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남쪽 끝 진도. 맑은 날 산에 오르면 남쪽으로 추자도, 멀리 제주도까지 보인다. 진도 남쪽 바닷가 마을 임회면 죽림리는 앞마당은 바다고 뒷마당은 논, 밭이다.
마을 뒤편은 넓은 논이 펼쳐있다. 이다일기자)
오후 5시가 되자 마을 앞까지 차올랐던 바닷물이 빠졌다. 멀리까지 갯벌이 드러났다. 두어 시간 남짓 바다가 열리는 순간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갯벌로 들어간다. 바지락, 귀머거리, 맛 같은 어패류는 손으로 주워 담는다. 숭어, 돔 같은 물고기들은 썰물에 세워놓은 개막이 그물에 걸렸다. 물고기를 부대에 그냥 주워 담으면 된다. 하루 2번 바다가 이 마을에 선물을 준다.
어촌체험마을 죽림
돌담길/ 마을 곳곳엔 아직도 돌담이 많다. 제주도처럼 듬성듬성 쌓지는 않았지만 바람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바닷가 마을인데도 논두렁을 지나 마을이 넓게 늘어서 있어서 여느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다. 파랗고 빨간 기와지붕, 회색빛의 슬레이트 지붕은 새마을 운동 때 지어지고 태풍이 오면 수리했다. 시멘트로 길이 포장되고 벽도 단단해졌지만 옛 모습의 돌담이 남아 있다. (이다일기자)
죽림리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한 ‘어촌체험마을’이다. 사람들은 갯벌을 체험하러 이곳을 찾는다. 넓게 열리는 갯벌이 마을의 큰 자랑꺼리다. 하지만 서쪽으로 갯벌을 지나 작은 모서리를 돌아가면 포구가 나온다. 이 마을 어선 40여척이 정박된 포구는 썰물에도 배가 다닐 수 있다. 불과 100여 미터 옆에선 넓디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말이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바다 양식업에 종사한다. 10월부터는 김을 수확해야 하고 2월에 미역을, 5월말에는 다시마를 거두기 시작해 7월까지 쉴 틈이 없다. 여름한때 잠시 쉬는 기간이지만 이때는 어촌체험이 한창이다. 바다의 선물 덕분에 마을은 언제나 풍성하다. 앞 바다의 넓은 양식장을 관리하고 사람 키만 한 다시마를 거두려니 관리용, 수확용으로 집집마다 배가 두척씩 있다.
앞마당과 뒷마당이 한눈에/ 죽림마을의 앞마당은 넓은 바다요 뒷마당은 풍요로운 논과 밭이다. 논두렁을 지나 언덕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앞마당과 뒷마당의 경계에 소나무 숲이 늘어서 있다. 해풍을 막아 농작물이 잘 자라도록 일부러 심어놓은 소나무다. 멀리 바다위엔 하얗게 양식장 표시가 늘어섰다. 굴, 전복, 김, 미역, 다시마를 양식하는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다일기자)
이처럼 풍요로운 마을이지만 아쉬운게 하나 있다. 여느 시골마을처럼 젊은이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다시마 양식처럼 힘든 일은 외지에서 일꾼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나마 여의치 않으면 수익이 조금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힘이 적게 드는 굴양식으로 업종전환을 하기도 한다.
400년전 조성한 방풍림은 아름다운 숲이 되어…
돌담과 진돗개 진도에는 진돗개를 제외한 개가 살 수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거꾸로 말하면 집집마다 있는 모든 개가 진돗개다. 집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주인에 대한 충절의 대명사로 알려진 진돗개가 담 너머 사진 찍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이다일기자)
어촌마을이었던 죽림마을은 400여 년 전 마을 앞에 논을 만들면서 농업이 시작됐다. 바다 바람에 농작물이 피해를 입자 바다와 농토 사이에 나무를 심었다. 마을 중심에 늘어선 해송림은 농업을 위해 조성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나무들은 숲이 되었고 지난 2005년엔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07년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으며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마을 풍경은 이곳이 바람많은 바닷가임을 알려준다. 제주도처럼 낮은 돌담이 쌓여있다. 하지만 제주와 다른점은 담 안쪽에 있다. 집집마다 진돗개가 집을 지킨다. 충절의 상징답게 듬직하다. 붉고 푸른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은 토속적이다. 초록의 논두렁 사이 공터에 다시마를 깔고 붉은 그물을 덮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을 곳곳이 붉은 빛으로 덮혀있다. 풍요로운 바다에선 신선한 해산물이 끊이지 않고 넓은 농지에선 곡식이 익어간다.
