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참 못쓴다.
세계대전 Z이래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에 빠져지낸지 2년정도 되었는데...해외의 걸작 좀비소설을 읽다가 국내 좀비물을 읽으면 눈물이...이 소재로 이렇게까지 밖에 못쓰는거냐...재미는 둘째치고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정신나간 짓거리를 읽다보면 열통이 터짐...아오 복장..
제가 생각할때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은 일단 포커스가 생존에 맞춰져야 하는게 기본. 그외의 것은 부차적인 문젠데 국내 좀비물은 서바이벌은 어디로가고 등장인물들끼리 패 나눠 싸이코드라마나 쳐찍고 앉았음.
포커스를 생존에다 놓고 스토리를 압축하려면 시점을 철저하게 주인공 주변에다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노력에만 집중할수 있죠. 그것 이외의 문제는 모조리 부차적인 것이니 주인공이 길가다가 누굴 구해주거나 말거나 여자랑 썸씽이나거나 말거나 생존자들끼리 분란이 있건 어쨌건 그런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줄거리 메인 라인에서 비껴나 묘사하거나 두어단어 아니면 서너줄로 묘사하고 그냥 넘겨버릴수 있죠. 그런데 국내 소설들은 시점의 압축을 못시켜 아무 쓰잘데기 없는 스토리와 묘사로 분량 엄청 잡아먹고 난잡하기 그지없음.
그런 부차적인 문제로 글이 늘어지는걸 피하기 위해서는 주연들의 설정이 중요한데 시점을 주인공 주변에다가 압축해 고정시키려면 충분히 나이를 먹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어른" 이어야죠. 중2병 쩌는 좆중고딩들이나 머릿속에 들어찬게 핏기뿐인 20대는 주연으로 부적합. 그런데 국내소설의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어봐야 이제 갓 제대한 20대 초중반들. 이 시점에서 국내 소설들은 이상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의 구성 요건에 모조리 탈락.
느닷없이 인세에 펼쳐진 지옥속을 헤쳐가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을 다룬 인간 Vs 지옥. 본격 서바이벌 스토리가 서양식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이라면 그 소재를 갖고 한국은 지옥에 떨어진 인간들이 생존은 제쳐놓고 자기들끼리 모여 파리대왕을 찍고있는다는 얘기나 쓰고있음.
아오...그런게 재미있나...읽다 열통이 터져 확 내가 써버려?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난 귀찮은게 세상에서 제일 싫잖아? 몇줄 쓰다 귀찮아서 집어치겠지..안될거야 아마...
뭐 외국 소설들은 정식 출간작들이고 국내 소설들은 소설 사이트들에 연재되는 것들이라 수준차가 제법 날수밖엔 없긴하죠.
하지만 대 히트중인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같은 소설도 원래는 작가가 자기 개인홈에 연재하던 소설이었다는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작가의 역량부족이 가장 큰 이유같다는...
갑자기 닥친 종말 이라는 가정 자체가 한국사람에겐 상상력의 바깥에 있는 소재가 아닌가 싶음.
문학도 리얼리즘 이외엔 받아들이지 않고 SF나 추리문학 같은건 허황되다고 천시하는게 한국인의 심상인걸 생각하면 좀비물로 대표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한국인이 제대로 쓰기란 요원해 보이기도..
하지만 책 자체는 제법 팔려서 황금가지같은덴 좀비문학상 뭐 이런것도 만드는걸 보면 소비하는 층은 한국도 제법 될거 같은데 거참...
짤방은 그런의미에서 좀비 코스프레 甲
첫댓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중2물에 깊게 빠져있는게 원인 아닌가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기있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다 중2물이며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등), 진지한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국내 판매량이 너무 적기때문에 저자가 꺼리는 듯 합니다.
그에비해 양덕층에서는 어느정도 수요가 있다보니 (구매력부터 차원이 달라서) 영문소설을 보는 방법밖엔 없을 듯 하네요.
ㅎㅎ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이거 명작이죠.
팬픽물 소릴 듣는데도 수준 자체가 꽤 대단해서 다른데 연재되는 소설들도 이정도 수준은 되리라 기대했지만 죄다 기대를 사정없이 배반중 ;ㅁ;
미스터술탄님 본인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