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4:1~18
◈ 새번역 ◈
1 느부갓네살 왕이 전국에 사는, 민족과 언어가 다른 뭇 백성에게 다음과 같은 조서를 내렸다. "백성에게 평강이 넘치기를 바란다.
2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나에게 보이신 표적과 기적을 백성에게 기꺼이 알리고자 한다.
3 크도다, 그 이적이여! 능하도다, 그 기사여! 그 나라 영원하고, 그 통치 대대에 이를 것이다.
4 나 느부갓네살이 집에서 편히 쉬며 궁에서 평화를 누릴 때에,
5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나를 두렵게 하였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생각이 번거로웠고, 머리 속에 받은 환상 때문에 나는 번민하였다.
6 그래서 나는 그 꿈의 해몽을 들어 보려고, 바빌론의 모든 지혜자를 다 내 앞으로 불러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7 마술사들과 주술가들과 점성가들과 점쟁이들이 나에게로 왔을 때에, 내가 그들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으나, 그들은 나에게 그 꿈을 해몽해 주지 못하였다.
8 마침내 다니엘이 내 앞에 나타났는데, 그는 내 신의 이름을 따라서 이름을 벨드사살이라고 고친 사람이다. 그는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닌 사람이어서, 내가 꾼 꿈을 그에게 말해 주었다.
9 "마술사의 우두머리인 벨드사살아, 네 안에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으니, 어떤 비밀도 네게는 어렵지 않을 줄을 내가 안다. 내가 꾼 꿈을 해몽하여 보아라.
10 내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에, 나의 머리 속에 나타난 환상은 이러하다. 내가 보니, 땅의 한가운데 아주 높고 큰 나무가 하나 있는데,
11 그 나무가 점점 자라서 튼튼하게 되고, 그 높이가 하늘에 닿으니, 땅 끝에서도 그 나무를 볼 수 있었다.
12 나무는 잎이 무성하여 아름답고, 열매는 온 세상이 먹고도 남을 만큼 풍성하였다. 들짐승이 그 그늘 아래에서 쉬고, 그 큰 나무의 가지에는 하늘의 새들이 깃들며, 모든 생물이 그 나무에서 먹이를 얻었다.
13 내가 침대 위에서 나의 머리 속에 나타난 환상을 또 보니, 거룩한 감시자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14 큰소리로 외치며 이렇게 명령하였다. '이 나무를 베고서 가지를 꺾고, 잎사귀를 떨고서 열매를 헤쳐라. 나무 밑에 있는 짐승들을 쫓아 버리고, 가지에 깃든 새들을 쫓아내어라.
15 다만, 그 뿌리의 그루터기만 땅에 남겨 두고, 쇠줄과 놋줄로 동이고 들풀 속에 버려 두어라. 하늘의 이슬에 젖게 하고, 땅의 풀 가운데서 들짐승과 함께 어울리게 하여라.
16 또 그의 마음은 변하여서 사람의 마음과 같지 않고, 짐승의 마음을 가지고서 일곱 때를 지낼 것이다.
17 이것은 감시자들이 명령한 것이며, 거룩한 이들이 말한 것이다. 이것은 가장 높으신 분이 인간의 나라를 지배하신다는 것과, 뜻에 맞는 사람에게 나라를 주신다는 것과, 가장 낮은 사람을 그 위에 세우신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도록 하려는 것이다.'
18 나 느부갓네살 왕이 이런 꿈을 꾸었으니, 너 벨드사살은 이 꿈을 해몽하여라. 내 나라의 모든 지혜자가 그 꿈을 해몽하여 나에게 알려 주지 못하였으나, 너는 네 안에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으니, 할 수 있을 것이다."
◈ 묵상 Point ◈
(출처 : 묵상과 설교 / 성서유니온)
1) 제국의 왕이 부르는 하나님 찬양
바벨론 제국의 왕이 유대인들의 하나님을 찬양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는 출애굽의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행하셨고 열방에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알게 하려고 행하신 이적과 놀라운 일을 경험하였다. 그렇다면 왕의 찬양을 담은 저 조서는 왕의 통치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 하나님을 전하고 그의 주권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통치에는 한계가 있지만 그분의 통치는 영원하다고 인정하는 일이다.
