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이들 새끼줄(?)은 참 바쁘다.(방학인데도...이게 다 뭐하자는 짓인지...)
결국 시간을 내어 잡아본게 이번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래서 금요일 어머니를 이모님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장거리를 가야하니 차를 조금 손보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이게 좀 늦었다.
더더구나 차를 손보러 가서 타이어 바꾸고 어쩌고 하다보니 비용도 이십여만원이 훌러덩 날아갔다. (떠나기도 전에 여행비가 미리 지출이 되버리니 이 사태를 우얄꼬...)
어쨌거나 차를 맡겨놓고 집에 돌아와 짐싸고 (집사람과 아이들 짐은 이미 집사람이 꾸려놓았다. 아이들 과자, 마실것 거기에 맥주캔까지...)
당분간 못 볼 컴앞에 앉았다가 차를 찾아오고 내친김에 점심까지 먹고 경비 아저씨께 인사 드리고 나서 드디어 출발하는 시각이 오후 두시가량...
일단은 진안의 마이산을 보고... 근처에서 운주사(화순)를 보던가, 소쇄원(담양)을 보던가, 그도저도 아니면 곰소항에 가서 요즘 TV에 나오는 곰소항 육자매를 만나보고 오려고 했었다.
어쨌거나 날씨도 그런대로 좋고 길도 그렇게 밀리지 않고...
대전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들어서서 장계 I.C.를 통과...
애들은 뒷자리에서 꼬박거리고 졸기도 하는 동안에 일단은 금산까지 내쳐 달려서 인삼랜드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이름 참 특이하다. 인삼랜드 휴게소라....
뭐 먹을것, 마실것 다 싸들고 왔으니... 화장실만 잠시 들른 셈이지만...^^
장계에서 나왔다가 길을 잠시 잘못 들어서... 작은 골목으로 일단 들어갔다가 차를 돌려서 다시 진안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평일저녁... 차가 많지도 않고 도로도 좋았다...
진안에 들어설 무렵엔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더니만 저 멀리 마이산이 보이는데... 가까이로 가니 날이 어두워졌다.
마이산 모텔에 도착 방 하나 얻어들었다.
방안에 먼저 들어간 아이들이 환성을 질러서 가보니 침대가 물침대...
누우면 이리저리 꿀럭꿀럭 소리도 나고 온몸이 흔들린다.
아이들은 좋아라 하는데... 우리는 별로다.
아이들은 침대위에서 재우고 우리는 밑에서 자기로 하고 짐정리하고 간단히 씻고 맥주도 한깡 들이켜고 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모텔에 붙어있는 식당으로 갔는데...(아들놈은 차안에서 김밥이니 쉴새없이 머어대더니 자기는 안가겠다고 방에서 TV나 보겟다고 해서 남겨두고...)
일단은 잘 모르는 곳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된장찌게, 김치찌게 백반을 시켰다.
그런데... 나온 음식은 정말이지 좀 실망스런 수준...
대체로 남도쪽엘 오면 먹는건 괜찮은 편인데... 이거 좀 아니다 싶은...
딸아이는 거의 안먹고(딸아이는 입이 아주 짧다) 억지로 음식을 먹었다.
올라와서 맥주만 한깡 더먹고 자려는데 아차차 우리 식구들 약을 안챙겨왔다. (우린 요즘 아들놈 빼곤 다 약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아이들 한약은 아예 못 먹기에 포기하고서도... 나는 혈압약, 집사람은 가려움증약, 딸아이는 아토피약 그런데 하나도 못 챙겨온 것이다.)
결국은 밤새도록 긁고 얼굴까지 벌겋게 된 딸아이때문에 아들놈 빼고 나머지 셋은 잠을 완전히 망쳤다.
아침에 새벽 여섯시에 일어났다.
어젯밤 한두시간 자다가 깼다가 또 한 삼십분 자다가 깼다가 또 한시간쯤 자다가 깨다가... 잠이 더 안올것 같아서 아예 일어나 버렸다.
일단 일어났으니 세수 조심조심하고 커피캔 하나 마시고 옷을 추스려입고 방을 나와 모텔 주변을 돌아본다.
차엔 하얗게 성에가 덮여있고 옆길로 슬금슬금 올라가 보니 매표소엔 아무도 없고... (아하~ 지금 올라가면 공짜인데...)
일곱시가 좀 넘으니 모텔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온다. 그리곤 진짜 공찌로 산을 오른다.
여덟시 반쯤 올라가 집사람을 깨운다. 역시 잠을 못자서 죽을 상이지만... 그래도 애들 깨우고 씻고 짐정리하고... 고민인게 아침이다.
아침을 뭘로 먹나? 다행히 애들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단다.
