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이 들어와 전입신고를 하는데
빌숑 신꼬밈다 이병 홍길동 전입을 명 받았슴다.
왠 초등학교 여자 아이가 신병으로 왔나 싶어 봤더니 분명 성인남자였다.
웃길려고 여자이이 목소리 흉내를 내는 줄 알았다.
목소리가 여자 아이 처럼 그게 뭐야 다시해 봐.
두들겨 패기 전에 남자처럼 씩씩하게 해 봐.
하지만 여전히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어릴때 아픈 적이 있어 목소리가 그렇다고 했고
군대에서 여자아이의 목소릴 계속 듣자니 짜증까지 났다.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사병이 있다는
사실을 중대장을 거쳐 대대장까지 보고 되었고 대대장은 부대 밖 병원에
데려가 성대 수술을 하게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병원에서 퇴원한 뒤
필! 썽!
씩씩하고 우렁찬 성인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그제서야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 사병은 첫 휴가를 갔다 오자 아버지가 부대까지 방문해 대대장님께 고맙다고 큰절까지 했다.
사실 큰 절로 보답하고 싶은 사람은 당사자의 아버지 보다 나였다.
괜한 오해로 쓸데 없이 죄없는 사람 목소리 갖고 괴롭힐 뻔 했다.
장교는 부하의 어려움을 능력 범위내에서
선임은 후임의 어려움을 능력 범위내에서 해결해 주는게 군대였다.
나는 선임으로서 후임의 어려운 점을 해결 해 준 건 뭐가 있었을까?.
지능과 체력이 모자라는 후임을 왕따시키지 않고 잘 적응하도록 도와 준 것 뿐.
근무했던 부대가 전방지역이라 적 전차 격퇴를 중요시해
전쟁이 나면 사수 부사수 탄약수 3인 1개조로 3.5인치 대전차 로켓으로 적 적차를 격퇴하는게 임무였다.
사수가 쏠려면 몸을 노출시켜야 하니 가장 위험하고 사수가 전사 했을때 로켓을 누가 잡아야 하나?
긴박한 상황에서 부사수와 탄약수가 서로 잡겠다고 다투어서도 안되고 서로 안 잡겠다고 미루어서도 안된다.
이런 걸 미리 원칙으로 정해 놓아야 한다.
당연히 부사수가 잡는다는 전투 서열이 정해져 있다.
3.5인치 대전차 로켓.
신병때 훈련 중 탄약수로 벙커에 들어가 보니
선임인 사수와 부사수가 빨리 전사해야 내가 멋지게 생긴 3.5인치 로켓을 잡고
적 전차를 격퇴 할 수 있겠구나
내가 쏜 로켓에 적 전차가 차례로 신나게 격파 되는 걸 상상하며
빨리 선임이 전사해야 할텐데 이런 철 없는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 뒤 세월의 흐름 속에 부사수를 거쳐 사수가 되어 훈련 중 후임과 함께
3인 1개조로 로켓을 들고 벙커 속에 들어 갔다.
이때 로켓은 누가 잡아야 하나
제 3자가 보더라도 당연히 군대 밥도 더 먹고 로켓을 가장 많이 만져 본 내가 잡아야 하고
전사하더라도 내가 가장 먼저 전사해야 된다.
이런 전투 서열을 자발적으로 후임에게 양보할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그럼 내가 전사하면 로켓은 누가 잡아야 할까?
당연히 부사수지만 저능인이자 관심 병사였다.
이 후임은 지능과 체력 담력이 떨어져 도저히 3.5인치 로켓으로 적 전차를 파괴하지 못 할 것 같았다.
정말 전쟁이 났으면 부사수 탄약수 두 사람 모두 불러
만약 내가 전사하면 이 로켓을 탄약수인 네가 잡고 부사수인 너는 그냥 벙커 속에 꼭 숨어 있다가 전투가 끝나면 나와라.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이 난 것도 아니라 그런 말 할 필요가 없었고
로켓 쏘는 요령만 숙지 시켜 주고 탄약수에게 부사수가 아무리 못나도 선임대우 하라고 했다.
내가 신병때 그랬던 것 처럼 요 놈들도 미끈하게 생긴 로켓을 쏘고 싶어
내가 빨리 전사 하길 학수고대 하고 있을까?
기수 열외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인 아들이 군대가
잘못한게 있어 선임이 야단을 치려면 울 아빠한테 이른다.
이런 후임을 야단치지도 못하고 어쩌지도 못하고 대신 이런 사병보다 더 후임인 사병한테
선임대우해 주지 말라고 해서 기수 열외라는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내가 군복무 할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화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첫댓글 6.25 직후 사진같네요. 구리스건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