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 그리워요
一休宗純(일본의 여류 시인)
月夜思君長不忘 달밤엔 그대 그리워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夜深戀慕臥空床 밤 깊으면 쓸쓸한 침상에 누워 사모합니다
夢中攜手欲相語 꿈속이라도 손을 잡고서 속삭이고 싶건만
被駭曉鐘又斷腸 새벽종에 소스라쳐 또 다시 애간장 끊겨요
草舍 초사
鄭道傳(고려의 시인)
茅茨不剪亂交加 딧집 이엉 자르지 않아 너절함만 더하고
築土爲階面勢斜 흙을 쌓은 층계 모습도 기울어져 있구나
棲鳥聖知來宿處 깃든 새는 슬기로와 묵을 곳을 찾아 오나
野人驚問是誰家 야인들은 깜짝 놀라 뉘 집인가 묻는구나
淸溪窈窕緣門過 맑은 산골짝은 얌전하게 녹문을 지나가고
碧樹玲瓏向戶遮 영롱한 푸른 나무는 집을 향하여 가리었다
出見江山如絶域 밖에서 보면은 강산은 빼어난 지역 같지만
閉門還似舊生涯 문을 닫으면 다시금 구차한 살림살이로다
不亦快哉 이 또한 쾌재로다
丁若鏞(조선의 시인)
岧嶢絶頂倦游筇 높은 산 꼭대기를 지팡이 짚고 노곤하게 올랐더니
雲霧重重下界封 구름과 안개가 겹겹이 쌓여 아랫 세상을 가리었다
向晩西風吹白日 해거름에 하늬 바람이 불어오니 밝은 태양 비추고
一時呈露萬千峯 한꺼번에 만 골짜기와 천 산봉우리가 드러나도다
不亦快哉 이 얼마나 장쾌하더냐
臨終偈 임종게
太古普愚(고려의 시인)
人生命若水泡空 인생의 명이란 물거품 같아 비었나니
八十餘年春夢中 팔십 여년의 삶이 봄날의 꿈속이로다
臨路如今放皮袋 지금 갈림길에서 가죽 부대를 벗으니
一輪紅日下西峰 한 수레의 붉은 해가 서봉 아래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