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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 월에....
寶海/ 유 희 민
(제4장)
* 술꾼들 이야기 *
"안씨 성 가진 사람 반은 순흥이여. 나도 순흥 인디…그런 거 따지지 말어 브러.
그라고 족보 들이대고 촌수 따지믄 쌍식이 저놈 하고도 형님 동생 만드는 게 그놈의 족보여.
그냥 내가 나이가 좀 많은 것 같은께 그냥 형님 하믄 되는 것이여…
막말로 족보 따져서 내가 동생이믄 어짤거여? 족보는 쌍식이 동생들…
건달들이나 급할 때 써먹는게 족보여."
"아 작것 지랄하네… 건달이 쌈을 잘해야제 족보나 계보가 뭔 소용이 있겄냐.
허기는 요새 무슨파 무슨파 해가꼬 몰려다니기는 하드라만….
워낙에 우리 때는 그런 게 없었은께…
엊그제 죽은 원섭이도 무슨 조직 만든다고 그랬다가 그 꼴 당한 거 아니겄냐…
아까운 놈 하나 가브렀다… 껄렁껄렁 해도 애가 순허고 착하드만......."
"그렁께 말이다… 뭣한다고 같은 목포 놈들 끼리 그 지랄했는가 모르겄어…"
혀까지 끌끌 거리고 아까워하는 빤스라는 사람의 말로 미루어
아마 한동안 시끄러웠던 '서진 룸살롱 사건'을 말하는 듯싶었다.
그 사건은 아닌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임에는 틀림없었다.
'서진 룸살롱 사건,1986년 여름에 실제로 우리나라 에서 발생한 영화 같은 조폭들의 이야기다.
상대 조직원을 습격하여 야구 방망이와 그리고 회칼로 상대를 난자 하고
유유히 사라졌던 사건이 있었다.
강남 이라는 황금 땅이 개발 되면서 그 지역의 유흥가 지배권을 둘러싸고
호남에서 상경한 목포의 폭력조직 서울목포파,
그리고 또 다른 목포의 폭력조직인 목포맘보파간의 세력 다툼에서 비롯된 싸움이다.
사건의 발단은 목포맘보파(일명 원섭이파)의 조원섭, 장경식 등 4명이
서진 룸살롱에서 단돈 몇 만원을 내밀면서 웨이터 에게 술을 요구 했고,
술 가져 오기를 거부한 웨이터를 두둘겨 패면서
그 가게의 뒤를 봐주고 있던 서울목포파조직원 8명(장진석, 김동술, 고금석 등)이 몰려와서
실력 행사를 벌렸다.
수적 힘에 붙인 목포맘보파는 룸까지 밀리면서 문을 잠갔지만
문을 부수고 들어간 조직원들에 의해4명 전원을 살해한 사건이다.
우발적인 사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계산에 의해 짜인 계획된 살인 이라고 한다.
사건에 계류된 당사자 들은 지금 결심 공판만을 남겨둔 상태였고,
서울목포파의 부두목인 김동술은 모든 걸 자기가 계획 했다고
두목 정진석을 변호 하는 의리를 보여줘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가해자 측은 대부분이 유도대학 출신 이거나 또는 재학생 들이여서 한때
그 대학은 '깡패 양성소' 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지금 빤스라는 여인숙 주인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월간 잡지 신동이나 신문 에서는 원섭이가 최고의 쌈꾼으로 이야기하는디…
꼭 그렇지 만은 않았고… 진짜 쌈꾼은 오히려 동술이 였는디…
동술이도 그렇고, 원섭이도 그렇고… 둘 다 순진 하고 착하기만 하드만… "
여전히 아까워하는 표정 이였다. 아무렇지 않게 무심히 듣고 있던 쌍식이 형님이 한마디 했다.
"다른 놈들은 다들 기(氣)로, 깡다구로 그라고 선천적인 이찌방(한방) 인지 몰라도
진석이 그놈은 좀 달랐다. 그놈이 상무관에서 유도 할 때 보믄…
얼마나 자전거 츄브(튜브)를 땡김서 업어치기 연습을 했는지…
내가 운동 하다가 샤워 할라고 목욕탕에 간께 화장실에서 끙끙 거리는 소리가 나서
화장실 문을 열어 봤드만… 아 그 새끼가 얼마나 용을 썼으믄 거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드라…
내가 일으켜 세워 가꼬 그놈을 끄집어냈다.
그놈은 운동을 탈진 할 때 까지 하는 연습 벌레 였던건 확실 한 것 같드라.
그때 나는 그놈을 보고… 이놈도 운동을 제대로 하는구나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믄 그놈은 유도를 배운게 아니라 쌈기술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고 봐야제…."
"진석이 그놈도 사람이 항상 웃기만 하고 수더분 하드만…그놈이 두목 이였다 그라드만…"
"진석이가 밑에 애들한테도 잘 해 주었는 갑드라…
동술이가 죽으면서 까지 형님으로 생각하고 총대를 다 메고 간다고 그러는 거 보믄…"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특별히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지만
나는 왠지 조직폭력 이나 깡패, 건달들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었다.
워낙에 그런 쪽에 대해서는 모르고 자란 탓도 있었지만
남자로서 어깨를 펴고 남을 때릴 수 있다는 것도 어린 시절의 야릇한 동경 이였던 탓도 있으리라.
"빤스 니가 몰라서 그런디… 동술이가 사실 목포는 대충 평정을 했다고 봐야제…
그전에 진석이 하고 돌아 뎅김서 몇놈 아킬레스건을 끊어블고 그랬다. 그
래 가꼬 탄력 받아서 서울로 진출 했는 모양인디…
사람이 눈깔을 파쁠든, 손목을 짤라블든 별짓을 다 해도 숨구멍을 열어 놓고 제압을 해야 허는디.