2) 제국의 왕을 번민하게 만든 꿈의 습격
왕은 낮의 사람이다. 그는 명령하기만 할 뿐 그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다. 그가 신상을 만들어 신을 숭배했다지만 땅에서는 그가 신이다. 왕을 불편하게 하면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런 왕이 번민한다. 불안해한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쩔쩔맨다. 한 꿈 때문이다. 밤은 그에게 통제 불능의 시간이다. 꿈은 그가 명령할 수 없는 대상이다. 꿈이 가리키는 미래를 받아들일 뿐 다른 도리가 없다. 그가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꿈이다.
3) 왕이 소환한 제국의 전문가들과 다니엘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을 부르기 전에 이번에도 제국의 지혜자들과 술사들을 먼저 부른다. 전과는 달리 꿈의 내용까지 알려주지만 해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전보다 더 무능했다. 느부갓네살은 결국 다니엘을 불러서 자신이 꾼 꿈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러고는 오직 다니엘만 이 꿈을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다니엘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니엘에게는 왕마저 인정하는 영성이 있었다. 그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의 역사로 그가 범사에 능력을 행하고 있음을 왕은 보고 있었다. 몸은 포로지만 누가 봐도 그는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는 성령의 사람이었다.
◈ 설교 /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들 ◈
(출처 : 생명의 삶 플러스 / 두란노)
손에 물을 담을 수는 있지만, 계속 쥐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건강, 부, 지식, 명예 등 우리에게 있는 모든 것이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성경은 우리의 모든 것이 결국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느부갓네살의 꿈은 장차 그에게서 많은 것이 사라질 것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삶의 온전한 태도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느부갓네살왕은 조서에서 하나님에 대해 선포합니다(1~3절). 자신이 경험한 하나님에 대해 말함으로써 천하 만민이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도자는 하나님이 세우십니다(롬 13:1).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공의를 따라 선한 결정을 내리면 공동체와 백성이 평안하지만, 하나님을 거부하면 전쟁과 심판이 따라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왕을 변하게 하십니다. 그가 변하면 백성이 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느부갓네살왕이 특별한 꿈을 꾸었습니다(5절). 그 꿈이 전에는 평안했지만, 꿈 하나로 평안이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평강은 두 종류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내가 가진 것으로 느끼는 평안입니다. 하나님 없는 평안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평안은 평안이 아닙니다. 하나님 없는 사람(악인)에게는 평강이 없기 때문입니다(사 57:21). 음식을 통한 포만감 같은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곧 허기로 돌변합니다.
또다시 제국에 동원령을 내립니다. 모든 학식 있는 자가 왕께 나아갔지만, 이전처럼 아무도 꿈을 해석하지 못했습니다(7절). 하지만 전과는 달리 왕은 이번에는 누구에게 가면 그 문제가 해결될지 알고 있습니다. 즉시 다니엘이 호출되고, 왕은 그가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해석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다니엘이 이렇게 특별했던 것은 그에게 ‘거룩한 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이 우리를 특별하게 합니다.
꿈에 등장하는 나무의 모습은 말 그대로 완벽했습니다(10~12절). 높고 견고해 모든 이가 동경하는 나무였습니다. 하지만 거룩한 자의 명령에 그 나무가 베이고 그루터기만 남습니다(14~15절).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들을 자신이 이루고 성취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가져가실 수 있다고 합니다(욥 1:21).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것의 주인은 내가 아닙니다.
불안한 마음에 왕은 다니엘을 재촉합니다(18절). 그도 분명히 자신이 가진 것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몇 번의 경험으로 자신이 전능하지도, 모든 것을 통제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다니엘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고자 했습니다. 그 불안한 일들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강하다고 하는 사람도 불안감 앞에서는 두려워 떨 수밖에 없는 약한 자입니다.
느부갓네살은 어느 순간에는 감격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다가 갑자기 돌변해 금 신상을 세우고, 다시 하나님을 찬양했다가 교만에 빠져 자기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자신이 이룩한 제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꿈을 통해 명확히 알려 주십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사라집니다. 순식간에 사라질 것들에 소망을 두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