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춘선 >
기차는 하나의 추억이다.
통학과 입영 그리고 여행이 그랬다. 달리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시절의 이동수단이었지만 기차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실어 날랐다.
특히나 경춘선은 어느 노선보다 많은 낭만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한 때 서울에 적을 두었던 청춘이었다면 노란등불을 매단 채 추억들을 실어 나르던 붉은 띠의
이 열차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MT며 통기타, 모닥불... 이런 단어들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말이다.
하지만 보다 빠르고 편하고 값싸게라는 시대요구에 이제 사명을 다하고 지난해 연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래서 경춘선이 사라지기 전에 한번 다녀오고 싶었다.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까지 단숨에 갔다가 되돌아오며 역사(驛舍)투어를 했다.
“춘천에 다녀 오께요”...
‘춘천’이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왠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남춘천역’은 영화 <와니와 준하>
에서 김희선이와 최강희가 ‘남춘천’이라는 푯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장면을 보곤, 언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역사 안쪽은 한창 고속전철 신역사 마무리 공사로 주변이 부산했다.
우리나라 하나밖에 없는 인명역인 김유정역이다. 역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역사 바로 앞 몇 백 미터만가면 김유정문학관이 나오고 그의 고향이자 소설 대부분의 무대였던
실레마을이 있다.
자그만한 역사 대합실에도 온통 김유정에 관한 게시물로 가득했다.
김유정 동상
주인공이 맨날 부려만 먹고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주지 않는 장인을 골탕 먹이려다 오히려 당하는
장면이다. 장모의 역성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설마 내 편인 줄 알았던 점순이까지 지애비편을 드니...
.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마지막 장면으로 그의 작품들이 갖는 '해학의 세계'를 잘 말해주고 있다.
강촌역이다. 피암터널 구조의 역사가 특이하다.
낙서를 살펴 보는갠지...
기둥에 무수히 뿌려진 낙서들이 청춘들의 세월을 말해 주고 있다.
강촌역은 나훈아가 부른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나는...조용히 살고파라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가사의 발원지이기도 하지.
1965년 서울로 가던 김성휘 선생이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아름다운 강촌의 모습을 보고 나그네의 소회를 적었다는...
최근에 강촌주민들에 의해 강변 고수부지공원에 노래비를 세웠다네.
말로만 들었던 춘천 닭갈비! 역시 이름값을 했다.
백양리역이다. 지금은 보기 드문 무배치(역원이 없는)간이역이다.
따뜻한 봄날이면 더 운치가 있을 것만 같다.
일견 외로워 보이면서도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기차가 하루에 3번선다는데... 횡했다.
경강역이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다는 뜻이란다.
박신양이와 최진실이 나왔던 영화 <편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상천역이다.
전국에 내 이름과 같은 지명이 몇 곳이 있지만 역사 중에도 있는 줄이야 경춘선투어를 하면서
알았다. 구 역사를 헐어내고 시대에 걸맞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남이섬 은행나무 길...
겨울연가 그...
가평역이다. 남이섬을 돌아 왔더니 어둑해졌다.
밤비를 맞으며 청량리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포근한 대화로 시선을 주고받을 이가 있는데... 누가 함부러 밤늦은 걸음이라 말할까. ^^
(경춘선 고속전철화로 기존의 20개 역사 중에 11개 역사는 사라지고 9곳만 살아남았다)
첫댓글 경춘가도는 젊을때는 낭만의 추억이었읍니다.... MT.. 연수.. 야유회.. 등으로 말이죠.... 사라지기전 추억여행 잘 다녀오셨읍니다..... 영화처럼님 덕분에 30년전 옛추억이 생생히 떠오르는군요..... 요새 남이섬에 숙박시설이 있던가요......
선착장 건너 편에 펜션이니 짜다리 있는 것 같던데요..ㅎ 청봉성님도 수도권 출신이세요?
저는 수도권출신이 아니고.. 경주촌놈입니다.... 78년도 고향떠나 살벌한 수도에서 15년 살다가... 뒤질것 같아 대구로 남하 했읍니다..... 잘했지예.......
그럼.. 1.4후퇴 때 같이 내려왔단 말씀이예요? 비슷한 시기 같아서요 저랑 ..ㅎ
그러시군요.... 강촌의 추억이 새록합니다.... 좋은밤 되십시요......
닭갈비보니 배가 더 고프네요~~ㅎㅎㅎ
좀 사돌라카세요.. 주말에는..ㅎ
어제밤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해결했습니다~~ㅎㅎㅎ
덕분에 오늘도 안방에서 여행하네요~ 여행도 부지런해야 다니는가 봐요?? 휴일되면 더 바쁘니~ㅠㅠㅠ
나로 인해 남이 행복해 하면... 그게 섹시한 삶이 아닐까요? 문샘처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