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5:13~21
◈ 새번역 ◈
13 다니엘이 왕 앞에 나아오니, 왕이 다니엘에게 물었다. "그대가 바로 나의 부왕께서 유다에서 데려온 유다 포로 가운데 하나인 그 다니엘이란 사람이오?
14 나는 그대의 이야기를 들었소. 그대에게는 신들의 영이 있고, 명철과 총명과 탁월한 지혜가 있다고 들었소.
15 내가 지혜자들과 주술가들을 이리로 불러와서, 이 글자를 읽고서 내 앞에서 그 뜻을 알아내라고 하였으나, 그들이 이 글자의 뜻을 나에게 풀이하여 주지 못하였소.
16 그러나 나는, 그대가 글자를 해석할 수 있고,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들었소. 지금 그대가 이 글자를 읽고, 나에게 뜻을 풀이하여 주면, 그대에게 자색 옷을 입히고, 목에 금 목걸이를 걸어 주고, 이 나라에서 셋째 가는 통치자로 삼겠소."
17 다니엘이 왕 앞에서 아뢰었다. "임금님이 주시겠다는 선물은 거두시고, 임금님이 내리실 상급은 다른 사람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그럴지라도 저는 이 글자를 읽고서, 그 뜻을 풀이하여 임금님께 알려 드리겠습니다.
18 임금님,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임금님의 아버지 느부갓네살 왕께 나라와 큰 권세와 영광과 위엄을 주셨습니다.
19 하나님이 그에게 큰 권세를 주셨으므로, 민족과 언어가 다른 뭇 백성들이 그 앞에서 떨면서 무서워하였으며, 부친께서는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마음대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마음대로 사람을 높이기도 하고, 마음대로 사람을 낮추기도 하셨습니다.
20 그러나 부친께서 마음이 높아지고 생각이 거만해지셔서, 교만하게 행동을 하시다가, 왕위에서 쫓겨나셔서, 명예를 잃으신 일이 있었습니다.
21 사람 사는 세상에서 쫓겨나시더니, 그의 마음은 들짐승처럼 되셨고, 들나귀와 함께 사셨으며, 소처럼 풀을 뜯으셨고, 몸은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젖으셨습니다. 그 때에야 비로소 부친께서는,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인간의 나라를 다스리시고, 하나님의 뜻에 맞는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시는 줄을 깨닫게 되셨습니다.
◈ 묵상 Point ◈
(출처 : 묵상과 설교 / 성서유니온)
▪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왕
다니엘은 해석의 대가를 거절한다. 상과 상관없이 올바른 해석을 할 것이고, 삼을 받을 만큼 유쾌한 해석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문자 해석을 하기 전에 선대왕 느부갓네살 왕좌에서 내리기도 하시고 올리기도 하신 자신의 하나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소개한다. 벨사살도 알고 있다. 그 사건에서 벨사살이 교훈을 얻어 자신의 권한이 하나님께 위임받은 것임을 알았다면, 성전 기물을 술잔으로 쓰는 오만도 없었을 것이고 이런 손가락 글씨로 메시지를 전하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벨사살은 부왕 느부갓네살의 권력 남용을 하나님께서 단죄하신 것을 알고서도 마음을 낮추지 않았다. 아무 권력도 제멋대로 사용하도록 허용된 것은 없다. 하나님 앞에서 낮추고, 백성들 앞에서 낮추지 않으면 자신이 가진 권력에 의해 자신이 망하게 된다.
◈ 설교 / 전달되지 못한 기억 ◈ 다니엘 5:13~23
(출처 : 생명의 삶 플러스 / 두란노)
우리 모두가 알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가 느부갓네살왕 때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과 지식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벨사살은 다니엘을 처음 보는 사람인듯 행동합니다. 벨사살은 선왕 느부갓네살이 겪은 일을 까맣게 잊은 것일까요? 느부갓네살이 비참한 시간을 지낸 끝에 깨달은 교훈도 벨사살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벨사살왕은 다니엘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러니 다니엘을 통해 역사하신 하나님은 더더욱 몰랐습니다(13~14절).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하나님이 행하신 놀라운 일들에 대한 기억이 바벨론에서 사라졌습니다.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한 가정이나 나라가 과거의 일을 망각하는 것은 언제나 불행의 시초가 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온 세상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지웠으니 바벨론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왕은 다니엘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16절). 해석을 내놓으면 많은 이득을 줄 것이라는 제안입니다. 세상의 기본 방식입니다. 누가 봐도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다니엘은 시큰둥하게 반응합니다. 벨사살이 보상으로 주겠다는 것이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릴 헛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아무리 액수가 큰 어음이 있다해도 부도가 날 회사의 어음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쥐고 있는 어음들이 그렇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헛된 것이 될 것입니다. 그헛된 것을 위해 우리 인생을 투자하지 마십시오. 세상은 반드시 파산할 것입니다.
다니엘이 꽤 길게 과거의 일을 설명합니다(18~20절). 그 설명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주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셨고, 하나님이 빼앗으셨으며, 깨닫게 하셨다는 과거 일을 알려 줍니다. 바벨론 역사의 주인도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만 주관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나라 역사도 주관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을 예배와 기도의 대상으로만 제한하곤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입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선왕의 실수를 알고도 벨사살은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바로 교만입니다(21절). 어떤 사람이 터무니없이 이상한 실수를 반복할 때 ‘눈에 뭐가 씌었다’는 표현을 흔히들 씁니다. 어떤 잘못된 것이 눈과 마음을 가려 제대로 보지도,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바벨론 왕들은 공통적으로 '교만'이라는 꺼풀이 눈에 씌었고, 극단적인 처방을 받았음에도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입니다(잠 16:18). 벨사살이 자고(自高)했던 것만큼 빠른 패망이 찾아올 것입니다.
교만한 벨사살은 영광과 찬양을 하나님이 아닌 헛된 데로 돌립니다. 바로 우상입니다(23절). 우상숭배는 죄와 탐욕과 교만의 산물입니다. 그렇기에 우상을 숭배해서 사람이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타락한 마음 때문에 우상을 찾고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역사가 계속되어도 타락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기억도, 전달도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자신의 마음을 쏟습니다.
제국과 제국의 왕은 하나님과 하나님이 하신 일을 잊고, 다시 빠르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바벨론이 특별히 악해서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나라가 동일하게 ‘죄’의 지배를 받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기억하며 그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