한놈도 아니고 네놈씩 죽여블믄 대책이 없제… "
술을 잔에 채우고 목에 털어 놓으면서 말을 이어 갔다.
"내가 평생을 이런 시궁창 속에서 살다 본께 별놈을 다 본다만…
남자가 힘없는 사람 때리는 것 처럼 비겁한 게 없다.
한때 호기로 전국구 주먹이 되볼라고 나도 좀 돌아 뎅기고 했다만…
그래 봤자 나이 먹고 빵살이 하는 게 전부잖아…
나는 그래도 지금 사는 마누라 만나 가꼬 일찍 손 털어서 다행인디…
아직 나이 먹어서도 정신 못 차린 양아치 새끼들 많다…"
"캬- 여서 또 쌍식이 옛날이야기 나오믄 오늘 또 밤 샌다…"
빤스 사장도 그런 옛날이야기가 싫지는 않은 모양 이였다.
그러나 쌍식이 형님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고
술을 한잔 마시면서 웃으며 빤스라는 사람을 손짓 하며 이야기를 계속 했다.
"사실… 아까 족보 이야기를 했는디…
알고 보믄 내 이름을 가장 많이 팔아 먹은 놈이 저 빤스여…
좆만한 여인숙이 되다 본께…
양아치 새끼들이 돈도 없이 하룻밤 잘라고 기어 들어오는 모양인디…
내가 한동안 그런 놈들 많이 손봐 줬재…
인자 그것도 소문이 나서 그런 양아치 새끼들은 안오는 갑드만…."
"ㅋㅋㅋ 그래 맞다… 인자는 우리 집에는 그런 놈들 안 온다… "
"워낙에 어려서 부터 빤스가 착했거든…
학교 뎅길때 부터 빤스 건든 놈들은 내가 다 정리 를 해주고 살았는디…
그것이 평생 가네… ㅎㅎㅎ 빤스도 내 손에서 독립 한지가 얼마 안 된다….맞제 빤스야?"
"지랄 허네…"
세 사람이 화통 하게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또 전어 구이가 나왔다.
전어 구이가 나오면서 상위에 있는 모든 음식이 새롭게 바뀌었다.
술상 에서 밥상으로 바뀐 느낌 이였다.
횟집답게 잡어로 만든 매운탕과 그리고 전어 구이 그리고 장아찌 종류와 젓갈 종류
그리고 김치 종류가 술을 마실 때와 전혀 다른 상으로 변했다.
쌍식이 형님은 또 소주를 세병 더 시켰다.
그것만 마신다고 해도 셋이서 9병을 마신 셈이 된다.
같은 25도의 소주지만 '진로' 보다는 '보해'는 좀 많이 쓴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진로는 없었다. 일도일주(一道一酒)의 정부 시책으로
전라도 에는 다른 소주가 들어 올수 없었다.
전어 구이는 가히 집나간 며느리가 들어온다는 소문에 걸맞게 맛이 있었다.
머리를 잡고 젓가락으로 몸통의 살집만 익숙하게 빼 내는걸
나는 하지 못했지만 젓가락으로 살을 떼어서 먹는 전어 구이는 일품 이였다.
소주와 전어 구이의 조합도 많은 소주를 마시기에 충분했다.
전어구이가 접시의 바닥을 들어 낼 때쯤 입구 쪽이 어수선 해 지면서 횟집 주인이 들어 왔다.
종업원들이 뭐라고 그랬는지 횟집 주인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면서 한마디 했다.
"성기 형님이 뭔일로 여그 까지 왔소?"
아는 척을 하면서 반갑게 악수를 한다.
쌍식이 형님은 여기를 자주 오는 편인지 악수는 하지 않고 그냥 눈인사만 나누었다.
나는 그의 손을 유심히 봤다. 그의 손은 왼손의 손가락이 엄지손가락을 제외 하고는 하나도 없었다.
마치 문둥병에 걸려서 손가락을 모두 잘라낸 사람의 손 같았다.
그가 나를 쳐다보는 순간 내가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눈을 돌렸다.
옆에 있던 쌍식이 형님이 거들어 준다.
"인사해라. 서울에 있는 내 후배인디 잡지사 기자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름을 밝히고 인사를 했다.
그때도 역시 악수 하면서 손을 무심결에 볼 수밖에 없었다.
좀 징그러워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무섭거나 협오 스럽지 않는 그의 왼손 이였다.
"앙거 있으쇼이. 내가 회좀 썰어 가꼬 오께."
주인의 친절을 쌍식이 형님이 막았다.
"아야. 회도 묵었고 탕까지 먹었는디 뭔 회를 또 가꼬 온다고 그라냐.
그냥 놔둬라 좋은 스끼다시나 좀 내온나. 있는 소주만 비우고 갈란다."
그냥 나오는 기본 안주를 이곳은 '스끼다시' 로 표현 하는 듯 했다.
"아따 성님 간만에 와가꼬 그라믄 인사가 아니제…
내가 홍어좀 쌈빡하게 무쳐가꼬 올랑께 좀만 있어 보쇼."
자리에 앉지도 않고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자리를 비우자 빤스라는 여인숙 사장이 횟집 사장의 손목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첫댓글 일상에서 오는 기쁨으로... 목요일 하루 ....웃음꽃이 만발하는.....행복하고 싱그러움 가득한날 되세요.....!!!
행복한날되세요~~~~~~^^
오늘은 읽어 내려가는 시간이 조금 더딥니다 ㅎㅎ ..긴장감도 있고 또 어떨까 궁금도 하여 상상을 하고 ....아침..파도사랑님 글 보는것이 일상의 작은 기쁨중 하나가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