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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대 학생들에게 일반회원 권유를 어떤 관점에서 해야 할까요? 학생들이 수행을 계속 이어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음을 감안해서라도 새로운 사람에게 소임을 주는 게 좋을까요, 일의 효율성을 위해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일을 주는 게 좋을까요?
백일출가를 한 이후에 어떤 관점과 방법으로 수행을 이어가야 할까요?
삶에 있어서 돈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미래의 경제 체제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지 스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한 후 오후 4시부터 다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번 시간은 정토회를 설립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에 대해 스님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스님이 청년 시절에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여러 가지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청년들은 어떻게 하면 보살의 마음을 내고 스님처럼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어 내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청년들은 레크리에이션과 노래 공연 시간을 가졌고, 스님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문경 정토수련원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생방송에 4,3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한 후 질문자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사전에 4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피해를 입고 분노와 자책감에 잠을 못 자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분노와 자책감에 너무 괴롭습니다
“저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큰돈을 잃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 집의 가장으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경기 불황에 높은 금리와 물가로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 주식과 재테크에 뛰어들었지만 오히려 빚만 더욱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에 매우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대환대출을 통해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은행의 전화를 받고 그 말대로 행동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의심 없이 그쪽에서 시키는 대로 무려 3,300만 원의 거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기존 대출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은행연합회 소속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에게 돈을 넘겼습니다. 나중에 이것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고, 다음날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수거책을 잡아도 현금 회수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날 이후로 저는 회사생활, 식사, 잠자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 같은 인간이 살아서 무엇하나' 하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분노, 미움, 원망이 가득하고, 없는 형편에 또 돈을 빌린 행동에 대해 저희 집사람과 장모님에게 미안함과 죄송함이 큽니다. 남에게 말도 못 하는 창피함, 억울함, 어리석음 등 수십 가지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에 맴돌아서 몸도 아프기까지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빨리 이 사실을 잊고 평정심을 되찾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우선은 고발을 해보세요. 물론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을 하세요. 내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삼자에게 새로운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질문자가 협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현금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영수증도 없고 아무 증거가 없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기는 어렵습니다.”
“확인증이라고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것도 가짜였습니다.”
“현금을 주는 경우에는 거의 돌려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첫째, 학습비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1억 원을 잃어버렸으면 어쩔 뻔했나. 3천만 원만 잃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지금 필요합니다.
둘째, 아내와 장모님을 만나서 한번 물어보세요. '보탬도 못되고 빚만 지게 되어 미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죽는 게 낫나요, 그래도 살아있는 게 낫나요? 죽는 게 낫다고 하시면 그냥 죽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아내와 장모님이 뭐라 그럴까요? '여보, 돈을 잃어서 아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살아있는 게 좋다' 하고 말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이 인간아, 너 같은 인간은 죽는 게 낫다' 하고 말할까요?”
“처음에는 저한테 왜 이렇게 멍청했냐고 막 욕을 했습니다. 그래도 어차피 사건은 발생이 되었고, 저도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다시 돈을 벌어서 빚을 갚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니 죽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부인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죽어버리면 남편도 잃고, 아이 아빠도 잃고, 생활비도 못 받게 돼요. 질문자가 정말 미안하다면, 부인한테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애들한테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열심히 돈 벌어서 조금씩이라도 빚을 갚아야 됩니다. 질문자가 속아서 돈을 엉뚱한 데 갖다 버려놓고 죽기까지 하면 그 손실은 아무 죄 없는 아내가 다 입게 되잖아요. 질문자의 무책임한 태도의 결과로 아내는 남편도 잃고 돈도 잃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질문자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요. 오히려 아내에게 이렇게 말해야 됩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순간적으로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이걸 학습비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한 순간에 돈 벌려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할게. 투자니 뭐니 이런 짓도 안 할게.'
요즘 투자가 어디 있어요? 대부분 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심리도 투기하는 심리이지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아내에게 '이제 노름판에는 손을 끊겠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질문자의 투기 심리가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입니다. 이 사건을 정말 죽다가 살아날 만큼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야 해요. 투자든 주식이든 이미 진행된 건 그만 따지고, 앞으로는 직장생활을 성실히 해서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세요. 이 문제에 자꾸 집착을 하면 질문자는 다시 사기당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잃은 돈을 한꺼번에 벌고 싶은 욕심 때문에 또 누군가의 얘기에 솔깃해지고, 결국 악순환에 접어들게 됩니다. 지금은 집을 날린 것도 아니고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니니까 여기서 정신을 차리는 게 필요해요.
