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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총2쪽) |
군사기지 추진하면서, 동북아평화 논의?
현실과 시대를 외면한 평화포럼 유감
제6회 평화포럼이 막을 올렸다. 2001년,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 시작된 평화포럼은 제주를 동북아평화를 위한 교류와 협력의 거점으로 활용해 나가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제주야 말로 과거 4.3의 아픈 역사를 화해와 상생이라는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평화의 의지가 역사적으로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 제주가 동북아 평화체제를 위한 주요 역할국이라할 한․중․일 3국의 꼭지점에 위치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 6월 개최된 제1회 평화포럼에서도 현직이기도 한 우근민 도지사가 “일단의 팽창주의적 움직임 속에서 제주에 대규모 군사시설이 들어선다면 제주는 국제적 위험성 앞에 노출되고 말 것”이라고 스스로 경계를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랬던 우근민 도지사가 10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나서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공식수용한다고 서둘러 발표하는가 하면,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정부 역시 한편에서, 제주에 전략적 성격을 갖는 대규모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말았다.
이에,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추진하기 위해 ‘비무장’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의 섬 지정논리의 연구와 주장에 앞장섰던 학자들 마저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는 순간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많은 제주도민들은 도대체 평화의섬 지정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많은 국내외의 지식인과 평화운동가들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야말로 군비경쟁에 몰두하는 동북아 지역에 민감한 ‘화약고’가 될 것임을 경고하며,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정부는 그러한 의문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설득력 있는 대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국방부와 해군은 하루라도 빨리 실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진행과정상의 위법․부당함에 대한 정치권의 공동조사에 따른 공사중단 요구는 물론, 도민사회의 공사중단 촉구, 기지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양윤모 선생의 목숨을 건 단식 등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없이 기지건설을 강행, 추진하고 있다.
해군은 제주에 건설되는 기지가 “중국을 상대로 한 방위계획”이자 “전초기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 무역 의존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제주에 있어서도 경제교류와 협력을 위한 동반자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만 하더라도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중국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제주가 향후 번영을 위해 직접교류를 위한 매우 중요한 상대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기지를 이 곳 제주 남서쪽 강정 마을에 건설하려는 시도는 그야말로 제주를 유사시 화약고로 전락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으며,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균형자 노릇을 자처한 한국 외교안보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몇 년전,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몇 차례에 걸쳐 제주 해군기지 건설추진 내용을 보도하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던 것은 이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제주에서 이뤄지는 어떠한 군사적 조치나 군사기지의 설치를 반대한다. 제주는 중국을 겨냥한 군사기지가 아닌,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 제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과 북의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하며,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수립을 위해 각국의 정부는 물론, 민간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는 평화지대(Peace Zone)로서 기능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나라 안보에도 기여함은 물론, 외교안보 면에서도 주변국에도 설득력을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첨예한 국면을 맞는 지금, 이를 외면한 채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논하는 국제회의가 ‘평화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와 국제평화에 대한 우리정부의 분열적 태도를 보여주는 극단의 딜레마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열리는 평화포럼이 현실을 외면하고, 시대에 어두운 ‘박제포럼’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제주 평화포럼이 명실상부한 세계의 평화포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해군기지 건설 중단은 물론, 이의 전면 재검토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2011. 5. 28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범도민대책위, 생명평화결사, 개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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