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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야호♬ (lil_ili@hanmail.net)
친정 ★ 야호스토리(http://cafe.daum.net/yaho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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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손님>
7
"그러니까 저는 싫..."
"근데 진군이랑 계약하려면 어디 통해서 해야하죠? 매니저 연락처 좀 알려줘요. 그러고보니 소속사도 모르네."
윤준의 말을 끊고 피디가 휘리릭 말을 내뱉었다. 자신의 의견이 아주 묵사발나자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지는 윤준을 보니
이렇게 행복하고 고소할 수가! 키득키득 터지는 웃음을 애써 참다가 피디가 내뱉은 말을 머리로 이해하자마자 내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졌다.
뭐라고요?
"아, 저기 저는 그 계약을 할 수가 없는데..."
힐끔 이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이모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나나 윤준,
그리고 피디님의 이야기를 몇번이나 곱씹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모 생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나부터 도와주지? 나 이러다가 계약하게 생겼는데?! 심지어 난 여자잖아!
"진군, 이건 아주 좋은 기회에요. 준이한테 연기도 배우고, 진군도 분명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거에요. 게다가
드라마 방영기간에는 자기홍보를 할 수 없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군의 홍보를 도울게요!
우리가 사정이 아주 급해요. 작가는 진군을 정말 마음에 들어하고, 다른 배우는 싫대요. 게다가 나도 진군의 이미지가
아주 좋아요."
"하지만 계속 말씀드렸듯이 전 연기를 절대로 못하는데...게다가 다른 배우분들이 싫어하실거고..."
이번엔 윤준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내가 내뱉은 말에 윤준의 눈썹이 삐딱하게 구겨졌다. 이미 윤준은 피디가 자신의
의견을 묵살하고 나를 캐스팅하려고, 심지어 자신과 같이 지내게 하려고 할 때부터 분위기가 험악하게 굳어있었다.
나 이러다가 나중에 으슥한 곳으로 불려나가서 진짜 두들겨 맞는 거 아냐?
"그건 걱정마요. 준이랑은 같이 지내면서 차차 친해지면 되고, 오디션에 있던 다른 배우는 진군한테 만점줬어요."
"누가? 한소가?"
"응, 말했잖아. 너 말고 우리는 다 진군 만장일치였다니까."
피디의 말에 윤준이 깜짝 놀란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피디의 말이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이내 녀석은 얼굴을 잔뜩
구긴 채 가볍게 신경질을 냈다.
그러고보니 한소? 한소라함은 아까 미용실에서 본 그 사람을 말하는건가. 하긴 그 남자 내 오디션 얘기를 했었지. 돈도
대신 내주고. 윤준처럼 나한테 으르렁거리는 배우들로 바글바글한거라면 사절이지만 그 사람 같은 배우들이 더 많다면
나쁘진 않지.
낮에 본 이한소라는 사내의 얼굴이 살짝 떠올라 괜히 샐죽 웃었다. 웃다가 고개를 드니 이모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 깜작 놀라 얼른 정색하자 이모가 긴 한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진군 잘 생각해봐요. 절대로 나쁜 조건이 아니에요. 게다가 사실 우리 드라마가 계속 캐스팅 문제를 겪으면서 진군이
맡을 배역은 제대로 리딩을 못해봤어요. 난 지금 너무너무 제대로 된 리딩이 하고 싶어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대로
무사히 촬영해서, 제대로 방송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발..."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무리에요. 저는..."
"진이 계약은 제가 담당하죠."
...응?!
느닷없이 내 말을 끊으며 내뱉어진 말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피디와 내 사이의 대화를 끊고 들어온 것은 이모였다.
이모는 긴 생각 끝에 결정을 내린 듯 단호하지만 차분한 모습으로 피디를 향해 말했다.
난 내 사정과 이모 사정을 생각해서 최대한 완곡하게 거절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모가 내 뒷통수를 치다니!
너무 놀라서 어버버거리며 이모를 쳐다보자 이모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다시 피디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이건 말도 안된다 싶어 윤준을 쳐다보자 윤준은 이미 포기한 듯 인상을 팍 쓴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왜?! 내가 죄졌어?! 난 안하려고 했다고! 안하려고 했어! 악!
차마 대놓고 구시렁거릴 수 없어서 얼른 고개를 돌려 입만 삐죽이며 이모를 쳐다보았다. 이게 뭔 일이래, 아이고.
"이사님이요?"
"사실 진이가 떨어질 것 같아서 말씀 안드렸는데, 사정이 이렇게 됐으니 안밝힐 수가 없네요. 진이는 제 조카에요.
