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민 시인의 시는 더러 시간의 흐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가령 시 ‘한로’에서 “벌이 연꽃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다가/ 눈 한 번 깜박였는데// 꽃이 지고 있었다// 꽃이 저문 자리에서 씨앗이 움트고/ 바람 몇 번 살랑이나 싶었는데// 당신이 지고 없었다”라고 씀으로써 신속한 시간의 이동을 노래한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일어난 사건과 현상, 생겨난 세계가 지나가는 것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 “하나의 세계”는 흘러갔지만, 그 뒤로 하나의 질문이 떠올라 조금의 시차를 두고 지나가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그 하나의 질문은 “하나의 세계”가 지나가고 나서 화자의 심중(心中)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마치 하늘의 구름으로부터 생겨난 구름 그림자가 땅 위를 지나가며 뒤따르는 것처럼 “하나의 세계”로부터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지나간 것은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은 매순간 책장을 넘기므로 우리는 지금 여기를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