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집에서 살 것이다. 너는 집을 짓게 될 것이다. 네가 가진 유일한 재료이자 소재인 것으로. 너에게는 말이 있다. 오로지 언어일 뿐인, 너에게만 머무를 뿐인, 때로는 연결을 위한 수단이면서 단절을 초래하는 단 하나의 종말이기도 한, 오로지 말. 그리하여 너는 말로써 지은, 말의 집에서, 살 것이다. 너는 너만의 말로 지은 말의 집에서 홀로 살 것이다. 너는 갇히지도 자유롭지도 않은 상태로, 탈출도 방생도 못 한 채로, 이동도 거주도 불편한 상황을 자초하며, 아름다우며 기괴한 말의 집에서, 그것에 의지하고, 외면당하며, 그곳에서, 홀로 살 것이다. 너는 홀로 살며 늙을 것이고 끝을 볼 때까지 늙을 것이고 이따금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서 발버둥칠 것이다. 네게 주어진 유일한 집을 저주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너는 극단적이라고 느끼는 일은 단 하나도, 시도해 보지도 성취해 보지도 못할 것이다. 그 집에 있는 너는 그 집에 있을 뿐이며 영원히 그 안에서만 머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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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시가 있는 휴일』2023.12.22. -
작가는 자신의 말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산다고 한다. ‘말로 지은 집’은 작가의 삶에 대한 낭만적인 비유로 사용된다. 이 시는 말의 집에서 산다는 게 실제로 어떤 건지 아느냐고 묻는 듯하다.
Three Pieces from Schindler's List: I. Theme · John Williams · Yo-Yo Ma · New York Philharmo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