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10시에 정팅이면 흠... 충분하군....
버스를 탔다. 맨 앞자리에서 한참을 졸다가 일어나보니 아직도 버스는 거의 제자리를 유지하는 듯 했다....
아직 멀었군...
다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몇미터 가다가도 신호등이란 신호등은 죄다 걸리고...
40분만에 도착해야 할 거리를 두시간이 걸렸다.
9시에 수원역에 내렸다. 정류장에 사람 장난 아니게 많고... 버스는 소식이 없다....
기다리기 시작한지 10분...20분.... 지하철을 탈까 망설이다가 지하철을 타면 갈아타야되고 빙빙돌아서 우리집까지 몇 정거장 되지도 않는것이 1시간 정도 걸린다는 생각에 끝까지 버스를 기다리기로 결정.
추위에 움츠리기 싫어 일부러 목을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서있었지만.... 거의 내앞에 서는 모든 버스의 번호판을 째려 ←.←보다가 40분만에 버스 도착.... 집까지는 평소에 12분이 걸렸으므로 넉넉잡고 15분... 음 뛰어들어가면 정팅참석은 물론 볼륨이빠이도들을수 있겠구나......
우루루 몰려가는 사람들을 제치고 (아줌마 정신!!) 버스를 집어탔다. 못탄 사람들이 운전기사에게 난리를 치고.... 운전기사 아저씨는 자기도 시화에서 4시간에 걸쳐 수원역에 왔노라며 이해해 달라고.... 헉.... 엇... 뚜.... 우리집까지는 그럼 얼마가 걸린다는거야.... 차라리 내리고 싶었지만 여러사람 밀치고 냉큼 올라탄 덕에 저 깊쑥히 타고 있던 나는... 흑.... 그래 오는건 막혔지만 가는 길은 뚫렸을꺼야.... 위안을 하고.... 수원지하철역을 지나칠때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도리질을 하며 집에 갈 생각만 하기로 했다....
간발의 차로 앉지도 못하고 서서 가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길이 잘 뚫려 즐거워 하는것도 잠시.... 버스는 아주 길에 서있게 되었다. 유리창에 물방울들이 사람들의 열기로 흘러내리고 앉아있는 사람들은 나몰라라 잠들을 자고 서있는 사람들은 더워서 쩔쩔매고.... 버스기사 아저씨는 그래도 제일 끝차선에서 약간의 탈선을 하시며 나름대로 최대한의 속력으로 운전을 하고.....
이대로 내려서 걸어갈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길 밖에서 넘어지고 자빠지며 쩔쩔매는 사람들의 모습.... 부츠를 신은 나에게는 저건 찜통버스보다 더한 고문일꺼야... 게다가 거긴 산업도로라서 인도도 없었구....
아저씨는 거의 다 올즈음 아예 노선을 바꾸어서 주택가로 들어선다. 우왓... 이대로 가면 차라리 우리집이랑 더 가깝겠다.... 중간에 내려야지.... 마침 내려달란 아저씨가 있어 쫄랑쫄랑 뒤따라 가봤지만.... 넘나도 많은 사람때문에 그아저씨도 나도 중도포기.... 하긴 수원역에서 거의 한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이 죄다 이 버스에 탔으니.... 손도 움직이기 힘든 공간에서 핸드폰 계속 오고 문자 계속 오고.... 결국 원래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니 11시 20분..... 지옥의 버스.... 고등학교 이후로 그런 버스는 타본적이 없었던 것 같은..... 12분의 거리를 무려 1시간 40분동안 타고 어기적 어기적 집에 도착하니 11시 50분.... 집까지 걸어들어오는데에만도 30분이 걸렸다. 하긴 내 폼은 걸음이라고하기에는 민망한 게걸음 혹은 엉금엉금....
친구가 중요한 말이 있다고 꼭 전화하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전화를 하다가 오늘의 일들을 쭈욱 말을 하니...
너 오늘 완전 머피의 법칙이었구나...한다...그러면서 내가 넘 불쌍하다고 이제 돈번다고 맛있는거 사달라는 말은 안하겠다나...
매일 131에 전화를 걸어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도 눈이 한방울이라도 내릴까 무서워 차대신 버스를 고집했던 내게 어제 하루는 자연의 위대함과(음... 진정 위대하다고 해야 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흠뻑 맛보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얼마 오지 않은 눈으로 온 도로가 꽉 막히고 어쩔수 없이 들어야 하는 버스 옆, 앞좌석의 사람들의 하나도 재미없는 수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소리들....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거 하나 확 잡아빼서 같이좀 듣자고 그러고 싶더라니까....
눈이 올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말들을 하지만...
끙....
이번 겨울에 눈이 많이 왔어도 어제와 같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팅이 몇시에 끝났는지.... 겨우 세수만 하고 침대로 뻗어버렸으니..... 지난번 폭설때 마침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언니네 집앞에 세워놓고 온 경험이 있어 왠만하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 맘먹었지만... 이제 눈이 오면 아예 집밖에 안나갈꺼다....
어른이 되면 눈이 싫어진다더니....
눈이 싫은 정도가 아니라 이제 무서워진다....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