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6월2일) 서울에서 행사가 있어 일찌감치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2시부터 서울역광장에서 행사가 시작되자 전국에서 모여든 참가자들(학생,교직원,농민기타)이
땡볕을 불구하고 땅바닥에 열지어 퍼질고 앉았다.
임시 마련된 무대에선 상복을 입고(공교육사망한다고) 등장한 남여 두 사회자가
잇빨을 갈면서 내 밭는 한마디 한마디가
광장의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
행사가 반쯤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다가
황장군 딸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열에서 빠져 나와 혼자 지하철을 탔다.
식이 시작되기 10분전에 군인공제회관으로 찾아갔더니
낯익은 친구들의 얼굴이 많이 보였다.
식이 끝난 다음 피로연이 마련된 식당에 들어갔더니
동기들이 하객들 가운데 라운드 테이블 두서너군데를 차지하고
소주잔을 돌리고 있었다.
반갑다고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음식을 한접시 들고와 요기를 했다.
친구들과 헤어져
다시 지하철을 타고 딸냄이가 있는 신촌으로 가서 조금 쉬었다가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다.
학교축구동호회 대표자격으로 로얄석 입장권 한장이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월드컵축구경기장을 구경하는 셈이었다.
월드컵경기장 역에 내리니 경기를 보러 가는 일행들이 각자 붉은 티셔츠와 대형태극기
그리고 응원용 비닐망방이등을 손에 들고가는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 들었다.
경기시작전부터 주변은 벌써 응원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입구에서 초청입장권을 가진 사람과 폰으로 연락하여 게이트에서 만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로열박스 부근 스카이 라운지로 안내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방은 대여섯평이나 될까 말까한 작은 룸인데
대형 라운드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고급레스토랑처럼 와인잔이며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테이블에는 벌써 서너명이 먼저 도착하여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인사를 한 후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셨다.
벽쪽에는 부풰식으로 음식(호텔 레스토랑식으로 은제 오븐에 알콜로 데워고)이 준비되어 있었다.
바깥쪽 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월드컵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의자도 준비돼 있었다.
7시 50분 국민의례가 시작되었다. 네들란드국가부터 연주하여 애국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스타디움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를 진동하며 전국의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선수소개가 있은 후 곧장 경기에 들어갔다. 우리편은 붉은티에 하얀바지, 네들란드팀은 청색티에 하얀바지로 녹색의 잔듸구장위에 선명하게 보였다. 우리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였다.
경기장 돔에서 내려다 보니 잘보이긴 하였지만 선수들 얼굴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밀고 당기는 일진일퇴를 거듭하였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대편 선수가 우리골문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것을 우리수비수가 몸으로 막다가 페널티키을 허용하고 말았다.
볼콘트롤이며 공격시의 연결하는 패스가 우리보단 한 수 위로 보였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여유가 보였으며 자기편이 볼을 잡게 되면 다른 선수들은 미리 공격방향으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 우리선수들은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보면서 뛰지만 그들은 머리속으로 공이 어디로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미리 뛰어가는 것이므로 공을 먼저 잡을 수가 있는 것이었다.
또한 공을 잡으면 맹수가 먹이를 나꿔채듯 빠르게 골문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한마디로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반면 우리는 참으로 힘든 축구를 하고 있었다. 뾰족한 작전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노련한 상대를 만나 한 수 배우겠다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한 우리 선수들도 잘 싸웠다. 응원석에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 짝짝" 소리가 터져 나왔고 대형 태극기가 물결쳤다. 관중석은 빈곳이 없을 정도로
꽉차 있었다. 전반전이 끝난 후 15분간 휴식 이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전반전만 보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였으나 일행들이 자리에 앉아 있어 도중에 일어서기가 미안하여 조금 더 있다가 일어난다는 것이
경기에 열중하다보니 9시20분이었다. 서울역에서 막차가 10시에 출발하므로 다음날 무학텐시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막차를 타야만 하는 처지였다.
부랴부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 나왔으나 지하철역으로 와서 시계를 보니 9시30분, 한참기다린 다음 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하였으나(^호선이 서울역으로 가지 않아 삼각지에서 하차함) 시간이 빠듯하였다.
삼각지역에서 급히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역으로 다려가 반대편에서 내려 지하도를 냅다 뛰어 출구로 달려갔지만 차는 이미 떠난 후였다.
할수 없이 매표소로 가서 표를 물린후 10시 20분 새마을호를 탔다. 부산에 도착하니 새벽 3시5분,
잠시 눈을 붙인 후 6시 반에 일어나 가방을 챙겨들고 지하철을 타고 마산무학테니스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부산팀 모임장소인 미남로타리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