엊저녁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반건조 오징어 살짝 구워 가지고 온걸 먹더니 그럭저럭 견딜만한가보다. 에라 먹을것 별로 없어보이는데 아침은 그냥 건너뛰어 보자... 대신 점심, 저녁 맛있게 먹고...
전화도 두세통 받고 (휴대폰 안들고 다닐 수도 없고 여기까지 쫓아오는 전화라니....)아이들도 잠을 설쳐서인지 찡찡거리는 걸 달래고 하다보니 시간은 사정없이 지나간다.
에에라 오늘은 탑사까지만 보자... 금당사인지도 관람료를 내는 셈이지만
그건 여기 북부에선 머니까...(사실은 2.6km인가 정도였지만 애들을 끌고 가려니...점심을 이곳아닌 다른 곳에서 먹으려고 시간을 따져보니 만만찮아서 포기했다.) 탑사까지는 1km 정도라니 여유있게 볼 수 있을것 같았다.
매표소에서 어른 이천원 아이들 구백원씩 도합 오천팔백원을 내고 대신 마이산 안내지도 두장을 받아들고 계단 오르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운동을 안한 몸뚱이는 마음과 다르다. 처음엔 인조로 된 나무 무늬(속엔 시멘트인...) 계단은 경사도 그럭저럭이었는데 막판에 나오는 돌 계단은 경사가 상당하다.
올라가니 쉼터가 나오고 한 옆으론 화암굴 가는 돌 계단이 역시 상당한 급경사로 버티고 있다. 힘들어하는 딸아이와 집사람은 남겨두고 아들놈과 함께 화암굴로 가는 계단을 또 오른다. 올라가보니 바위 틈새에 촛불하나 켜있다. 별로 볼것도 없는것을... 다시 이미 탑사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집사람과 딸아이 뒤를쫓아 이번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번은 진짜 나무 계단이어서 걷기가 더 좋은것 같다.
조금 내려가니 은수사가 나온다.
이곳이 겨울이면 물이 하늘로 치솟아 언다는 역고드름 현상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쉽게도 날이 이렇게 봄날이니 물이 얼었을 리 없고 볼수도 없다. 그저 둘러보는데 여기에 오니 마이산의 타포니 지형 (마이산 중 암마이봉에 세계 최대의 규모인 '타포니'가 형성되어 있다. 타포니란 지질학적으로 암석 속에 침투한 수분이 모세관 현상에 의하여 내부로부터 풍화 작용을 일으켜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간 것을 말한다. 마이산은 퇴적암의 일종인 역암으로 움푹 파여 있는 모습이 마치 콘크리트를 바른 것처럼 보인다.
마이산의 타포니는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신생대 제 4기 빙하기와 뒤에 온 한냉기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자료이다.--이상 엠파스에서 찾아본 설명)이 잘 보인다.
아프다고 징징대는 아이들에게 코코아 한잔씩 우리들은 커피를 한잔씩 뽑아 마시고 쉬면서 사진도 찍은 후 다시 탑사를 보기위해 길을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니 탑사가 보인다.
야~ 이거 정말 탑사 관광료가 육백원(어른기준: 탑사 관람 육백원, 금당사 관람 육백원 입장료 팔백원 도합 이천원이었음)이었는 데... 육백원 하나도 아깝지 않다.
아이들도 이렇게 돌탑을 쌓았다는 이갑룡처사 상앞에서 향도 피워보고 좋아라 한다...
수십년에 걸쳐서 무너지면 다시 쌓고 쌓고 해서 이렇게 쌓았다니... 그것도 혼자 힘으로... 놀라울 뿐이다.
더구나 올라갈 수도 없는 마이산(암마이산) 중턱의 타포니 굴안에까지 돌을 쌓아 놓은 걸 보고... 아이들은 사다리차를 불러서 쌓았을거라는둥 자기들끼리 짱구를 굴리는 모양...하지만 정답은 나도 모르니 가르쳐줄 수도 없다.
애들을 달래서 다시 또 온길을 거꾸로 올라가야겠기에 기념품 가게에서 간단한 것 하나씩을 사준다.
그리곤 이제 왔던 길을 거꾸로 올랐다. 또 계단을 끝없이 오르락 내리락... 계단이 힘들지만 워낙 경사도 심하고 하니 계단을 안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다시 내려와서 아직껏 모텔주차장에 서있던 차에 올라타고 출발...
진안에서 먹을까... 하다가 전주로 가기로 한다.
전주에서 예전에 왔었던 한정식집을 찾으려고 전주시내를 뱅뱅 돌았다.
그런데 왜 그리 여기가 저기같고 저기도 거기같고...
하긴 십년쯤 전에 와보았던 집이다. 그때 정말 맛잇게(아니 정말 행복하게) 먹었었다. 예전에 전주쯤에서는 어느 집이나 들어가서 먹어도 대개 성공이었다. 그런데 몇년전 실패를 한번하고부터는 아무데나 가기가 좀 그렇다...
