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B연필로 그리는 이야기]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아내와 딸들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텅 빈 집안을 어슬렁거리다가 평소에 자주 들어가 보지 못한 큰딸 방에 가서 책꽂이를 정리하고 주인 없는 침대에 누워봅니다.
유리창에 매달린 빗방울이 할로겐 보안등 불빛에 비쳐 마치 별이 뜬 것같이 반짝이네요.
얼비친 단풍잎 다섯 손가락 손끝 마디마디에도 별들이 달려있습니다.
이 책 저 책을 보다가 모처럼 라디오를 들으며 잠을 청합니다.
요즘은 무슨 음악프로가 있을까 궁금하여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니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음악이 나오네요.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에 미치도록 좋아했던 심야음악프로가 시그널 곡도 그대로 인 채...
새삼 학창시절이 생각납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전설 따라 삼천리'프로가 끝나기 무섭게 밤고양이 쥐새끼 낚아 채 듯 손바닥 만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빼앗아 복중(伏中)에도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듣던...
다음날엔 으레 시내 레코드점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 지난밤에 들었던 팝송의 가사를 베끼곤 했지요.
심금을 울리는 시그널 음악이 시작되고... 좋은 꿈꾸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할 때까지 행여 놓칠 새라 마음속으로 받아 적으며 팝송을 들었습니다.
볼륨을 줄였다 높였다 기교를 부리며 팝에 관한 이야기와 가수들의 이력까지 줄줄 꾀는 디스크자키의 멘트를 듣노라면 "얼마나 공부를 했기에 저 정도로 유식할까!" ...그 풍부한 박식함에 늘 놀라고 부러웠지요.
김소월의 '진달래 꽃'보다도 더 술술 외우려고 영어 단어장에 가사를 적어 외우던 팝송들.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엎드려 턱을 괴고 듣던 그 때의 노래들은 한 편의 시였고 한 폭의 그림 이였답니다.
'닥터 지바고'의 테마곡을 들으면 레일 위에 쌓인 하얀 눈을 양 옆으로 가르며 달리는 러시아 대륙횡단 열차와 동토(凍土)의 새벽처럼 창백한 '라라'의 애절한 사랑이 보이고,
장맛비에 젖은 천정의 얼룩처럼 마음속에 흔적을 남겼던 그 추억이 슬며시 번져오네요.
낮이면 지지배배 제비들이 앉아 놀던 전기줄에 유성(流星)이 걸려 떨어지던 여름 밤.
마루 밑창에서 눅눅하게 올라오던 귀뚜라미 밤(夜)냄새도 그립고,
방바닥이 번질번질 하도록 입으로 훅훅 불어 뿌리던 석유냄새가 지독한 모기약도 그립고,
등짝에 제 몸보다 더 큰 밧데리를 까만 고무줄로 칭칭 감고 살았던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그립고...
처마 끝으로 아스라이 보이다가 콧등을 지나 발등 위에서 '쨀깍' 깨지던 별들도 그립고,
기껏해야 몇 가지 색깔의 싸인펜으로 그린 엽서였지만 행여 눈에 띄어 내 이름을 불러 줄 것 같아 신청곡을 담은 그림엽서를 온 정성을 다해 그리던 그 때가 그립고,
[2006. 7. 26] 비오는 날에도 별이 뜨네요.
단풍나무가 보이는 창가에서 -4B연필-
☆ 흐르는 곡 : Frank Pourcel - Merci Cherie
첫댓글 좋은 글 좋은음악 잘보고,듣고 갑니다 건강 하세요//
들꽃님 잘 지내시는가요? 자주 안부전화 주셔서 늘 고마웠는데...이번엔 닉네임이 새겨진 문자 한통 넣어주세요.
흐흐...오늘도 한잔 해야겠네요^^
어제 마포에 늦게가서 맥주 한잔 커피 한잔 하고 왔습니다. 장마가 끝날 때까지 고생 많이 하시겠네요.