소나무 숲 2007년에 생명의 숲 운동본부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숲에 선정된 곳이다. 소나무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공존상'을 받았다. 죽림마을 입구 200여 미터의 길에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400년전 바닷바람을 막아 농사를 짓기 위해 심어진 소나무가 이제는 숲이 됐다. 지금은 소나무 숲 뒤로 이어진 논과 밭을 해풍으로 부터 보호하기도 하고 갯벌에 놀러온 여행객들에게 그늘을 제공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다일기자)
청정지역으로의 여행
겨울 바닷가에는 굴구이 노점이 성황이다. 바닷가에 늘어선 작은 노점들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을 유혹한다. 여름에는 갯벌 체험이 한창이고 숭어, 돔을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발길역시 끊이지 않는다. 한번 온 사람은 잊지 못하고 다시 찾는다는 진도. 서울에서 차로 가려면 꼬박 5시간은 걸린다. 마을에 방 한켠을 내주는 민박이나 진도읍내의 모텔을 제외하면 숙박지도 변변치 않다. 그만큼 이곳이 청정지역이라는 반증이다.
굴양식 먼 바다에 굴을 양식하기 전에 얕은 바다에서 굴이 자리 잡도록 기둥에 메고 있다. 죽림마을의 바다일 중에서 비교적 쉬운 일에 속한다는 굴 양식은 빼놓을 수 없는 마을의 수익원이다. 겨울이면 바닷가에 굴을 구워먹는 포장마차가 길게 늘어서며 장관을 이룬다. (이다일기자)
이곳 마을 사람들은 ‘청정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마을 박진수이장(62)은 “숙박과 식당이 부족해 앞으로 개선해야 하지만 청정마을을 지켜나가는게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먼 길을 찾아와 청정지역을 보고 즐긴다. 진도로 시집와 이곳의 매력에 빠져 해설사를 하고 있다는 배정희씨는 “진도를 소개하다보면 처음 와봤다는 사람이 많다”며 “평생에 한번은 꼭 찾아볼 만한 아름다운 섬”이라고 추천했다.
마을포구 죽림마을의 한편은 갯벌이 길게 늘어서지만 마을 반대편으로 조금만 지나가면 포구가 나온다. 한집에 두 척씩 있는 배들은 모두 이곳에 늘어서있다. 주로 양식장을 다니는 어선이다. (이다일기자)
다시마 국물 맛을 살려주는 '다시마'는 이렇게 채취된다. 양식장에 묶어 놓았던 다시마가 길게 자라 사람 키를 훌쩍 넘긴다. 물에서 건져 올려 배에 실을 수 있는 크기에 맞춰 잘라낸다. 두텁고 윤기 나는 다시마는 6월초부터 7월말까지 쉴 새 없이 수확해야 한다. (이다일기자)
(가는길)
서울-광주 혹은 목포까지 항공기, KTX,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진도까지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또는 서울, 해남, 순천, 부산에서 진도까지 고속버스가 있다.
갯벌마을 군내버스 죽림마을은 진도군을 오가는 '군내버스'만 다닌다. 진도읍에서 2~3시간에 한 대꼴이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는 오후 5시, 버스가 마을에 도착했다. 뒤편 언덕에는 빨간 빛깔의 그물 아래에 다시마를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마를 그물 밑에 깔아 말려야 상품가치가 높아진다. (이다일기자)
진도읍에서 죽림마을까지는 군내버스 ‘탑립’행을 타면 된다. 40분정도 소요되며 하루 2~3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