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한국 할아버지와 브라만 계급 인도 꼬마 샤니(2): 9월 17일 월요일
목걸이를 건네면서 나는 와이프에게 인도 꼬마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말이라니까. 과자를 받기는 받았는데, 툭하고 옆으로 던져버렸단 말이야.” “어른들한테 교육을 받았나? 한국 사람들이 주는 것을 넙죽넙죽 받지 말라고 말이야.” “글세.” 어쩌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와이프와 나는 재작년 알라바마에서 만난 네팔 청년 라훌과 그의 삼촌 이야기를 하였다. 막 알라바마에 도착해 우리 가족이 라훌에게 톡톡히 신세를 질 때의 일이다. 라훌은 우리나라 안산에서 일하고 있는 자기 삼촌과 인터넷으로 화상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바꿔주었다. 라훌 삼촌은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하였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기억나는 것은 한 가지밖에 없다. “우리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예요. 나를 때리지 않아요. 욕도 하지 않아요.” 나는 이 사람이 자기 조카에게도 이런 말을 할까봐 전전긍긍하였다.
오늘 성경재가 있는 워커힐 밑에서 용산역까지 오는 자동차 안에서도 나는 일행에게 인도인 가족 이야기, 그 중에서도 특히 그 꼬마 이야기를 해주었다. 젊은 여자 구(具)선생이 말했다. “어머, 놀랍네요. 제가 인도에 가봤는데, 거기에서는 구걸이 일상화되어 있더라구요. ‘구걸’이라는 말도 없어요. 구걸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적선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나요? 그러면서 아주 뻔뻔스럽게 손을 내밀던데요?” 내가 말했다. “오늘 한 번 더 도전해 보아야겠어. 오늘은 그 꼬마가 받지 않을까?” 그러자 구선생은 성경재에서 챙겨 넣은 깨강정 꾸러미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운전자 김교수가 말했다. “모 아니면, 도일 꺼예요.” 덥석 받든지, 아니면 더 냉정하게 뿌리칠 것 같다는 말이란다.
깨강정은 꼬마가 먹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맛도 별로 없다. 나는 수퍼에 들어가서 ‘뽀또’를 샀다. 주머니 속의 뽀또를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한 손으로 목걸이, 팔찌 등등을 짐짓 들어보고 가격을 물어보았다. 인도인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지난 주에도 왔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으시겠지?” “아, 그러세요. 그러면 8천원만 내세요.” 주인은 만 원짜리 팔찌를 2천원 깎아주었다. 나는 다시 한참을 망설이는 척하다가 일어섰다. “에이, 다음에 사야겠네.” 일어서는 순간 나는 꼬마와 눈을 맞추는 데에 성공했다. “아기야, 이거 먹어볼래?” 나는 긴장을 숨기면서 꼬마에게 뽀또를 쥐어주었다. 도였다. 모가 아니고 도였다. 아이는 과자를 나에게 던졌다. ‘나에게’ 던진 것이다. 과자는 좌판 위를 날아 내 발 밑에 떨어졌다. 아이 아빠도 당황했다. 아이 아빠가 아이를 나무랐다. 물론 인도 말이었지만 나무라는 것이 분명했다. 이 아이, 왜 이러는 것일까? 아이 아빠가 나무라는 것을 볼 때, 어른들이 아이에게 물건을 함부로 받지 말라고 교육시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가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지요?” 나는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면서 돌아섰다. 약간 당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늘은 ‘김밥천국’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계속)
첫댓글 영태교수님~ 추석 명절에도 재미있는 글 많이 올려주시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게^^
그래 정대표, 추석 잘 쇠게나.
영태 글을 거꾸로 읽어가는 기분도 33 하네... '김밥천국'에서 떡볶이?.. 부럽다. 부러.. 난 여기서 뭐 먹을게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