사정때문에 미국에서 자랐는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연기가 하고 싶다는거에요. 그래서 일단 한국으로 불렀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이번에 드라마 오디션을 보게 해줬구요. 설마 이렇게 덜컥 합격해버릴 줄은 저도 몰랐지만."
"와, 잘됐네요! 그럼 이사님이랑 계약을 진행하면 되는건가요?"
"네. 일단 한국에서는 제가 진이 보호자고 진이는 이쪽 일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거든요. 제가 담당해서 진행할게요."
"잘됐어요! 역시 술술 풀리려니까 이렇게 풀리는구나."
내 성별이 여자라는 점은 쏙 빼놓고 이모는 이야기를 살짝 각색해서 말했다. 뜨악한 표정으로 이모를 쳐다보자 이모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두 눈을 부릅뜨며 날 바라보는 모양새가 '가만히 있어'라고 나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조용히 하라면 조용히 해야지, 내가 어디서 마구 떠들 입장은 아니니까.
죄인처럼 입을 꾹 다물고 이모와 피디가 이야기 주고 받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윤준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윤준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야, 꼬꼬처키."
"왜요."
"으리으리하다?"
"...뭐가요?"
뭐가 으리으리해? 꼬꼬처키라 불린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은근히 비아냥거리는 윤준의 말투에 괜히 욱해서 퉁명스레
그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윤준은 턱짓으로 이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뒷빽."
"아니, 그러니까 이건 그런 게 아니고..."
"근데 어떡하냐?"
이미 내 이야기는 듣지 않기로 한 듯 윤준이 내 말을 싹둑 잘라먹으며 먼저 말을 내뱉었다. 잔뜩 굳어있던 그의 표정이
천천히 나아진다 싶더니 이내 윤준은 씨익 웃었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런 거 안통하는데."
...대, 대마왕이다!
여기 왕자님을 집어삼킨 지옥 대마왕이 있어!
*
- 딩동! 딩동! 딩동!
"나가요, 나가!"
정신없이 눌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한소가 가볍게 신경질을 부리며 현관으로 향했다. 스케줄도 없는데 누가 이렇게
요란하게 자신을 찾는지 의아해하던 한소는 이내 인터폰에 나타나는 얼굴을 보고 한숨을 후 내쉬었다.
"술 취했어?"
- 문 열어. 여기 있는 사람 전부 깨워서 사고치기 전에.
가벼운 신경질은 자주내도 이렇게 얼굴을 구기며 나타난 적은 드문 자신의 친구 모습에 한소가 별 다른 말 없이 문을
열었다. 띠리릭-하고 도어락 풀리는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현관문이 열렸고, 이내 준이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왜그래? 우리 누나랑 또 싸웠어?"
"누가?! 내가? 내가 현정이랑 왜싸워!?"
"연인이니까?"
"그 의문형은 뭔데? 뭐야, 너 현정이한테 얘기 못들었어? 우리 헤어졌어. 그것도 나 입대하기 전에."
"얘기는 들었지만 다시 사귀는 줄 알았지. 그거 말고는 네가 이렇게 요란스럽게 우리 집에 올 이유 없잖아?"
"제대로 당했어."
준이 소파에 앉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다짜고짜 찾아와서 이유모를 말을 내뱉는 준의 모습에 한소가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부엌으로 향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한소는 준에게 냉수를 건넸다.
"이거 마시고 정신차려. 더위 먹었어?"
"너 만점 줬다며?"
"응?"
"꼬꼬처키...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모르겠구나. 그 대기번호 9번한테 너 만점줬다며."
"어, 줬지. 근데 어차피 상관없잖아? 9번 떨어졌..."
"뽑혔어. 방금 계약하는 거 보고 왔어."
준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한소가 놀란 듯 순간적으로 멍하니 준을 쳐다보았다. 이내 미용실에서 만났던 낙원의 모습이
생각나 한소가 자신도 모르게 생긋 웃었다. 하지만 준 앞에서 너무 대놓고 웃을 수는 없었기에 한소는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자꾸 터지려는 웃음을 꾹 눌러참았다.
"...어쩌다가?"
"작가가 마음에 들어한다나 뭐라나. 게다가 더 웃긴건 걔 뒷빽이 누구였는 줄 알아? 이사였어. 제작 이사."
"그래? 그 9번 이름이 뭐야?"
"제작 이사 조카라나 뭐라나...알게 뭐야, 이름 같은 거."
준이 생각할수록 열불이 나는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벌러덩 소파에 누웠다. 터지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준의 시선을 외면하던 한소가 준의 행동에 얼른 표정을 싹 굳혔다.
"...방금 치웠는데."
"또 치우든가."
"오늘 왜이렇게 삐딱해? 네가 9번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어차피 뽑힌 거 그냥 서로 좋게좋게 촬영하면..."
