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과 녹음 파일이 없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에서 회의록 폐기·증발 논란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여야는 당초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해 불필요한 논쟁을 끝내자"며 정상회담 회의록 원본(原本) 열람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원본 행방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진실 게임에 빠져들고 것이다.
◇與, 검찰 수사 의뢰 검토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일단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의록을 계속 찾아보자"고 했다. 오는 22일까지 회의록을 찾아보고 그때 가서 회의록 존재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8일 "(회의록을) 제대로 찾아봐야 하고 정확히 찾아본 후에도 없다면 회의록이 제대로 전달·보관됐는지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파기나 고의적 훼손 가능성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 2008년 7월 12일 정진철 당시 국가기록원장(왼쪽에서 넷째) 등 조사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기록물 반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얘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후 기록물 사본이 담긴 CD를 돌려줬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유실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노무현 前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정상회담 자료 열람위원단의 민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도 "대화록을 찾는 노력을 추가로 계속해야 한다. 모든 방법을 다 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록원이 대화록이 없다고 확인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처음부터 자료를 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초(史草) 파기'와 같은 고의적 폐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이날 "대화록을 폐기했거나 넘기지 않았다면 이는 사초를 태운 것과 같은 역사적 죄악"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회의록을 파기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회의록을 누가, 언제, 어떻게 폐기했는지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했을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野 "이명박 정권 의심스러워"민주당과 문재인 의원 측은 오히려 "국정원에 대화록 사본을 남긴 상황에서 대화록 원본을 파기할 이유가 없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지위를 최초로 공식화한 사람이 노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참여정부가 이를 삭제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만약 회의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민간인 사찰 은폐, 국정원 댓글 폐기와 조작의 경험에 비춰 이명박 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정원에 대화록 1부를 보관하도록 해놓고 국가기록원에 보내는 기록물을 폐기하기로 지시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회의록 관리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것 아닌가 하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고의적인 기록물 훼손 또는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경위를 밝히기 위해 특검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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