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요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하는 놀이가 하나 있습니다. 핸드폰을 일부러 식당에 놓아두고 갔다가 1시간 후에 돌아오면 있을까 없을까 내기를 하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핸드폰 분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할 때 가이드가 반드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방은 꼭 앞으로 매세요. 뒤로 매는 순간 내 것이 아닙니다." 메고 있는 것도 강탈해 가는 세상인데 놓아두어도 가져가지 않는 우리나라 문화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의지의 주인이 되고 양심의 노예가 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절도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남의 것을 잘못 가져갔다면 돌려주어야 합니다. 순간의 욕심으로 양심이 눈을 감게 되면 범죄가 되니까요.
청소년기의 작은 범죄를 바로잡지 못하여 나중에 큰 범죄자로 성장하여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늘 도둑과 소도둑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린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양심의 비명 소리가 클수록 대처하지 못할 때 고통은 비례해서 커집니다. 그러니 우린 양심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다. 양심의 소리는 작을지라도 그 소리를 잘못 들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양심은 한자로 良心이라고 씁니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어진 마음"이지요. 우리나라 헌법 19조에도 양심의 자유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법률적 의미는 사상과 신념에 가깝지만 자기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린 독특한 체면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적 평가를 중요시하는 것은 좋은데 실질적 가치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경향은 옳지 않습니다. 체면이 손상되면 전쟁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우리 인생의 중심은 외형적 체면이 아니라 내형적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뒤로 빠져서 비난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앞에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비난은 쉬워도 행동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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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도합 10번 나가보았습니다. 94년에 서유럽과 터키 등을 보름 정도 다녀온 후, 일본, 베트남, 동유럽, 곤명, 장가계, 호주, 대만, 스페인 등등. 유럽 여행시 가이드에게 소매치기 조심하란 말은 들었지만, 내가 참여했던 여행 중에는 단 한 번도 불상사가 없었습니다. 너무 지레 겁먹은 것 아냐?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 들어보면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람도 상당수 됩니다.
그나저나, 소매치기 당해도 좋으니 북유럽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몸이 안 따라주어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시간은 남아 돌고, 돈은 그 정도 지출은 가능하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