결국 못 찾고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 말에 (하긴 점심때도 지났다.) 그냥 적당한 크기의 음식점엘 들어갔다.
불고기 백반을 시켰는데... 꽤 친절하고 맛있었다. (오늘은 성공이군...)
다음 일정을 어쩔까... 하다가 오늘은 그냥 맛있게나 먹자하는 생각에 곡성으로 가기로 했다.
곡성... 애고애고 곡성장 눈물나서 못보고... 하는 곡성이다.
일제시대에 유명했던 곳...
(일제시대에도 일제가 제대로 발을 못 붙였던 곳이 전라도 쪽에 삼성 삼평이라고 있었다. 그곳이 내가 알기로는 곡성, 장성,보성 그리고 남평,함평 또 한 X평은 기억이 안난다. 엿으로 유명한 창평인가...? 하여간 일본 사람들도 삼성삼평이라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고 한다.)
곡성은 예전 군대있을때 왔다갔다 하면서는 몰랐는데...
(상무대에서 근무했다우... 그 유명한 광주의 오월에....)
제대하고 알고보니 석곡면의 버스 터미널 옆... 허름하던 식당이 돼지 불고기로 너무너무 유명했던 곳이었다.
하기야 그때에 좋은 곳 많이 다녔다. 김삿갓 무덤이 있다는 화순의 동복,(김삿갓 무덤은 그런데 강원도에도 있다. 어느게 진짠지 모른다.)
구례의 천은사(요즘은 망쳤다. 지리산 도로가 뚫리면서 길옆의 천은사는 망가져 버렸다.예전의 고즈넉함이 사라져 버린것이다.) 곡성의 압록(요즘엔 여기도 유원지가 들어서서 아주 버려버리고 말았단다.)....
전주에서 다시 임실(우리나라에서 처음 치즈를 생산한 곳이다. 외국인 신부가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치즈를 만들었다고 한다.)을 거쳐서 남원으로 해서.... 아차차 또 길을 잘못들어 구례로 갈뻔 했다가 다시 남원 시내를 거쳐 곡성으로... 그래서 석곡엘 드뎌 도착해서 저녁을 돼지 숯불석쇠 구이를 맛있게 먹었다. 원조집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을 안 열었다. 그 옆의 뭐 TV에 나왔다고 간판에 써 붙인 집엘 갔는데 여기도 맛있었다.(이 일대에 여러 집들이 있는데 아마도 다 맛있을 것 같다. 원래는 이곳에선 돼지를 제주도에선 도새기라고 하는 소위 똥돼지-인분으로 키운-를 쓴다는 것인데...요즘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맛있었다.)
먹고나서 집사람이 그냥 집으로 가잔다. 어제 잠을 못잔게 영 죽겠는 모양이다.(우리 집 사람은 잠순이다) 하기야 오늘 밤도 약이 없어 밤새 긁고 괴로워할 딸아일 생각하니 나도 끔찍하다. 내 약도 없고...(내 약이야 하루 이틀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해도... 집사람도 그럭저럭 버틴다고 해도...)약국엘 가니 처방전이 없어 약을 줄 수가 없단다. 매번 쓰는 피부 연고제 하나 사기도 불가능하구나... 의약분업전의 시대가 참 편했다.(물론 그래도 문제점이 많지만... 사람은 이렇게 간사해서 당장 내가 불편하니 의약분업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컴퓨터를 하고 싶은 아들놈도 집으로 가잔다. 에그... 컴이 뭐길래... 여행을 마다하노...)
돌부처가 많은 운주사... 정말 가보고 싶던 소쇄원... TV에서 보던 곰소항 육자매... 적어도 이중 하나는 더 보고 왔어야 할 것이로되...
약을 챙기지 못했으니... (약이라곤 애들 멀미약만 챙겼다.)
저녁까지 느긋하게 푸짐히 먹고 잠도 많이 부족했던터라 미리 아이들과 집사람에게도 단서를 달았다. 집으로 가지만 피곤해서 운전을 힘들어 못하면 중간에 쉬어 갈수밖에 없다고...
차안에서도 아들놈은 자는데 딸아이는 잠을 자지 못한다.
더더구나 길이 정말이지 이게 몇년만인가? 토요일 밤인데 믿을 수 없게 길이 하나도 밀리질 않았다. (석곡I.C.에서부터 집까지 말이다.)
결국 새벽 한시 좀 못되어서 (중간에 휴게소를 두세번 들러 쉬엄쉬엄 왔는데도... 과속도 하지 않았는데도...)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다리는 소위 알이 배기는 것인지 막 아프다.(지금까지도...)
씻고서 멘소래담 로션을 바르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났다.(아침인가... 점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