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름달 초아흐레, 맑고 바람 약간.
자동차 문제로 오전을 다 썼습니다.
상대편 보험사에서 빌려 쓰는 차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오늘 아침에 차를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공업사에서 자기네 마음대로 차종을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여
취소하고 공업사에서 추천하는 차를 쓰기로 하고
아침까지 쓰던 차를 돌려주고 차를 받아가지고 왔습니다.
오는 길에 하상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더부룩한 머리를 깎으려고 미용실을 찾아 나섰습니다.
전에 세월호 문제로 집회를 하면서 시가행진을 벌일 때
손 흔들어주면서 응원하던 미용실이 있어서
거길 가겠다고 찾으러 나선 길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마침 자동펌프 장사를 하고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닌 박동구 군에게 잠깐 들렀습니다.
전에 일이 있어 통화를 했을 때 청주에 있지 않고
서울에서 치료중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깨고장이 심해서 잘 쓰지 못한다는 것,
안부도 물을 겸 들렀는데
허리도 시원찮고 어깨 또한 냉큼 낫지 않아 불편하다고 하는데
내가 아는 박동구 군은 착한 사람이었고
중학교 졸업하고 그 일을 하다가
주인으로부터 그 사업을 물려받아
평생을 한일자동펌프 장사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몇 해 전인가는 아내를 잃었다는 말도 들었는데
혹시 중매를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그 이야기를 해 볼 참이었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등 기대고 살아갈 믿을만한 사람 찾는 일이 쉽지 않지만
마침 생각하고 있는 괜찮은 사람이 있어 말을 붙여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몸은 시원찮아도 손님이 끓었고
차 한 잔 같이 마실 시간도 안 나는 것 같아
다음으로 미루고 나와 미용실을 찾아 나섰는데
이런, 미용실은 이미 문을 닫아 전화기 가게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 가까운 곳에 기독교서점 화문당이 있어
그 주인인 이성준 장로에게 볼 일도 있고 하여 들렀더니
이장로는 자리에 없고 보은에 있는 곽노형 목사가 있어
간단히 인사 하고 짧은 이야기 나눈 뒤 돌아왔습니다.
아내가 내일 베이징엘 간다고 하여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오창으로 돈가스를 먹으러 갔는데
무슨 일인지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돌아다니다가 결국 순대국을 먹었는데
뜻밖에 맛은 괜찮았습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때 와 봐야겠다고
이름까지 외워 두었는데
구 오창의 ‘신진미순대’라는 식당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음식은 깔끔했고 주인도 서글서글하니 사람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밥을 먹고 나와 전에 약간 인연이 있는 사람의 딸과 사위가 하는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았습니다.
오랫동안 머리를 깍지 못하여 더부룩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뒤집어 쓰고 다니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했는데
깎으니 산뜻한 느낌은 들었지만
오래 미용실을 한 사람치고는 머리 다루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머리 모양도 또한 그러하여
당분간은 마음에 드는 미용실을 찾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오후엔 다시 낚시를 하러 무심천으로 나갔습니다.
바람이 약간 불기는 하지만 괜찮을 것 같았고
얼마 앉아 있지 않아 월척이 넘는 붕어 한 수를 낚아
오늘 조황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게 전부
한 수 낚아 놓고 밤을 맞았습니다.
낚시를 하는 것은 여러 모로 재미있습니다.
고기가 잘 낚일 때는 그것으로 즐겁지만
그것 아니라도 물을 바라보는 일이나
하늘의 구름이나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는 것
낚시터에서 보는 일몰의 아름다움
고기가 나오지 않을 때의 마음의 흐름을 읽어내는 일
그렇게 기다림을 다시 공부하는 것도 적지 않은 즐거움입니다.
그것 말고도 때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조화로운 변화라든가
해 지면서 물 위에 띄워 놓은 야광찌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마음 착한 낚시꾼과 나누는 이야기도 있고
흔치는 않지만 때로 기구한 사연을 가진 사람의 살아온 일들을
밤 새워 듣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 밤을 새워가며 낚시를 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아내가 북경에 가서 일찍 오라고 할 일이 없는 사나흘 중의 하루는
밤을 새워볼까 생각도 하고는 있는데
물이 밤을 새우게 할지는 아직 모를 일입니다.
물론 낚시가 언제나 즐거운 일만은 아닙니다.
모든 좋은 일에는 불편한 일이나 방해거리가 없지 않으니
낚시도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늘 속을 어지럽히는 일은 낚시를 하고 나서
그 자리에 수많은 쓰레기를 남기는 사람들입니다.
가지고 왔던 것을 되 가지고 갈 줄을 모르는 이들의 부주의와 게으름
주로 그런 사람들이 제 집 안이나 자동차는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만
물에 와서 좋은 것을 누리려고 낚시를 하면서
낚시가 끝났을 때 그 좋은 것을 선물한 물과 물가를 어지럽히는 짓은
참으로 무례한 배은망덕이라는 것이 그 첫째이고
달이 밝은 날은 물색이 좋아도 낚시가 되지 않으니
그것도 방해라면 하나의 방해이고
바람이 부는 것도 낚시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래저래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맞는 날은
한 해 동안 낚시를 다닌다고 해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 아내는 낚시만 가면 ‘얼른 하고 일찍 오라’고 말하는데
그 또한 여러 방해 중의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얼른 낚시를 한다’는 말이 성립이 되는지를 헤아리면
식은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그저 하고 싶은 만큼 하다가
이 때다 싶을 때 자리 접고 일어나는 것이 내 낚시 습관인데
아내 때문에 그 때를 맞기 전에 일어나는 일이 일쑤
그런 저런 것까지도 잘 읽고 소화를 시킨다면
그 또한 나를 가꾸는 일에 도움은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튼 당장은 거슬리거나 방해가 되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오늘 또한 아내의 재촉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모처럼의 월척 붕어 한 수에 만족하고 돌아오는 길
약간 흐린 하늘에 걸린 달을 보면서
낯선 차를 운전하는 어색함과 불편까지 내려놓게 하는 집 앞
어수선하고 긴 하루를 또 그렇게 살았는데
오늘 이름은 ‘낚시의 즐거움’이라고 붙이며 마무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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