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밥상
- 그대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
친정 엄마는 버젓한 학력은 없지만 모르게 없는 '박사'였다. 없는 살림에 별식으로 마련한 달걀말이에서 파를 골내고 있는 중학생 딸에게 "파를 먹어야 머리가 좋아진다." 며 나무라셨다. 편도선이 퉁퉁 부어 밥상을 물리는 자식의 입에 엄마는 된장 엷게 풀어쑨 미음을 한 숟가락 밀어 넣으며 허풍을 떠셨다. '두고 봐라. 낼 아침에 거뜬할테니. 이 되장이 몸속 나쁜균을 다 녹여 버린다. '엄마가 해준 밥상을 들으면 신기하게도 밥이 꿀떡꿀떡 넘어가고 힘이 쑥쑥난다.
아들 감기 잦은 것이 당신이 부실하게 먹인 탓인가 싶었던지 엄마는 곗돈 타던 날 그 비싸다는 지리산 토종꿀부터 구했다. 저민 생강에 꿀을 듬뿍 버무려 아침 저녁으로 달여 먹인 아들은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아들이 결혼해서도 도통 살이 붙지 않아 전전 긍긍하던 칠순 노인네는 아들이 좋아 하는 생김치 장조림 코다리 강정을 싸들고 기별도 없이 상경해서 며느리를 기함하게 했다.
이청준 소설 '눈길'에도 고집스러운 '어미 밥상'이 등장한다. 대처에 나가 공부하다 술버릇 사나운 형이 전답과 선산 살던 집까지 팔아 넘겼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달려온 아들에게 어머니는 시치미를 뚝뗀다. 집주인 허락을 받고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찾아올까 제 집인 양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해온 노인 이었다. 남의 집에서나마 더운밥 해먹이고 하룻 밤 따뜻이 재운 어머니는 장터 차부에서 아들을 배웅하고 눈내린 산길을 걸어 돌아오면서 흐느낀다.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 이나 성히 지내거라."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자식을 여태 찾지 못하해 가슴이 숯덩이가 된 부모님들이 진도 팽목항 부둣가에 '밥상'을 차렸다. 상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치킨 콜라도 올랐다. 시신이 바뀌어 주인없는 빈소를 지키던 한 엄마는 '애가 소식없는 게 내가 차린 음식 아니어선가 싶어서... " 라며 영정 앞 음식을 치우고 직접 차렸다. 다른 엄마는 "우리 아들 배고프지? " 하며 숟가락에 밥을 수북이 담아 바다에 뿌렸다. 엄마들이 차린 밥상의 숟가락은 언제나 밥사발에 꽂혀있지 않고 옆에 놓여 있다. 아이들이 곧 나타나 "나 배고파" 할 것만 같아서다.
'이런줄 알았으면 떠나던 날 아침 얼큰한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이라도 말아 먹여 보낼것을 저 좋아하는 감자 튀김도 실컷 먹게 해줄 것을...' 엄마의 밥상은 그냥 밥상이 아니다. 사랑이자 눈물이고 소망이다. 서럽도록 푸르게 출렁이는 바다 앞에 덩그런 차려진 밥상 그속에 담긴 엄마의 염원이 무심한 하늘 저곳에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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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天 池古瓮
첫댓글 엄마 밥상의 힘으로 에너지를 충전하여 지금 껏 살아가고 있다오.감사
칠푼 세월 이렇게 무사히 살고 있는 것이 엄마의 손맛 때문이지유 그 한없는 은혜 어찌 갚으리
엄마밥상은 바로 신이 내린 밥상이라우! 감사
신이 내린 밥상 덕에 이렇게 칠푼 세월 무사히 살고 있어유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 옵니다.
애절한 엄마가 차린 밥상이라서 그렇소 '엄마 밥상'을 칠푼이 언제 받아볼거나
미투~
미투 아니고 투미 아니유 미루어 알지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