"같이 살래잖아."
"어?"
"살림차리게 생겼어. 것도 사내자식이랑."
한소가 놀란 표정으로 준을 쳐다봤으나 준은 애꿎은 쿠션만 바닥으로 밀어내며 소파에 누워 그대로 눈을 붙였다.
준의 다리길이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소파때문에 삐죽이 준의 발 한마디가 소파 밖으로 삐져나왔으나 준은 그다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한소는 몇 번을 곱씹어도 준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묻고 싶은 게 산더미 같은 얼굴로 한소가 준에게
물었다.
"같이 지낸다고? 누가? 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랑 같이 지내라고?"
"어."
"부모님이랑도 같이 안지내는 너랑?!"
"걱정마. 나도 다 생각이 있거든."
눈을 감은 채 잠을 청하려던 준이 눈을 뜨더니 씨익 웃었다. 준의 웃음이 어딘가 심상찮다고 느끼며 한소가 몇마디 더
내뱉으려는 찰나, 준이 먼저 말을 내뱉었다.
"난 걔 절대 안내쫓을거야."
"그래, 앞으로 같이 하게 될 배우잖아. 잘 지낼거지?"
"난 절대 안내쫓을건데, 걔가 나가고 싶어지면 그건 내 책임 아니잖아?"
씨익 웃는 준의 얼굴에서 한소는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잘 볼 수 없었던 준의 본래 모습을 얼핏 다시 본 기분이 들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한소가 걱정스레 준을 바라보았으나 준은 다시 두 눈을 꾹 감고 씨익 웃고 있을 뿐이었다.
"꼬꼬처키따위, 아주 눈물 쏙 빼내주지."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준의 표정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일곱살짜리와 비슷했다.
*
"이모! 제정신 맞아요?!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해요? 게다가 뭐? 윤준이랑 같이 지내라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너도 봤잖아. 피디 절박한거. 그리고 나도 제작이사 입장에서 아직도 드라마가 캐스팅때문에 리딩조차 제대로 못한 거
마음에 안들어. 하루빨리 제대로 리딩하고 예정된 날짜에 촬영 들어갔으면 좋겠어."
"그래도 그렇지 여조카를 남자랑 둘이 지내라고 들이미는 이모가 어디있어요!!!!!!!!!"
"어차피 윤준은 모르잖아!"
이모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나와 이모 사이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소리지름이 시작됐다. 나보고 연기를 하라니, 게다가
날 그렇게 싫어하는 윤준과 같이 살면서 연기를 배우라고?! 차라리 나보고 호랑이 굴에 가서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하지?
"전 절대 싫어요."
"싫든 좋든 해. 이미 계약서에 싸인하고 계약금 얘기까지 끝냈어."
"이모!"
"정말 싫으면 안할 방법을 알려줄까? 미국으로 돌아가."
이모의 말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지금 처한 상황을 봐선 나도 '에잇, 몰라!'라고 외친 뒤 미국으로 휙
돌아가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스스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우선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한국행을 응원해준 새엄마인 안젤라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고 그 누구보다 그리워하던
친엄마를 만날 기회를 코 앞에 두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건 나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모, 이건 너무 치사하잖아요."
"사회 생활이 그런거야. 가족이라서 봐주는 거? 그런 거 이 바닥에는 없어. 네가 원하는대로 엄마를 만나고 싶다면 너도
날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지. 그게 올바른 거래 아니겠어? 기브 앤 테이크. 너도 알잖아, 낙원아."
"그래도 걘 남자잖아요. 저는 여자고. 분명 같이 살다보면 눈치 챌 거에요."
"어차피 드라마 촬영 들어가면 서로 바빠서 많이 못 마주쳐. 최대한 내가 네 편의를 봐줄게. 응?"
어차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가지 밖에 없었다. 이대로 거절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영영 친엄마를 못만나느냐,
아니면 조금 불안하고 위험하더라도 이모를 믿고 제안을 받아들인 뒤 친엄마를 만나느냐.
그리고 내 선택은 몇 번을 물어봐도 사실 이미 정해져있는 것과 다름없었고 말이다. 그건 이모도 잘 알고 있을테지.
"...할게요."
"낙원아! 정말 고맙다! 네가 이모를 살렸어! 아니, 아니지 이 드라마를 살렸어! 수많은 스탭을 살린거야!"
"대신!"
"응?"
"일단 오디션때 도와준 값은 받아야겠어요."
내 말에 이모가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았다.
"원래 오디션 상황보고를 도와주면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이모도 저한테
다른 무언가를 하나 더 주셔야하지 않겠어요? 그게 이모가 말한 기브 앤 테이크에요."
