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었는데 '1/2 노동력' 때문에
심판원 "근로자는 농지대토 稅감면 받을 생각 마라"
직장에 다니면서 논밭을 구입해 농사까지 짓는 '투잡'은 가능할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세법에서는 전업농업인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직장인은 농지를 구입해 농지소재지에서 살면서 소일거리로 주말을 이용해 벼농사를 지어왔지만,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은 이 직장인이 상시근로자란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지 않았다.
현행 세법에는 3년 이상 농지소재지에서 거주하면서 농사를 짓다가 해당 농지가 수용돼 2년내에 다른 농지를 취득해 농사를 짓는 경우, 즉 농지대토인 경우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전업농업인이 아닌 이상 실제로 감면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농지대토에 대해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 노동력으로 2분의 1 이상을 경작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하지만, 실제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2분의 1 이상의 노동력을 투입해 자경을 했다는 것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
실제로 조세심판원(조심2009중0200)은 12일 "일용 근로형태가 아닌 상시근로를 요구하는 직장에 근무한 근로자의 쌀소득직불금 내역서, 농약 등에 대한 구입영수증 등은 경작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직장인이 근로소득자로서 회사를 다니며 주말을 이용해 농사를 지었고, 농사를 지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증명서를 제출했음에도, 높은 법 규정의 벽에 부딪혀 불복에 실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고액근로자'는 농사지으면 안 되나?= A씨는 지난 2003년 10월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근처의 답 1892m²(약 570평)을 취득한 후 3년 2개월 정도 보유하다 지난 2006년 12월 공공용지로 수용돼 양도하고, 2007년 11월에 인근의 답 1154m²(약 350평)을 취득했다.
A씨는 공공용지로 수용된 답을 양도하면서 관할 세무서에 농지대토를 이유로 양도세 감면신청을 했다.
A씨는 "주말에 소일거리 삼아 먹을 곡식을 자급자족한다는 생각으로 적당한 면적의 농지를 자경해왔다"며 "전업농은 아니지만, 농지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농촌출신으로 누구보다 농사일을 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양도세 감면신청을 한 지 약 2년만인 작년 12월에 4556만원이 찍힌 양도세 고지서를 받게 됐다. 중부지방국세청의 업무감사를 통해 관할세무서는 A씨가 고액근로자로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A씨의 2007년 수입은 9869만원 정도. 그러나 A씨는 1997년 2039만원, 2000년 4288만원, 2003년 5724만원, 2004년 6013만원, 2005년 6756만원, 2006년 9197만원으로 꾸준히 연소득이 증가해온 경우로 흔히 말하는 억대 연봉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세무서는 "A씨가 농지보유시 상시적인 근로소득이 발생했고, 거주지와 근무지, 농지의 이동거리를 볼 때 자경이 가능하지만, 자기 노동력으로 절반 이상을 경작하였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 "농사지었다는 사실 증명할 방법이 없네"= A씨는 2년만에 양도세 감면은 커녕 45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는 고지서를 받고 올해 1월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신청했다.
A씨의 황당한 마음과는 달리 심판원 역시 A씨가 보유하고 있던 농지의 10분의 1정도가 휴경중이고, 벼농사에 대한 쌀소득직불금의 일부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다.
심판원은 "A씨가 수용된 농지를 자경했다고 하지만, 농지원부상 수용농지(1892m²) 중 179m²(약 54평)는 2004년 7월 현재 휴경중이고, 나머지 농지는 벼를 재배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며 "그러나 A씨 계좌로 입금된 쌀소득직불금 중 2005년 이전분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판원은 "A씨가 2004년~2006년 살충제·도열병약 등을 구입한 영수증 3매와 생산된 쌀을 친척과 나눠먹었다는 확인서 및 농지 근처 주민의 확인서 등이 있지만, 영수증이나 확인서가 경작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쌀소득직불금 및 농사에 필요한 제품구입에 대한 증명서까지 제출했지만, '자기 노동력의 2분의 1'이라는 요건으로 인해 양도세 감면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됐다.
사실상 농지대토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은 상시근로자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료 : 조세일보 2009.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