저도 어린시절 기억이 나네요,,,달밝은 밤에 창가에 우두커니 기대어 앉아 듣던 귀뚜라미 소리와, 이리저리 노니는 반딧불 빛에 밤새는줄 몰랐습니다...어릴적 철없던 시절이 좋았었는데.... 지금도 철이 없지만요ㅋㅋㅋ
'달밝은 밤에~~'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이순신 장군 컨셉인데..ㅋㅋ 철없던 시절이였기에 기억에 오래남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서울에서도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철은 망령들기 전에 드는 것이랍니다..ㅋㅋㅋ
눈에 선하네요..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입니다.특히 여름이 되면 키보이스의 노래를 곧잘 듣곤 친구들과 바캉스를 떠난다고 밤세워 계획을 세우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지는군요. 아름다운 추억은 우리에게 항상 철없이 어릴적 그 시절을 동경하게 만듭니다
중학시절 여름방학때 감자 한자루하고 고추장 한 통만 달랑 들고 대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놀러가서 방학 내내 한달동안 그 곳에서 놀았어요. 방학숙제를 3일동안 뚝딱 해치우고...암튼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기타를 쳤지요. '"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님의 글을읽고있으니 지난시간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런시절이너무그립고좋았던것같군요 순간이나마과거에흠뻑젖어봅니다 항상행복하시기바랍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려운 살림이였어도 ...그래도 즐겁게 산 것 같습니다. 산누리님께서도 늘 행복하세요^^
이~잉? 전부 내가 하든 짓 인디~? ㅎㅎㅎ 별.밤 시그널 뮤직 덕에 아스리끼리한 추억들이 이 밤, 내 안에 찾아오네요~~~
포인세치아님께서도 그러셨군요. 저는 이젠 그런 열정도 없으니...그저 낮이나 밤이나 산에나 다닙니다. 요즘은 산에도 못가지만...
별.밤 참 많이 들었지요. 그러나 전 열성적 팬은 아니였지요. 왜냐면 음치기에,,,ㅋㅋ ㅋ 아스라이 스쳐간 시절 음악다방의 DJ와 레코드판.담배 연기 가득한 그곳에서 친구들과 심심풀이 땅콩으로 하던 성냥개비 쌓기놀이도 그립네요.덕분에 한시절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갑니다.
창원에 사는 제 친구도 음악다방 DJ를 했는데....그 친구 덕분에 비싼 공짜 커피를 많이 얻어먹었지요. 지금 그 친구가 LP을 5천장 가지고 있는데...자기 죽으면 레코드판 모두 저에게 갔다주라고 자식들에게 말해놨다네요...제가 목이빠져 먼저 죽을 판입니다..ㅎㅎ
같은 세대인가요~ㅎㅎ 어쩜 그렇게 똑 같을까요. 음악다방에서 DJ꼬셔놓고 신청곡 먼저 들을거라고~~웃음도 나고 아련한 옛추억에 잠시 젖어도 보네요~엘피집에 낙서도 해가면서..
운해님도 공부안하고 음악다방을??? 저는 싸가지없게 고등학교때부터 다녔어요. ㅎㅎ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도 많이 났지만...공부는 잘했답니다. 기타치는데 미쳐서 고3때 가발쓰고 대학생 형들이랑 공연도 했었어요. 공연티켓 팔려고 음악다방을 엄청다녔지요. 젊음을 주체못해 매일 밤 신열을 앓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 서울은 지금 비가 많이 내립니다. 운해님.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낮달님 반가워요. 멀리 이사를 가신 후론 이렇게 만나기가 힘드네요. / 저는 별밤을 중3때부터 들었어요. 이십대 중반 이후부터는 해외생활하느라 전혀 못듣고.. 그 이후론 어쩌다 한 번씩 들었지요. 요즘은 심야음악 프로그램 진행방식도 시대에 따라하는지...모두 문자로 노래를 신청하나봐요, DJ가 1234님, 5678님 하면서 전화번호 뒷자리를 말하는것 같고.../ 낮달님께서도 건강하게 여름 보내세요.
간만에 들어왓는데 다들 자~알 지내는군요 .... 별이 빛나는 밤이여야 되는데 요즘은 비가 너무와서 별보기가 별따기보다 힘드네요 조만간 지리산 나들이에서 뵙죠...ㅋㅋㅋㅋㅋㅋ
얼짱님이 어떻게 해보세요..ㅠㅠ 정말 너무 많이 내리네요. 이러다간 지리산도 떠내려 갈 것 같아요..ㅠㅠ 모쪼록 비피해 없으시길...
첫댓글 좋은 글 좋은음악 잘보고,듣고 갑니다 건강 하세요//
들꽃님 잘 지내시는가요? 자주 안부전화 주셔서 늘 고마웠는데...이번엔 닉네임이 새겨진 문자 한통 넣어주세요.
흐흐...오늘도 한잔 해야겠네요^^
어제 마포에 늦게가서 맥주 한잔 커피 한잔 하고 왔습니다. 장마가 끝날 때까지 고생 많이 하시겠네요.
