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354만원 관리비 500만원 초호화 실버타운 어떻길래?
땅집고, 박기람 기자, 2023.03.17.
[땅집고] 반전세 선택 시 보증금 최대 18억3900만원, 월세 최대 354만원, 월 관리비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대규모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이 서울 도심에 들어선다.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VL르웨스트’(810가구)다. 시행사는 마곡마이스PFV다.
VL르웨스트는 2017년 강남구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230가구) 이후 6년 만에 서울에 선보이는 도심형 실버타운이다. 서울 도심에 흔치 않은 실버타운인 데다 800가구 이상 대단지, 롯데호텔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해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최고급 실버타운을 표방하는 만큼 VL르웨스트 공급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보증금, 월세, 관리비 모두 국내에서 가장 비싼 ‘더 클래식 500’은 물론 최근 분양한 주변 신축 아파트 매매가보다 비싸다.
1. 월세 최대 354만원, 관리비는 215만원 넘어.
VL르웨스트는 분양형이 아니고 임대형 레지던스다. 입주자는 계약 때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는 월세 방식인 ‘표준형’, 보증금만 내는 전세 방식인 ‘전환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의무거주 기간은 2년이다. 2년 이후 해지하면 위약금 없이 보증금은 전액 돌려받는다.
보증금이 웬만한 서울시내 아파트 전세금보다 많다. 표준형은 보증금 6억~18억3900만원에 월 임대료 115만~354만원이다. 전환형은 임대료가 없는 대신 보증금이 최소 7억3800만원, 최대 22억6400만원에 달한다.
월 관리비는 주택 타입별로 다르다. 51㎡(이하 전용면적) 1인 기준으로 215만원, 81㎡ 1인 기준 320만원ㆍ2인 기준 395만원, 149㎡ 2인 기준 500만원이다. 관리비에는 호텔식 컨시어지ㆍ의료연계ㆍ문화 프로그램ㆍ커뮤니티시설 이용 등 기본 서비스와 월 식사 30끼를 포함한다.
사우나,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 이용료는 따로 받는다. 1인 당 최대 연 340만원이며 입주민은 50% 할인한다. 피트니스센터에 수영장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피트니스센터 이용료를 따로 받는 실버타운을 본 적이 거의 없다”며 “심지어 이용료 자체도 비싼 편”이라고 지적한다.
2인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VL르웨스트 81㎡ 전세형은 보증금 12억원에 월 관리비 395만원이 들어간다. 2인이 피트니스센터까지 등록하면 매달 내는 돈은 최대 423만원까지 늘어난다. 이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더 클래식 500은 125㎡ 단일면적으로, 올 1월 기준 1~2인실 입주 보증금 9억원에 월세는 167만원이다. 20끼 식대와 피트니스센터 이용 등이 포함된 관리비는 월 250만원이다. VL르웨스트보다 면적이 크고 이용 가능시설이 다양한데 보증금은 3억원 낮고, 관리비는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VL르웨스트 보증금은 최근 청약 대박을 기록한 서울 신축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보다 비싸다. 이 단지 84㎡ 분양가는 11억7000만원으로, VL르웨스트보다 3000만원 낮다.
2. ‘ㅁ’자 건물 안쪽 가구는 커튼 닫고 살아야 한다.
건물이 ‘미음’(ㅁ)자 형태인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51㎡ 타입 18가구와 97㎡ 타입 7가구는 건물 안쪽에 배치해 하루 종일 햇빛을 받기가 힘들 전망이다. 단지 내부 정원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른바 ‘벽뷰’로 지내야 한다. C동의 경우 51㎡ 타입 일부는 북향이다.
VL르웨스트 바로 남쪽으로 현재는 빈땅인 업무용지에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개발되면 일부 저층 가구는 조망권 침해 우려도 있다. VL르웨스트는 지상 2~15층에 들어선다.
입주자모집공고문에도 건물 형태로 인해 프라이버시 침해, 소음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실버타운 전문가는 “호텔도 아닌 상시 주거 공간에 볕이 들지 않는 것은 치명적”이라면서 “롯데호텔 이름값이 있다고는 해도 가격 대비 서비스가 좋을지 잘 따져보고 청약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VL르웨스트는 교통은 좋은 편이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 지하철 9호선ㆍ공항철도 마곡나루역 등 3개 노선이 지난다. 지하 보행로를 이용해 지하철역으로 바로 이어진다. 마곡지구 생활 인프라 이용이 편리하고, 서울식물원이 바로 옆에 있다. 실버타운으로서 의료케어 서비스, 노년층 특화 서비스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