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4. 8. 목요일.
하늘이 맑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일까. 아침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때인데도 벌써부터 피곤하고, 졸음이 몰려왔다.
무엇이라도 하면 졸음이 깰까 싶어서 외출복을 입고는 바깥으로 나서려고 했다.
아내한테 바람 쐬러 나가고 권하니 따라 나선다.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는 벚꽃이 활짝 피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출입을 통제한다고 인터넷 뉴스에 떴는데 어제 뉴스에는 4월 7일부터 다시 개장했다고 보도했다.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피었기에 출입통제기간을 단축해야 했을 터.
석촌호수 서호로 천천히 걸어서 나가니 벚꽃은 많이도 졌고, 푸릇푸릇한 잎사귀가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며, 산책로에 하얗게 떨어져서 오고가는 사람들한테 밟혔다.
호수 한 바퀴를 돌고는 서호 쉼터에서 잠깐 쉬었다.
쉼터 돌벤치 위에 앉아서 장기를 두는 영감들의 기력에 나도 모르게 '에잇, 차(車) 죽어요!' 냅다 소리를 내지르고는 자리를 떴다. 정말로 지질이도 못 둔다. 구경꾼인 내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으니 구경하기는 다 틀렸기에 이내 자리를 떠서 귀가하기 시작했다.
* 장기 게임에서 '차'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이걸 공연히, 실수로 죽이면 장기는 패하기가 십상이다.
귀가하던 아내가 '점심때여요. 길 건너편에 가서 곰탕 한 그릇 먹고 갑시다. 고기국이 맛이 있어요'라고 권유했다. 사실이지 나는 육류로 된 음식물은 별로이다. 푸성귀 위주의 집밥이 훨씬 편하기에 집에서 먹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먹고 싶어하기에 음식점으로 향했다. '곽만근 갈비탕'이다.
'제가 쏠게요'라는 아내의 말에 나는 아뭇소리도 보태지 않았다.
내 연금통장은 아내가 지녔고, 아내가 알아서 쓴다.
내 개인별 예금통장 카드도 이따금 아내한테 건네주어서 아내가 예금을 빼가도록 한다. 이런 남편한테 '내가 살게요'라는 아내의 제의에 나는 속으로 낄낄댔다. '그게 그거여.'
갈비뼈를 고와서 곁들인 쇠고기.
또 국말이도 나왔다.
나한테는 배가 부르다. 그래도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려고 국물까지 다 먹고 마셨다. 그 어떤 음식물이라도, 먹을거리라도 소중히 여기는 나.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밥과 국의 량이 많다. 그만큼 내 위(창자)가 적다는 뜻일 게다.
귀가하면서 꽃가게로 들렀다.
'꽃 사지 마세요'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는 나는 화분 한 개도 사지 않았다.
'카랑코에' 서양 화초는 여러 종류.
작은 화분 하나를 싶은데도 꾹 참고는 그냥 귀가했다.
나중에.. 나중에 사서... 번식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카랑코에...
인터넷에서 퍼왔다.
꽃 색깔은 다양하게 많다. 재배하기가 무척이나 쉽다.
오후 네 시쯤에 한강변으로 바람 쐬러 나가자는 아내의 제의에 나는 고개를 끄덕했다.
사실 말이지. 요즘 미칠 지경이다. 시골에 내려가서 텃밭에서 일 좀 했으면 싶은데도... 시골에 내려가지 못한 채 서울 잠실 아파트 안에서만 갇혀서 지내자니 삶이 죽을 맛이다. 이런 남편의 울화를 짐작했을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잠실대교 한강변으로 바람을 쐬면 울화가 다소는 가라앉을 게다.
날씨도 화창하고, 봄바람도 살랑거리고, 온갖 꽃들이 핀 봄이다.
내 마음도 함께 화창했으면 싶다.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데도 내려가지 못하는 내 꼬라지가 정말로 안됐다.
오후 3시 반에 아파트를 벗어나서 한강변으로 나갔다.
강바람이 무척이나 거세며,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역류하는 것처럼 물결이 상류쪽으로 흔들거렸다.
잠실대교 아래 산책로에는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가벼운 자전거 패달을 밟으면서 질주하는 젊은이도 자주 눈에 띄었다.
성내천교까지 걸어갔고, 강가에 내려가서 출렁거리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되돌아서 천천히 걸었다. 왕복 딱 2시간이 걸렸다. 은근히 지친다. 오늘 밤에는 곤하게 잠이 들을런지도 모르겠다.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남편이 염려스러운지 아내는 '내일도 오전에는 석촌호수, 오후에는 한강변으로 걸읍시다'라고 제안했다.
글쎄다. 그거 무척이나 피곤할 텐데...
오른발 새끼발가락에 티눈이 생겨서 은근히 절뚝거리며 아파하는 요즘이다.
이제는 양쪽 발가락에 티눈이 생겼으니 조금만 오래 걸으면 발가락이 아파서 기우뚱 기우뚱하면서 걸어야 한다.
오래 전 오른쪽 무릎도 다쳤다. 30대 후반... 직장에서 현역장교와 축구시합을 벌렸다가 무릎이 꺾이는 바람에 다쳤다.
이게 나이 든 요즘에는 다시 욱씬거린다. 조금씩 덜 걸으라는 신의 뜻인가 싶다.
잠실(蠶室)은 예전에 뽕나무를 치던 곳이다.
잠실대교 아래에서 성내천교로 나가는 터에는 뽕나무를 제법 많이 심었다.
뽕나무 가지에 새순이 오르고 있었다. 열매인 오디가 자잘하게 맺었다.
아내는 뽕잎을 따고 싶었을까? 지난해 서해안 산골마을에 있는 내 텃밭에서 산뽕잎사귀를 뜯어서 서울 가져온 기억을 꺼냈다. '앵두 딸 때인 5월 말이었지요. 앵두나무는 하도 늙어서 앵두가 없기에 대신 뽕잎을 땄지요. 그거 무척이나 맛이 있지요. 올해에도 앵두 딸 때쯤 시골 가서 뽕잎을 따고 싶어요.'
자생하는 산뽕 잎사귀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냉동보관하면 오랫동안 풋나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올해에도 뽕잎을 따고 싶은가 보다. 서울 잠실대교 아래 뽕밭을 지나면서 자꾸만 욕심을 낸다. 그거는 남의 것이다. 송파구에서 관리하는 수목이기에...
서해안 중부 해변가 인근은 갯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서 생각보다는 기온이 차갑다.
이런 탓일까? 물앵두는 5월 말쯤에서야 익는다.
올 5월 말쯤에는 시골 다녀와야겠다. 아내는 산뽕나무에서 뽕잎을 따고, 나는 산뽕나무 가지를 톱으로 잘라내야겠다. 제멋대로 웃자라서 하늘을 찌르는 듯하게 큰 나무의 줄기를 잘라서 키를 낮춰야겠다.
내 텃밭에는 매실나무, 산뽕나무, 모과나무, 은행나무 등 키 큰 나무가 가득 찼기에 자생하는 잡목(산뽕나무 등)도 웃자라서 키만 멀대같이 큰다.
키를 낮추려면 톱으로 나무 중간을 잘라내야 할 터. 잘라낸 줄기에서 아내는 뽕순을 쉽게 딸 수 있을 게다.
2021. 4. 8. 목요일.
나중에 보탠다.
잠깐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