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령 시인께서 대담 진행해 주셨습니다.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기현 시인의 낭독입니다.
감변勘辨
한국전쟁 직후, 버리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라며 해우소解憂所라는 이름의 단어를 처음 세운 경봉鏡峰 스님, 밤잠 안 자고 용맹정진 수행과 격외의 걸림 없는 사자후 토해내니 그가 살짝 돌았다, 미쳤다 등등의 세상 사람들 입방정에 올랐다 그러자 법 형제 전강田岡 스님이 통도사 극락암을 일부러 찾아가서는 짚고 있던 지팡이로 땅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대가 이 원 안에 그냥 들어가 있어도 죽을 것이요, 원 밖으로 나와도 죽을 것이로다” 한즉, 경봉 스님이 들고 있던 부채를 펴서 그 일원상一圓相 쓱쓱쓱 지워 물리치는 시늉을 하며 울타리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허허허 호탕한 웃음을 날려 보냈다는 이야기의 그,
*감변勘辨: 수행자의 역량이나 근기根機를 점검하는 문답. 불교 서적 『임제록』을 구성하는 목차의 한 이름이기도 하다.
김명희님의 낭독입니다
구름감별사
예순도 안 되어 다니던 직장도 작파하고
세상 떠돌며 세월 따라 잘도 놀고 있는데
일흔을 훌쩍 넘긴 이남미 큰누부야는
다른 일자리라도 새로 알아보라 성화지만
다시 돈 벌려고 노동하고 싶지는 않네
굳이 일자리 하나 알아본다면 저 하늘의
구름관찰사나 구름감별사는 어떨까 몰라
시간이나 장소, 보수에도 연연하지 않는
서로 시시때때로 뭉쳤다 흩어졌다 하면서
별별 모양으로 빚어지는 기찬 구름들과
온종일 놀기만 하는 구름관찰사보다는
땅 위 개별 꽃들에게, 동물과 인간들 품에
잘 어울리는 구름 짝지어주는 그런 일의
구름감별사면 다시 이력서를 써볼까도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