승률 조금씩 끌어올려 플옵 가시권까지 오니 뭔가 "해냈구나" 느낌도 들고요
@maverick45 맞습니다. 커리랑 러브 이후로 무한 3점 때리는 포가 슈가 파포하면 플레이가 단조롭게되는데...잉여 플레이어를 만들어버리면 이게 겜이 빡새져서 연구를 하게 만들더라구요 ㅋㅋ
스포츠게임들은 보통 시리즈를 연속으로하면 같은 게임에 로스터패치 한 느낌인데 한 3시리즈정도 지나고 사면 확 달라진게 보이죠. 가끔가다 1년만에 확 개선되거나 변해서 나오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게임들이 소위 명작이라고 칭송받는거고, 그렇지 못한 게임들이 전작이랑 로스터빼고 똑같다고 욕먹는거구요. 2K시리즈나 더쇼, 매든같이 나올떄마다 전작이랑 똑같다고 욕쳐먹는 게임들도 한 2,3년 전 작품이랑 현재작 비교하면 제법 차이가 납니다. 아 근데 그걸 감안하고 봐도 더쇼 18이랑 19땐 진짜 달라진게 1도 없었습니다ㅡㅡ
제가 사실 농구게임을 10년 넘게 쉬었다가 18 잠깐 하고, 이번에 20하는거라 트렌드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그냥 전반적으로 요새 나오는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 됐더라고요 ㅎㅎ
@maverick45 와 그정도 쉬셨으면 완전 신세계를 경험중이시겠네요ㅋㅋ 엄청 재밋게 하실 수 있을거에요
2k를 계속 사는데 이번 20은 정말 현실감있더군요..특히 릴라드같은 에이스가 한번터지면 답이 없더군요..
별개로 더쇼도 가운데 몰리면 여지없이 맞고, 내야땅볼도 게이지가 잘 못 맞추면 에러가 속출되더군요..
농구가 흐름을 제대로 타면 불붙듯 계속 넣는데 그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게임에서만 할 수 있듯이 수십점을 쉽게 넘는건 아니어서
요즘은 좀 나아졌나요?14때는 열심히 하다보니 너무 일정한 패턴대로 경기가 흘러가서 (오픈때도 특정한 상황에선 슛 안들어가는등) 흥미 떨어졌었는데
최근작은 많이 해보지 못해서 제가 비교하기가 좀 애매합니다 ^^;; 제가 14를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엔 매번 일정한 패턴으로 흘러가진 않은 것 같아요
쿰보는 진짜 사기더군요....
어떻게든 트레이드로 모셔오라고 해도 안되고..
근데 플옵에서 보스턴이 밀워키 이겨줘서 쉽게 우승했네요 ㅋ
쿰보는 진짜 2k에서 원오브어카인드에요 상대하기 너무 힘들어요
마이 커리어 하시다가, 다섯명 전체 조작하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작전 설정 가시면 현재의 각 팀별로 플레이북이 있고 8,90년대 많이 쓰였던 유명한 패턴도 지정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cpu랑 하시다 좀 지겨워지면 온라인 대인전도 추천드려요.
1년내내 하는겜~ 마이리그해보세요
저도 스포츠게임은 2년만에 사는데 다 거기서 거기인듯....전 인터페이스말곤 달라진걸 모르겠던데....어차피 승리는 나의것
저랑 비슷한 면이 많네요. 저도 슬래싱 포인트가드로 뉴욕에서 2년차인데 1년차때 랜들 미첼 라인 진짜 개답답했고 겨우 플옵 올려놨는데 쿰보랑 블레소한테 개털렸구요.. 지금은 갈매기하고 잉그램 영입해서 전체 1위 달리고 있습니다만 르브론하고 쿰보는 징글징글하네요..
싱글은 한두달하다보면 씹어먹게 되서 질려요 2k 꽃은 마커 프로암 오픈톡방에 가셔서 즐겨보세요 리그도하고 신세계
다음 2K21은 어떤 컨텐츠를 내줄지~
로스터 업그레이드냐란 불만이 많지만 조금씩이라도 발전해준다면 바랄 게 없네요ㅎㅎ
미싱 선수들 많이 계약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