질문자가 죽는 건 자기 목숨이니까 자기 자유이지만, 질문자가 죽는다는 건 손실을 부인한테 떠넘기는 거예요. 부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질문자로 인해서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남편도 잃고, 돈도 잃고, 빚만 남게 되잖아요. 질문자가 부인한테 그렇게 할 권리가 있어요? 그러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하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예요.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앞으로는 좀 더 유의하고 살아야겠다. 부인한테 더 잘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가 있습니다.”
“스님 말씀은 이해를 했는데, 지금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막 몰려듭니다.”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거예요. '내가 죽으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자꾸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단을 만드는 겁니다.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다시는 안 하겠다. 앞으로 정신 차려 살겠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자꾸 잔머리 굴리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거예요.”
“이제 이 일을 깨끗이 잊고 다시 잘 살아나가야 할 텐데, 저도 이런 일을 처음 겪다 보니 미안함, 원망 등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막 몰려들어서 한숨이 나오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건강이 나빠지면 누구 손해예요?”
“저만 손해죠.”
“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잖아요. 3천만 원을 잃은 것도 모자라서 자기 건강을 해치는 짓까지 하고 있잖아요. 돈을 잃었으면 건강이라도 잃지 말아야 현명한 사람입니다.
‘내가 욕심에 눈이 어두워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죽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게 나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 부인하고 애들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잘 자고 잘 먹고 남편 역할과 아빠 역할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말은 쉬운데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면피하려는 태도예요. 불쌍하게 보여서 동정을 받으려 하거나, 죽어서 면피를 하려는 건 모두 잔꾀를 부리는 행동이에요. 잘못했으면 무릎 딱 꿇고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끝내야 되는데 '그놈이 사기를 치는 걸 몰랐습니다. 내가 죽어야 되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아직도 정신을 안 차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그러면 제가 다 잊고 그냥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면 되는 걸까요?”
“잊을 게 뭐 있어요? 그냥 학습비라고 생각해야지요.
'내가 바보같이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었으니까 앞으로는 정신을 차려야 되겠다. 만약 1억을 잃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그래도 3천만 원 잃어서 다행이다'
이렇게 손실을 인정한 다음, 이 일이 꼭 나쁜 상황만은 아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걸 질문자가 발견하면 됩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생활을 안 하면 뭐 할래요? 죽을래요? 비정상적인 생활을 계속할래요? 술 마시고 잠만 잘래요? 그럼 병원비만 더 들고 술값만 더 들뿐입니다. 그런 구질구질한 얘기는 이제 그만하세요. 이제는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이런 짓은 그만하고 직장생활 열심히 해서 월급 받아서 사세요. 부인이 하는 집안일도 잘 도와주면서 생활을 하고요.
질문자가 만약 돈 좀 벌었으면 어떻게 살았겠어요? 부인한테 큰소리치고, 그 돈 갖고 술이나 먹으러 다니고, 자기 잘난 척만 많이 했을 거예요. 이번 기회에 자기가 별로 잘난 인간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았잖아요. 지금부터 부인한테 잘하면서 정신 차리고 살면, 부인이 처음에는 좀 기분이 나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화위복이 됩니다. 이왕 일어난 일이니까 전화위복으로 삼아보면 좋겠습니다. 돈 잃고 괴로워서 스님한테 질문했는데 야단만 맞았죠?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됩니다.”
“제 인생에서 큰 결점이 생겼지만 하루빨리 극복하겠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다시 평정심을 갖고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면서 집사람과 장모님한테 좀 더 잘하겠습니다. 제가 가장이다 보니 좀 더 돈을 벌어서 풍요롭게 살려고 욕심을 내었다가 일이 잘못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 하면서 살겠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내 말 안 듣고 계속 딴짓하다가 크게 한번 당해야 정신 차리겠다' 생각했을 텐데 이제 크게 한번 당했으니까 정신을 차리세요. 아내와 장모님한테 돈으로는 못 갚더라도 대신 친절하고 싹싹하게 서비스를 잘해서 갚으면 됩니다. 천금보다도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는 말처럼 꼭 돈으로 다 갚아야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부인도 직장을 다닌다니까 둘이 착실하게 생활하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는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단기 투자를 해서 돈 벌 수준이 안 되는구나’ 하고 알았잖아요. 보이스피싱에 속는 수준 갖고 무슨 투자를 하겠어요? 그러니 이번 일을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하고 손을 끊는 계기로 삼으면 전화위복이 됩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직원이 저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후 저를 욕하는 것도 듣고 나니 증오하는 마음까지 생겼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남편과 냉전 중인 상황이 아이한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 한 집에서 사는 게 좋을지, 따로 살며 아이에게 이 모습을 안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의식 없이 쓰러지고 나서 거동도, 말도 못 하게 되어 희귀 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법문을 했습니다.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청춘캠프 2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일과 수행의 통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오후에는 ‘자기실현과 사회 실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국제자원활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