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애플TV+의 글로벌 프레스 스크리닝으로 시청했음을 알립니다. 글로벌 프레스를 대상으로 제공된 콘텐츠인 만큼 한글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전체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언어 구성은 부산 사투리 53%, 표준 한국어 5%, 제주도 사투리 2%, 오사카 사투리 25%, 표준 일본어 5%, 영어 10%입니다. 작성자는 내용의 약 75% 정도만 이해한 상태입니다. 또 본 리뷰는 애플TV+의 엠바고 요구에 따라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1. '파친코'를 2화까지 봤을 때 "8시간 짜리 '국제시장'인가"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세대의 삶을 돌아본 '국제시장'이 떠오를 정도로 이 드라마는 할머니 세대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정확히는 일제강점기를 견디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 교포 1세대의 삶이다. 8화까지 다 보고 나서 나는 '파친코'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했다. 이걸 '국제시장'에 비비는 건 '파친코'를 모욕하는 일이다. 아픈 시대에 보편적 삶을 견디며 살아낸 할머니 세대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돌아본다.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으로서 삶의 가치를 찾고 그 안에서 각자의 사연을 존중한다. 표면적으로 이 이야기는 과거 세대인 선자(윤여정)와 현재 세대인 솔로몬(진하)이 중심이지만, 이야기 안에는 동시대를 견뎌낸 모두의 삶이 담겨있다.
2. 이야기의 특성상 플래시백이 자주 등장한다. 어떨 때는 플래시백의 플래시백을 할 정도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되진 않는다. 마치 과거에 거울을 비추며 현재를 돌아보듯 두 시간은 연결고리를 갖는다. 정확히는 1~3화까지는 인물관계를 설정하고 과거의 현재를 설명하는 작업을 한다. 플래시백을 쓰는 흔한 방법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몇 개의 끊어진 고리가 등장한다. 현재의 관계에 대해 과거가 설명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는 시청자의 궁금증을 놓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나는 이 드라마의 여러 부분을 못 알아들은 채 봤다. 일본어 대사는 영어자막으로 꾸역꾸역 이해했고 아예 자막도 없는 영어대사는 전후 상황을 살펴가며 이해했다. 이 때문에 재미가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음 편이 궁금해서 자꾸 보게 만들 정도다. 이건 편집과 촬영이 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의미다.
3. '파친코'에서 가장 '기겁하면서' 본 부분은 미술과 촬영이다. 1910년대와 1930년대, 1989년을 오가는 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의 부산을 재현하는 수준이 살벌하다. 노이즈를 조금 주면서 필름의 질감을 낸 촬영은 미술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실제로 세트만 놓고 본다면 지상파의 대작 시대극 드라마도 할 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여기에 높은 수준의 CG와 독특한 질감의 촬영이 더해지면서 '파친코'만의 독보적인 그림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1989년으로 향하면 이런 질감은 효과를 더한다. 실제로 당시 필름으로 촬영한 드라마나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런 촬영에 세트와 조명이 더해지면서 1989년을 '체험'하게 만든다. '파친코'는 낯설다가 낯익은 시선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고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미술과 촬영, 편집은 개성있고 정교하다.
4. 대중들이 '파친코'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게 되는 대목은 윤여정과 이민호의 출연일거라 생각한다.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연기를 펼친다. '마니라'의 '순자'와 큰 틀에서는 통하지만, 조금 다른 맥락의 할머니를 연기한다('파친코'에서는 이름이 또 '선자'다). 이민호의 연기에 대해서는 다소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처음에는 "어, 약간 구준표"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뒤에 가면 이 배우의 연기력이 마음껏 드러난다. 아무래도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쓴 대사라 그런지 입에 잘 붙는 느낌은 아니다. 이는 이민호의 대사뿐 아니라 몇몇 배우의 대사에서도 드러난다. 이 밖에 한국말을 쓰는 몇몇 인물의 대사가 한국 시청자에게는 편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약간 꽈찌쭈 느낌). 다만 그 면면을 따져보면 대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재일교포 2·3세라던지, 한국말을 쓰는 일본 순사라던지).
5. '파친코'에서 최고의 발견은 젊은 선자를 연기한 김민하 배우다.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도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충격이 있다. 작품을 본 게 없어서 큰 기대를 안 한 배우인데 정말 충격적으로 연기를 잘한다. 이 정도 충격은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을 처음 봤을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부산 사투리가 다소 억세다는 인상을 받지만, 100년전 부산 사투리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잡한 감정들도 바로 시청자에게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표정과 대사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고도의 훈련이 된 배우다. 말 그대로 '잘 배운' 배우이며 배운 것을 두려움없이 표현해낸다. 1995년생인 이 배우는 여지껏 웹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지상파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나왔다. 이 보석같은 배우가 왜 아직 세상에 안 알려졌는지 모르겠다.
6. 결론: 이게 얼마나 잘 될 지는 모르겠다. 만약 이 드라마가 잘 된다면 윤여정이나 김민하는 에미상이나 SAG어워드에서 트로피 하나 챙겨올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애플TV+ 가입해야겠다.
추신1) 오프닝 크레딧이 매력적이다. 8화까지 보면서 오프닝 크레딧을 한번도 건너뛰지 않았다.
추신2) 솔로몬을 연기한 진하 배우의 표정은 읽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내가 그의 대사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개되면 또 볼 생각이다.
추신3) 4화부터는 거의 매화 울다가 화나다가 한다. 이 드라마를 볼 계획이라면 울 준비 단단히 하는 게 좋다.
첫댓글 이거 보려고 애플 티비 구독함 이것만 보고 결제 다시 끊을 거긴 함..ㅋㅋ
나도 이거 기대중
와 이런거 안좋아하는데 진짜 궁금하게 만드네 재밌어보인다
책 진짜 재밌어. 드라마도 공들여 만든거 같은데 기대된다
나 책 잘 안읽는데…진짜 오랜만에 너무 재미나게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