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수마을을 가다 ⑩
세계 최고의 장수마을 오키나와 사람들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일본에서 100세 이상 장수인이 1963년에는 153명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3만 명으로 늘어났다.
100세가 넘는 노인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5년 이내에 두 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장수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그 비밀을 찾아 오키나와로 떠났다.
북서쪽 해안의 작은 마을, 오기미
공항에 내리자 오키나와에서도 장수마을로 알려진 오기미 마을로 떠났다. 나하시내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천천히 해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즐기며 3시간 정도 달려 오기미 마을에 도착하였다. 오기미 마을에 도착하자 오기미 노인 클럽 연합회에서 세운 비석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비석에는 “80세인 당신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90세에 당신을 오라고 하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해라. 우리들은 점점 기운이 왕성하여 아이가 된다. 당신도 장수를 원하면 우리 마을에 와서 자연의 혜택과 장수의 비밀을 받아라. 우리 오기미 마을 노인들은 여기가 일본 제일의 장수촌임을 높이높이 선언하노라.”라고 적혀 있다.
콩, 해산물, 야채, 삶은 돼지고기
오키나와 장수인들의 식생활의 첫 번째 특징은 콩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으나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1.5배나 많이 먹는다.
두 번째 특징은 생선과 해조류를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 장수인들은 뼈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칼슘을 많이 섭취한다. 그리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주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생선을 많이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 중 하나이다.
세 번째 특징은 오키나와 사람들은 삶은 돼지고기를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2.5배나 많이 먹는다.
네 번째 특징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오키나와에서는 감귤을 많이 먹는다. 감귤나무는 오기미 마을의 대표적인 나무로 지정된 나무이며, 감귤은 오기미 마을의 특산품이다.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고구마의 소비가 많은데, 고구마에는 유해물질을 흡착하여 배설시키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오기미 마을 사람들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삶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하루 평균 40g 정도이며, 콩류·채소·과일·해조류의 소비량은 400g에 달한다. 이곳 사람들은 육류보다는 콩·과일·채소·해조류·생선을 많이 먹고 있다. 집집마다 텃밭이 있어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야채를 먹는다. 그들로부터 배울 점은 음식을 잘 선택해서 적당량 먹는다는 것이다.
절대로 과식하지 않고, 영양소는 골고루 들어 있으면서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는 것이 그들의 장수비결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장수의 비결
오키나와에서는 조상을 숭배하고 어른들을 공경하는 관습이 있다. 오키나와에는 ‘모아이’라고 하여 우리나라 계와 비슷한 모임이 있다.
모아이는 옛날 사탕수수밭에서 일을 할 때 가족이 일을 하기엔 어려워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품앗이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모임이다. 농사일을 함께 하고 일이 끝나면 함께 먹고 즐긴다. 노인들은 예로부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돕고 살아온 풍습이 있어 지역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참여한다.
오키나와에서는 여기저기에서 노인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기미 마을에서 노인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노인들은 일을 해야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오기미 마을에서는 파초포를 만드는 작업이 노인들의 장수를 돕고 있는 셈이다.
전통 식생활 유지의 중요성
오키나와에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해 오다보니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 늘어나 지금은 일본의 다른 어느 지방보다도 햄버거 식당이 많다. 더욱이 1960년대에 일본 정부에서는 오키나와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나쁘다고 하여 곡물, 채소, 콩, 생선을 위주로 하는 오키나와 전통 음식 대신에 빵과 우유를 공급해 왔다.
그 결과 오키나와에서도 매년 청소년들의 비만인구가 늘어났다. 패스트푸드에 노출되고 활동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장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먹느냐하는 식생활과 어떻게 활동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생활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늦게나마 오키나와 사람들도 예전의 식생활이 장수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 청소년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햄버거를 좋아하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서 그들 조상들의 식생활이 이상적이라는 사실들을 깨달아가고 있다.
<코너 소개>
‘세계장수마을 가다’는 농사짓는 교수로 유명한 강릉원주대학교 이원종 교수가 세계의 장수마을을 직접 순회하며 느낀 먹거리와 건강 이야기를 연재하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