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달린다. 수십 년 전에는 없었던 길이었다.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차도에는 로드킬을 당한 암컷 고라니가 누워 있다. 매끈하게 목이 쭉 빠진 그 녀석이 남긴 흔적은 비명처럼 느껴진다. 왜 차가 씽씽 달리는 그 넓은 길을 뛰어들었을까,
타인에게 위급한 일이 생겨도 간섭을 안 한다던 중국에서 생활했던 사람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차를 타고 가던 중에 길가에 교통사고로 죽어 있는 사람을 목격하였다. 같이 동행한 사람이 그것을 보고 헛구역질을 했다고 했다. 그는 그 사람의 여린 성품을 보고, 그래 가지고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사냐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나는 타인의 주검을 보고 나타낸 그의 모습이 사람처럼 느껴졌다.
여덟 아홉 살 어린 시절 난, 교통사고로 죽어 누워 있는 사람에게 볏짚 가마니가 씌워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발치만 보이는 그이를 붙잡고 그의 남편인 듯한 사람이 또 울고 또 울고 목놓아 울고 있었다. 그러나 로드킬 당한 고라니는 아무도 가여워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파킨슨병 협회에 참으로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타인의 일에 자기 몸 상하는 것도 모르고 머리를 싸매고 나선다. 그래서 늘 시끌벅적하다. 아무래도 우리는 지독히도 서로를 미워하는 듯 사랑하는 듯 사랑하는 것 같다.
들판에는 벼가 누렇게 익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가을 하늘답게 구름도 높다. 새끼 양 어른 양 수백수천 마리 양떼들이 몽글몽글 하늘에 그려져 있다. 한쪽으로 펼쳐진 하늘에는 맑은 날 보면 그럴 것 같은 높디높은 하얀 설산을 하늘에다 구름이 나의 마음인 듯이 그려놓았다. 신기해서 바라보는 나는 고통이 없는 세상 샹그릴리라 이상향을 그린다.
저수지에 도착해서 비포장길을 덜컹거리면서 들어갔다. 며칠 전 먹물 같이 보이던 저수지가 주변 숲 색깔을 수면에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 분간이 안된다. 임도 같은 길목에 우리는 내렸다. 노래를 부르고 먹는 것이 즐거움인 우리는 바위를 의자 삼아서 탁자를 펼치고 기대했던 꽃게 배를 열었다. 아뿔싸! 꽃게의 뱃속은 텅텅 비었다. 다리도 잘라 보니 대나무 속처럼 구멍이 뻥~ 뚫렸다. 그러나 한두 시간 전만 해도 버둥거리며 꽃게는 살아 있었다.
오기 전에 구리 수산물 시장에서 꽃게를 샀다. 주인 젊은이가 꽃게는 큰 것을 사야 된다고 하면서 속이 비지 않은 꽃게는 배가 단단하다며 발버둥 치는 게를 꾹꾹 눌러댔었다. 우리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쪄가지고 온 꽃게는 먹을 것이 없었다. 아까워서 버석버석 씹는 껍데기는 입안을 콕콕 찌른다. 아무래도 잡은 지 오래된 꽃게 같다. 그물에 잡힌 꽃게가 생명으로서 겪었을 것 같은 고통 따위는 당연히 없고. 단지 음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다."어쩐지 싹싹하더라니..."친절했던 모습이 별안간 약싹 빠르고 간교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것도 모르고 등산을 끝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들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하고 지나간다. "산속에서 게와 회를 먹네..." 그런데 나는 천마산이라는 800m가 넘는 높은 산을 올랐다가 하산할 수 있는 그들의 하루인 건강이 참으로 부러웠다.
다시 장소를 옮긴 무대에서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의 노래가 불리어지고 있었는데 그 뒤로 해는 이미 떨어졌다.
나는 희미하게 남아 있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실과 이상과의 사이를 헤매는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아 내었다.
-끝-
짜깁기 한 듯이 서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바빠서 졸속으로 썼던 글이 환멸스럽게 느껴져 삭제를 했다가 다시 올립니다.
아쩐지 새글인데
읽어 나가다 보니
낯 익은 문장에 기억세포가 흔들흔들~
첫댓글인 한줄의 글~내린글 리모델링....
고맙습니다
@만인의연인1956男1985 리모델링은 퇴고하고는 다른 말이겠죠... ^^^
멋진 기타와 구성진 목소리의 노래, 뒷 노을, 옆에 분의 온 몸으로의 화음, 모두가 잘 어우러진 한편의 명작 감상 잘 했습니다.
미묘한 우리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글을 읽으며 가슴 뭉클했습니다.
매투님이 마음이 깊으신 분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매투님!
멋진 노을을 배경으로 기타 선율이 잘 어울려요~
지는 석양의 그 빛이
해뜨기 직전의 빛과 닮았어요
삶의 모든 것이 끝도 시작과 같이 아름답길 바래봅니다
옆에 계신 분이 시인인데 그분 춤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분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지는 석양의 그 빛이
해뜨기 직전의 빛과 닮았어요.> 이 문장은 우울한 감정을 희망으로 바꾸게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황폐해지거나 퇴행이 되어 추해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soir 님!
800m가 넘는 높은 산을 올랐다가 하산할수 있는 그들의 건강이 참으로 부럽다 라는 글을 보면서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입니다
골절되어 꼼짝없이 누워있을때는 앉아있었음 바라고 그 다음에는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면 좋겠다하고 그 다음에는 워커나 스틱을 갖고다녀도 걸을수 있음을 그 다음에는 자유롭게 걷는게 소망이고 그 다음에는 단 한 걸음을 걷더라도 오로지 나혼자 하고싶고 그다음은 10분을 걷고싶고 그다음은 30분 다음은 1시간을 욕심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한도끝도 없는듯합니다
요즘 나의 모습입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누가 나에게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면 걸음을 씩씩하게 걸을 수 있다면... 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동안 앵무새 님이 쓰신 글을 읽었습니다. 뒤로 넘어져서 다치시고 입원하고 그러실 때 그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제 마음은 하늘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 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치를 낮춘다는 것은 그동안 누려온 것이 감사하다는 의미겠죠. 끝까지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려고 합니다...
파킨슨으로 고통을 겪는 우리 삶의 서광이 비추길 앵무새 님과 함께 기원합니다.
@mk1000 감사합니다
많은 환란을 겪는다는것은 그만큼 내려놓을 자아가 많음이고 또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k1000님 이 아침 답글을 보고 무척 행복했어요
감사하며 축복을 합니다'~♥︎♥︎♡
@앵무새/여/ 60/2005/2012 DBS/환우 오늘 아침에 앵무새언니 생각했는데요! 지난봄에 며칠간 추억이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 며칠전에 지부장 그만뒀어요 ㅎ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앵무새님께 축복을~~
@보리 왜 갑자기?
@보리 나는 이제 희망이 보여!!!
혼자 나가서 운동 시작한지 보름
내가 혼자서 자신 있게 걸을수 있을때
현정아 만나자~♡
@앵무새/여/ 60/2005/2012 DBS/환우 갑자기는 아니고 원래 가을되면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ㅋ
저도 희망이 조금 생겼오요 함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