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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rono-Najera
15만 인구의 도시 로그로뇨 답게 도시를 빠져 나가는 것 만도 2km 정도 걸리는것 같습니다.
로그로뇨로 들어서며 나바레 지방을 떠나 포도주 명산지인 La Rioja지방으로 들어서서 인지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이 펼쳐집니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올리브 나무 밭도 자주 보이구요.
발뒤꿈치가 까진것에 실리콘을 부쳤는데도 쓰라려 발 떼기가 힘들어 나는 오늘 20Km 정도 지점인 Ventosa 까지만 가서 쉬어야 겠습니다.
그래서 애초 목적지인 나헤라까지 가는 청년과는 나바레테 쯤에서 헤어져 혼자 걷습니다.
너무나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 벤토사에 도착했습니다.
인구 150명의 작은 마을 이지만 책에 겨울에도 연다고 써 있는 알베르게에 갔습니다.
잠겨있는 문을 두드리니 놀랍게도 영어를 잘 하는 아줌마가 나오셔서 공사중이며 닫았다고 하네요.
오히려 영어를 잘하시는분의 말투가 더 불친절 해 보이는건 뭘까요...
다음 마을의 알베르게는 10Km후에나 있습니다.
발 뒷꿈치가 까져 발을 옮길때 마다 괴로운 지금으로서는 단 1키로도 더 걸을 수 가 없는데 말입니다.
호텔이 있답니다.
인구 150명 마을에?
오마나... 자그마한 2층 개인주택같은 호텔이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나 이쁘네요.
쥔 아줌마 방을 정해주고는 자기가 개를 산책시키고 올테니 그 후에 저녁을 먹으라고 합니다.
방 45유로, 저녁밥(풀코스-에피타이저, 메인디쉬, 디저트, 와인 ) 15유로, 내일아침밥 5유로
아줌마가 개 산책을 나간 후 덩그러니 혼자 호텔에 남아 여기저기를 구경했습니다.
마치 미국의 Bed and Breakfast처럼 방이 각각 개성있게 꾸며져 있고, 옷장이며 등이며 장식품 이며 엔티크로 장식되있는데 그냥 사 모은 분위기는 아닌 주인 아줌마의 탁월한 감각의 생활 자체인거 같아 보입니다.
윗층에도 있는 리빙룸에는 책들도 빼곡히 꽂혀있고요.
저녁식사 7시반에 맞춰 아래층 다이닝룸에 내려가니 디너테이블은 예쁘게 세팅 되있고 출장중 이 호텔에 묵는다는 스페인 아저씨가 테이블 헤드에 앉아 계십니다.
통성명을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치 이 아저씨집에 초대된 손님마냥 저는 다른 한쪽으로 앉아 이 아저씨 따라주시는 와인을 받습니다.
건배 구호는 역시
'Buen Camino'
저녁은 생선으로 택했습니다.
광어같은 살 많은 생선이 너무나 맛있네요.
그동안 니글거렸던 입맛이 이 찝찔한 생선에 입맛이 싹 깔끔 해 졌습니다.
카미노를 일부분 걸어 본 적이 있다는 이 아저씨는 카미노 하나로 화제가 풍부해져 화기애애 해 집니다.
아줌마가 애피타이저로 앤티크 숩 써빙팟에 숩을 가져와 마치 하녀가 주빈에게 써빙하듯이 조심스럽게 수프를 덜어줍니다.
그러고 보니 이 호텔 쥔 아줌마 저녁을 써빙할 땐 아예 하녀 스타일 옷으로 갈아입었군요.
그러니까 이 호텔 주인이지만 요리와 써빙과 모든것을 다 하면서 그러면서도 각각 쥔이면 쥔, 요리사면 요리사 하녀면 하녀, 각각에 모두 프로페셔날하게 충성되게 손님을 접대하는 겁니다.
이 근처로 출장 올 때 마다 이 호텔에 묵는다는 이 스페인 아저씨는 아주 익숙한듯 그리 저만큼 감동은 없으신것 같네요.
너무나 맛있는 디저트까지 풀코스의 저녁을 귀족대접을 받으며 먹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알베르게가 닫았을때의 절망감이 이리 호화로운 평화로 대신 되다니..
La Rioja라면 이 와인생산의 세계1위간다는 스페인 중에서도 와인으로 유명한 지방인데 그 지방의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자그만 마을에서 마시는 와인이라니..
오랫만에 탄탄한 침대에서 단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어제 내 놓은 제 빨랫거리를 아줌마가 깔끔히 빨아 말려 방문 앞 복도 테이블에 놔 놓으셨네요.
아침먹을 시간보다 다소 늦게 내려가니 아줌마는 내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계란을 부쳐 나옵니다.
어제 출장온 스페인아저씨와 8시에 아침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아저씨는 먼저 드시고 일하러 가셨는가봅니다.
약속을 어겨 죄송하지만 이 귀중한 단잠을 포기 할 순 없었네요..ㅎㅎ
스페인의 와인지방의 작은 시골에서 모든것을 잊고 며칠 묵고싶다면 단연 이 방 6개의 호텔을 강추합니다.
정신없는 신혼여행에 질린사람에게는 더더욱 완벽한 곳이구요.