저도 어린시절 기억이 나네요,,,달밝은 밤에 창가에 우두커니 기대어 앉아 듣던 귀뚜라미 소리와, 이리저리 노니는 반딧불 빛에 밤새는줄 몰랐습니다...어릴적 철없던 시절이 좋았었는데.... 지금도 철이 없지만요ㅋㅋㅋ
'달밝은 밤에~~' 이렇게 시작되는 것은 이순신 장군 컨셉인데..ㅋㅋ 철없던 시절이였기에 기억에 오래남는 것 같아요. 그 때는 서울에서도 반딧불이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철은 망령들기 전에 드는 것이랍니다..ㅋㅋㅋ
눈에 선하네요..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입니다.특히 여름이 되면 키보이스의 노래를 곧잘 듣곤 친구들과 바캉스를 떠난다고 밤세워 계획을 세우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지는군요. 아름다운 추억은 우리에게 항상 철없이 어릴적 그 시절을 동경하게 만듭니다
중학시절 여름방학때 감자 한자루하고 고추장 한 통만 달랑 들고 대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놀러가서 방학 내내 한달동안 그 곳에서 놀았어요. 방학숙제를 3일동안 뚝딱 해치우고...암튼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기타를 쳤지요. '"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님의 글을읽고있으니 지난시간들이 되살아납니다 그런시절이너무그립고좋았던것같군요 순간이나마과거에흠뻑젖어봅니다 항상행복하시기바랍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어려운 살림이였어도 ...그래도 즐겁게 산 것 같습니다. 산누리님께서도 늘 행복하세요^^
이~잉? 전부 내가 하든 짓 인디~? ㅎㅎㅎ 별.밤 시그널 뮤직 덕에 아스리끼리한 추억들이 이 밤, 내 안에 찾아오네요~~~
포인세치아님께서도 그러셨군요. 저는 이젠 그런 열정도 없으니...그저 낮이나 밤이나 산에나 다닙니다. 요즘은 산에도 못가지만...
별.밤 참 많이 들었지요. 그러나 전 열성적 팬은 아니였지요. 왜냐면 음치기에,,,ㅋㅋ ㅋ 아스라이 스쳐간 시절 음악다방의 DJ와 레코드판.담배 연기 가득한 그곳에서 친구들과 심심풀이 땅콩으로 하던 성냥개비 쌓기놀이도 그립네요.덕분에 한시절이 파노라마가 되어 스쳐갑니다.
창원에 사는 제 친구도 음악다방 DJ를 했는데....그 친구 덕분에 비싼 공짜 커피를 많이 얻어먹었지요. 지금 그 친구가 LP을 5천장 가지고 있는데...자기 죽으면 레코드판 모두 저에게 갔다주라고 자식들에게 말해놨다네요...제가 목이빠져 먼저 죽을 판입니다..ㅎㅎ
같은 세대인가요~ㅎㅎ 어쩜 그렇게 똑 같을까요. 음악다방에서 DJ꼬셔놓고 신청곡 먼저 들을거라고~~웃음도 나고 아련한 옛추억에 잠시 젖어도 보네요~엘피집에 낙서도 해가면서..
운해님도 공부안하고 음악다방을??? 저는 싸가지없게 고등학교때부터 다녔어요. ㅎㅎ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도 많이 났지만...공부는 잘했답니다. 기타치는데 미쳐서 고3때 가발쓰고 대학생 형들이랑 공연도 했었어요. 공연티켓 팔려고 음악다방을 엄청다녔지요. 젊음을 주체못해 매일 밤 신열을 앓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 서울은 지금 비가 많이 내립니다. 운해님.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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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님 반가워요. 멀리 이사를 가신 후론 이렇게 만나기가 힘드네요. / 저는 별밤을 중3때부터 들었어요. 이십대 중반 이후부터는 해외생활하느라 전혀 못듣고.. 그 이후론 어쩌다 한 번씩 들었지요. 요즘은 심야음악 프로그램 진행방식도 시대에 따라하는지...모두 문자로 노래를 신청하나봐요, DJ가 1234님, 5678님 하면서 전화번호 뒷자리를 말하는것 같고.../ 낮달님께서도 건강하게 여름 보내세요.
간만에 들어왓는데 다들 자~알 지내는군요 .... 별이 빛나는 밤이여야 되는데 요즘은 비가 너무와서 별보기가 별따기보다 힘드네요 조만간 지리산 나들이에서 뵙죠...ㅋㅋㅋㅋㅋㅋ
얼짱님이 어떻게 해보세요..ㅠㅠ 정말 너무 많이 내리네요. 이러다간 지리산도 떠내려 갈 것 같아요..ㅠㅠ 모쪼록 비피해 없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