"미국에서 자라더니 그런 건 확실하네. 좋아, 마음에 들어. 뭘 원하는데? 카드? 아니면 차? 옷?"
"그런 건 필요없어요. 어차피 면허도 없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젓자 이모가 '그럼 뭐?'하고 의아한 듯 다시 되물었다. 우물쭈물 이모의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이모의 집을 둘러보았다. 집안 곳곳에 걸려있는 이모의 사진때문에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사진..."
"응?"
"엄마 사진이요."
단 한 장도 가지고 있을 수 없었던 엄마 사진. 이제는 너무 많이 가물가물한 엄마를 사진으로나마 먼저 만나보고 싶었다.
엄마는 어떻게 웃던 사람이었지? 보조개가 있었나? 눈웃음이 있던가?
거짓말처럼 엄마에 관한 건 모두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는지 도저히 엄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낳아준
엄마인데 말이다.
"낙원아..."
"이모는 여러장 가지고 계실 것 같아서요. 엄마 젊었을 때 사진도 괜찮고 최근 사진도 괜찮아요. 그냥 한 장이라도 다시
가지고 싶어요. 생각날 때마다 보면서 엄마 얼굴 기억해두려구요. 만났을 때 어색하지 않게요."
"...그래, 그래 알겠어. 이모가 잘 나온 사진으로 찾아서 줄게. 걱정마."
이모는 더이상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고 알겠노라 대답했다. 자신만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모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활짝 웃음이 지어졌다.
*
- Rrr. Rrr. Rrr.
"으움...헬로우..."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려대는 핸드폰 벨소리에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 상대도 확인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
잠결에 미국에서 지내던 것처럼 영어로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기가차다는 듯 허-허고 웃는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헬로....아, 아니지. 여보세요? 한국 사람?"
- 꼬꼬처키, 해가 중천인데 아직도 자냐?
"...?!"
꼬꼬처키?! 나를 그렇게 부를 사람은 지구상에서, 아니 온 우주에서 단 한 명뿐이다. 지옥 대마왕 윤준!
깜짝 놀라 몸을 팍 일으켜서 핸드폰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다섯시잖아요. 무슨 해가 중천이에요. 이제 막 뜨겠네."
- 내 기준에는 중천이야. 토달지말고 일어나서 20분 내로 우리집으로 와.
"에?"
귓가에 들려오는 잔인한 소리, 뚜뚜뚜- 오! 그것은 기계음이로구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윤준씨!!!!! 야!!!!! 야 이 자식아!!!!! 대마왕!!!! 야!!!!!!!!!!!!!!!!!!!!!!!!!!!!!!!!!!!!!!"
지 멋대로 지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린 윤준의 태도에 마지막 남은 어이마저 가출할 것만 같았다.
이게 지금 대체 뭔 상황이래?
벙찐 표정으로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만 쳐다보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씻으면서 상황을 침착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차근차근...은 개뿔! 윤준 드디어 노망났나?!
"뭔 소리야. 내가 지네 집이 어딘지 어떻게 알고 20분 내로 가?"
하도 기가차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왔다. 침대 옆 탁자에 올려뒀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들어 한글자 한글자 문자를
보냈다. 아마 문자를 받으면 자기도 자기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하하하 웃어버리겠지?
[Your 집, 어디?]
최대한 간결하게, 핵심만 적어서 문자를 날려보냈다. 문자를 받은 윤준의 깜짝 놀라하는 표정이 눈 앞에 그림처럼
그려졌다. 아마 자기가 자기 집 주소를 안알려줬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겠지.
하!하!하!
- 문자! 문자!
문자를 알리는 알림 소리에 얼른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네비게이션? 알아서 와. 아참, 늦으면 참 재미있을 예정.]
... 윤준, 너...
"아, 진짜 짜증나!!!!!!!!!!!!!!!!!!!!!!!!!!!!!!!!!!!!!!!!!!!!!!!!!!!!!"
***
낙원이 웰컴 투 헬
야호♬
(+ 혹시나, 혹시라도 업쪽을 받으실 분들은 ‘♬’ 해주시면 됩니당!)
(+ 그리고 <이름을 빌려주세요!>의 번외에 대한 문의는 쪽지로만 받습니다. 댓글로는 안받아횽. 오홍홍.)
첫댓글 ♬ 업쪽 받자마자 날아왔어요!!! 대마왕ㅋㅋㅋㅋㅋㅋ왜 애를 다섯시에 불러내ㅋㅋㅋㅋㅋㅋ
꼬꼬처키**
작가님의 이름을빌려주세요랑거짓말의법칙을조아햇엇는뎅ㅋㅋㅋ정주행완료함다♬♬♬♬
꼬꼬치킨..ㅎㅎㅎㅎ 넘 재미있네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