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와 70 그리고 53과 4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 기준으로 1년에 커피를 405잔 마십니다. 맥주 70병을 소비하고 소주는 53병을 마시지요. 결코 적은 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성인들 평균 독서량인데요. 그것이 고작 4권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성인 중 60%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꾸준히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으면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스마트폰과 같은 다른 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리고 독서에 대한 습관이 들지 않아서가 대세를 이룹니다.
의미 있는 통계는 월평균 200만 원 정도 저소득층의 독서율이 10%가 안 되는 데 비하여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60% 정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소득이 높아서 시간이 많아 독서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독서를 많이 할수록 소득이 높아진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15세기 이전엔 독서가 참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지식이나 경험이 구두로 전해져 중간에 인멸이나 왜곡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문자와 인쇄술 덕에 책이라는 고도의 지식 집합체를 갖게 되었고 이것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와 지식의 양을 감당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지요.
독서는 책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아닙니다. 독서는 지식의 보물창고를 여는 열쇠로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까요. 삶이란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가는 과정입니다.
《모든 삶은 흐른다》라는 책 일부분입니다. “로마 사람들은 복잡한 로마와 폭염을 피해 지방으로 떠났다. 부유한 귀족들은 캄파니아(Campania)에 있는 별장으로 갔다. 나폴리, 아말리 해안, 카프리…. 이처럼 로마 사람들은 우리에게 삶의 예술이 무엇인지 풍부한 예시를 알려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예술이란 ‘오티움(otium)’ 으로 ‘유유자적’이다. 비생산적인 것에만 몰두하며 영혼과 정신을 높이 갈고 닦는 시간을 가리킨다. 독서와 철학, 명상, 친구들과의 대화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
<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커피 405잔은 훨씬 넘어 1000을 넘게 헤아리고 맥주 70병은 캔맥주 2~3으로, 소주 53병은 한 달에 딱 한 번 반병 정도 먹으니 6~10병이고 읽는 책 4권은 읽었던 책 곱씹어 읽는 것까지 포함하면 25~30.
이렇게 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