벡펙을 꾸려 떠날 준비가 됐습니다.
아줌마 내 등산 지팡이를 건내주며
Buen Camino하십니다.
내가 God bless you and your family...
and your business.. 하며 작별의 포옹을 하자
이 아줌마 나 둘 다 눈시울이 빨개져 얼른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Ventosa-Najera
Najera 알베르게 7유로 (현재 1달라=1.4유로 정도)
빵+피망+토마도+사과1개 = 1.38 유로
차가 다니는 큰 도로를 만나면 차들이 빵빵빵 하며
부엔 카미노'를 대신 해 줍니다.
신발끈을 잘못 묶은건지 라이닝을 신고 신은 스마트울 양말이 잘못 된 선택인건지 오른 발 뒷꿈치가 처참히 까졌습니다.
까진 부분이 걸을 때 마다 괴롭게 쓰라리네요.
어제 아침 떠나면서 씰리콘으로 부쳐 종일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으나 그 씰리콘이 더 심하게 만든거 같습니다.
뭐든 예방이 최고라고.. 살갗이 까지기 전에 예방했더라면 훨 수월히 넘길 수 있었을텐데..
앞으로 길고도 길게 남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일거 같은 느낌이드는군요.
양말을 신고 crocs샌들을 신고 걷다가 이제는 발바닥이 따가워져 양말을 벗고 걸으니 좀 낫습니다.
아.. 이 crocs샌들이 아니었으면 어쨋을까..
부피 많이 나가는 크록스샌들을 빼놓고 얇팍한 플립플랍을 넣을가 여러번 망설이다 무게 면에서도 얇은 플립플랍샌들 보다 오히려 더 가벼운 크록스로 선택해서 가져왔죠.
맨발에 플립플랍을 신었다면 발이 얼도록 시렸을테고 등산화를 신었다면... 걸을 수 조차 없었지 않았을까
휴~ 하게 탁월했던 선택이었습니다.
오늘은 예정과는 달리 나헤라에서 잘 거 같습니다.
나헤라 Najera는 아마 에스테야 이후 만나는 큰 도시인것같습니다.
11-12세기의 나바르 왕국의수도 였던 역사적 마을이지만 입구는 현대로 확장된 도시부분이라 산타마리아 성당 광장근처에 있는 아라베르게 까지는 거의 나헤라의 끝부분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독일인이 운영하는 이 알베르게는 가격이 정해 져 있는것이아니라 도네이션 형식이라 합니다.
여태 내 왔던 알베르게 가격에 준해 7유로를 냈습니다.
외출하는 나들보고 알베르게 아저씨가 저녁 7시쯤 저녁을 해 다같이 먹을 수 있게 해놓을테니 와서 먹으라 하시는 군요.
스페인 사람이 아닌다음에야 파스타... 겠지.
더욱이 오늘 알베르게는 보니 다른곳에서 보다 필그림들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쩐지 새로운 사람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네요.
와이파이(프세인에서는 위피라 발음)이 안되 산타마리아 광장으로 나왔다
와인과 계란샌드위치를 시키고 앉으니 유모차를 포함한 한 대가족이 카페로 들어옵니다.
와인과 맥주등을 나눠시키는데 보니 나이층이 참으로 다양하구요.아이들에서 부터 곱게 차리신 할머니까지...
미국서는 보기 드믄 광경이라 하겠습니다.
이후 카미노 가는 도중의 카페나 바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 되면서 스페인은 미국보다 아직은 더 가족중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보기 좋았습니다..
어른들이 카페서 떠들며 수다를 떠는동안 아이들은 광장으로나가 줄넘기를 하고있는 다른 아이들과 합세해 줄넘기를 합니다.
참 오랫만에 보는 아이들의 줄넘기 하는 광경이군요
첫댓글 미애언니..부엔 까미노! 순례길을 걷다가 고단한 발을 쉬려고 어쩌다 일찍 들어간 알베르게 앞에서 삼삼오오 쉬고 있던 자유로운 사람들이 생각 납니다. 나도 젊은 날 긴 여행을 하고 수척한 수도자의 모습처럼 돌아 왔었는데 ...그 모든 자유에 대한 갈급함도 지금 생각하면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맨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5불이면 최상의 하우스 와인 1병을 살수 있을만큼 먹거리가 싸고 질좋은 나라..아둥바둥해도 세상일은 내맘대로만 안된다는 걸 알고 일찌기 그 이치에 순응하듯 여유로운 그네들의 일상은 저도 늘 부러워 했었지요. 마음으로 여정에 동행합니다.일찍 쉼터에 가서 족욕은 어떨지요?
역시 감성이 풍부한 불독은 느끼는것도 풍부하구먼..
나는 자고 눈뜨면 걷고
또 자고 눈뜨면 걷고 걷고 걷고...
허겁지겁 달음질쳐 온 세월 끝에 나는 뭘로 남았을까... 이렇게 내 뜻 하나 못 피고 사는게 아닌가 공허하긴해도 그리움이 있고 우리 사는 이유가 되는게 아닐까...오늘 미애를 생각하니 질투나서 투정 해본다 그리고 양말속에 스타킹 신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