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휘의 장기 부상 공백 등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는 허정무호가 시리아, 바레인과의 평가전을 통해 이란 원정에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시선이 향한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적색과 녹색의 신호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대표팀이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시원스런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하며 무승부를 거둔 뒤의 일이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2010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원정 전망에 ‘빨간불’이 드리웠다고 평가했다. 평가전이 끝난 뒤 늘 접하는 빨간불과 파란불이다.
물론 답답했다.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호흡이 맞지 않아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결과는 1-1이지만 두 골 모두 시리아 선수 발에서 나왔다. 시리아전만 떼어 놓고 보자면 이란전 전망을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전망 자체의 시시비비가 아니다. 허정무호의 틈이 적지 않다. 문제는 전망을 도출하는 접근 방식이다. 평가는 당초 목표에 준해야 한다. 시험을 본 모든 학생들에게 만점이 아니라고 벌을 주는 건 합당치 않다. 학생마다 목표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테헤란에 넘어가기 전에 두바이를 들러 평가전을 치르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지를 감안한 분석이어야 한다. ‘평가전이라 해도 아쉬운 결과였다’라는 에두른 접근은 결국 결과론적 접근에 머물 수밖에 없다.
두바이 전지훈련은 실전감각과 현지적응이란 큰 틀에서 잡힌 일정이다. 제주도 2주간 훈련이 겨우내 굳은 신체리듬을 회복하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단계였다면 두바이 훈련은 2월11일 테헤란 원정경기를 앞두고 경기 감각과 기후적응, 최적의 전술적 조합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다. 2월4일 바레인전의 의미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나가지 않는다.
적색과 녹색의 신호등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일은 평가전에서의 정보 노출 문제다. 허정무호는 시리아전에서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선수들의 등번호와 포지션, 포메이션의 변화를 가져왔다. 시리아전의 방송 제작을 맡은 두바이스포츠채널이 중동 지역 18개국에 경기를 송출해 이란에서도 시청이 가능했다. 이란대표팀 관계자의 현장 파견도 예상할 수 있었다.
평가전에서의 선수 등번호의 변경은 통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포지션과 포메이션을 급격하게 바꾸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현대사회의 정보화를 감안한다면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도 이미 이란의 최근 월드컵과 아시안컵 예선 경기 영상을 구해 전력 분석을 끝마친 상태다. 평가전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평가전의 목적은 상대가 아닌 우리 팀의 전력을 점검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주다. 상대를 의식해 익숙하지 않은 전술과 전형을 시도하는 건 이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일종의 부메랑 효과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다. 평가전의 중심은 우리 팀의 최적의 조합 찾기가 돼야 한다.
환경과 조건은 적응하는 것
시리아전에 나선 선수들의 몸 상태는 대체적으로 무거웠다. 체력 강화 위주로 진행된 제주 훈련으로 피로가 쌓였고 5시간의 시차와 20도 안팎의 기온이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고민이 더한 건 이란전이 열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이 1273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 데다 기온이 두바이보다 10도 낮다는 사실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에 다시 한 번 맞닥뜨려야 하는 허정무호다. 컨디션 조절이 난제라는 지적은 이 때문이다. 평가전은 과정이지만 이란전은 결과다. 시간은 주어졌고 숙제는 남았다. 이란전 이후 환경과 조건을 탓하는 것은 때 늦은 일이다.
시리아, 바레인과의 평가전은 이란전의 선수기용과 전술 완성도, 동기 부여 등을 점치는 시험무대다. 선수기용과 관련해서는 시리아전 전후반에 투입된 16명의 선수들이 눈에 띄는 기량차이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주전경쟁을 통한 동기부여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교체로 투입된 하대성, 정조국, 김창수, 김동진 등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개인적으로 시리아전에 주목한 포지션은 크게 세 곳이다. 중앙 수비라인과 수비형 미드필드, 최전방 센터포워드다. 시리아전과 바레인전이 이란전을 대비한 실험이라고 가정할 때 점검할 라인이었다.
이란의 전방 라인은 비교적 크지 않은 공격수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전 투입이 예상되는 독일 보쿰에서 활약 중인 바히드 하세미안을 비롯해 라솔 라티비, 레자에이 골람레자 등이 170cm 대의 신장이다. 하지만 하세미안이 페르시안 헬리콥터라 불릴 만큼 헤딩에 능한데다 이란의 주요 공격루트가 메디 마다비키아의 우측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라는 점에서 한국의 문전 방어는 중요하다.
이란전 대비 주력 포지션은
2월1일 시리아와 평가전 선발 포진도. 플랫3의 3-4-3 시스템 |
한국은 시리아전에서 플랫3와 플랫4를 혼용했다. 전반은 이정수-조용형-강민수, 후반은 김동진(김치곤)-조용형-강민수-김창수가 포진했다. 이란 원정경기를 염두에 둔 듯 앞 선으로 강하게 밀고 올라오는 압박 수비를 펼쳤다. 상대 공격수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효과를 이끌어냈지만 물러날 때 대형이 흐트러지거나 공간이 벌어져 위험지역에서 슈팅을 내주는 틈을 보였다. 수비라인과 중앙 미드필드라인의 호흡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였다.
허정무 감독은 6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후반전은 4-4-2와 4-2-3-1 포메이션을 구성했다. 김동진은 왼쪽 풀백에서 후반 막판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
한편으론 이란전 마다비키아의 오버래핑을 잡기 위해 김동진과 이영표 중 어느 옵션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남겼다.
중앙 허리 조합이 이란전의 관건이 될 공산이 크다. 홈 이점을 안은 이란이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며 중앙을 지배하기 위한 거친 몸싸움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돌아온 이란축구의 영웅 카림 바게리를 비롯해 스페인 오사수나 콤비 자바드 네쿠남과 마수드 쇼자이 등이 포진한 중원은 알리 다에이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라인이다. 기성용, 김정우, 하대성, 한태유 등이 이들과 맞싸워야 하는데 기성용의 부상 여파가 현재로선 변수다. 또 공수의 폭을 좁히고 좌우 날개들이 얼마만큼 중원 싸움에 가세할 수 있느냐도 이란전의 성패라 할 수 있다. 박지성, 이청용 가세 이후 변화 지점이다.
2010월드컵 본선행의 분수령이 될 이란전은 허리 싸움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이란의 중앙수비는 하디 아길리와 자랄 호세이니 등이 나서는데 180cm 초중반의 수비수들이다. 하지만 몸싸움에 능하고 공중볼 다툼에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때문에 측면에서 큰 포물선을 그리는 단조로운 크로스로는 이란의 골문을 열기 어렵다. 이란 골문으로 움직이는 선수를 겨냥한 낮고 빠른 형태의 크로스나 측면에서 방향을 틀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측면 공격수들에게 필요하다.
고민은 중앙 공격수의 조합이다. 이근호의 컨디션을 감안한다면 정성훈과 정조국 중 한 명이 투 스트라이커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양상이다. 포스트플레이와 공격 전형의 변동성을 고려한다면 정성훈이, 공간을 활용하는 역습에 힘을 싣는다면 정조국이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캡틴팍의 공백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