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산 스님/서울 정각원장
연등(然燈)은 ‘불은 밝힌다’는 뜻이다.
밝음은 어두움을 쫓아내고 재앙을 없애며,
잘못됨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때문에 지극한 정성으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면 가깝게는 내 마음이 지혜로워 지고,
넓게는 사회가 밝게 되어져서 모든 것이 투명하게 되어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여타 다른 모든 종교의식에서도 불을 밝힌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게 실행되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특히 불교에서의 ‘연등기도’ 행사는
곧 마음의 어두움을 환히 밝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므로,
연등기도 행사에는 온통 법당에 촛불을 밝히고
주야(晝夜)로 인등(引燈)을 밝혀 지혜로운 마음으로 밝고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고, 따듯한 가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밝은 사회를 만들어 이웃과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정토생활을 염원하고 있다.
연등의 유래는 『근본설일체유부(根本說一切有部)』의
「비나야약사(毘奈耶藥事)」 제12에 있는 부처님 당시에 있던
실제 사실로서,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과
구걸하여 연명하고 있는 가난한 여인이 어렵게 구걸한 돈으로
자신의 자식에게 먹일 것을 구하기에 앞서,
부처님께 먼저 공양을 올린 그 등불이 많은 권력이나 돈과
재물을 가진 왕이나 부자 장자가 올린 등불보다 더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남아 빛을 밝히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아난다와 여러 대중들에게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시기를,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여인의 넓고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켜진 등불이므로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며,
이 공덕으로 그 여인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하게 될 것이다”
라고 하시며 그 여인에게 수기(授記)하셨다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신라촵고려시대에는 정월 대보름날에 이틀 밤을
연등을 켜서 어둠을 밝혔고, 2월 보름에는 연등제(然燈祭),
또는 연등회(燃燈會)라는 세시풍속으로 궁중이나 사찰은 물론이요,
어둡고 그늘진 거리와 가정에 등불을 밝혀,
새 봄을 맞는 민족적인 민속행사로 시행되기도 했다.
또, 사월 초파일에는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가 부처님께서 오셔서
세상 사람들의 마음에 등불을 밝혔듯이,
불교신자는 물론 전 국민이 민속제전으로 승화하여
오색 찬란한 갖가지 연등을 만들어 사찰이나 가정에,
혹은 어두운 길목에까지 밝은 마음의 지혜와 평화의
지극한 염원을 담은 등불을 밝히어 밝은
마음 밝은 세상 만들기에 동참을 하였다.
연등의 연(然)자는 본래 태운다는 ‘연(燃)’ 자이지만,
연등이라고 할 때는 두 글자를 통용하여 쓸 수 있다. 또,
연등(蓮燈)이란 등의 모양을 연꽃처럼 만들었다는 의미로서
이름한 것이다.
부처님 앞이나 사찰의 각 법당에 인등(引燈)을 밝히는 것은
어두운 마음을 밝은 곳으로 인도하게 되면, 밝은 곳
밝은 마음에는 어떤 막힘도 재앙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밝히고 주변을 밝게 한다는 염원을 담은 의미에서
인등이라고 하였다.
또, 장등(長燈)이라고도 하는데, 가난한 여인의 정성어린 등이
그 누구의 등보다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부처님으로부터
미래 성불의 수기를 받았듯이,
이 등의 정성이 그와 같다는 의미로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등은 본래 기름으로 밝혔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도 겨우 구걸해서 얻은 동전 두 닢으로
구한 기름으로 밝혔다.
옛날에는 불을 밝히는 원료가 기름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후에 초가 만들어지면서 촛불을 밝히게 되었으나,
초도 사실은 밀납(蜜蠟)이나 동물의 기름을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던 기름은 참기름이나 들기름이었으며
옥(玉)등잔이나 사기 또는 유리로 만든 그릇에 솜이나 실로 만든
심지를 세우고 기름을 넣어 심지에 점화하였다.
한 때는 석유를 사용하여 등잔불을 켜기도 했지만,
그러나 요즘은 전기 불로 간편히 인등 공양을 올리고 있다.
물론 정성으로야 맑은 기름을 자주 갈아주고,
심지도 수시로 올려주고, 기름 연등의 그릇도 수시로 깨끗이 씻어
그 그릇에 정성으로 기름불을 밝혀 밝음의 공양을 올리는 것이
더 정성스럽고 좋겠지만,
시대가 시대니 만큼 공력도 많이 들고 기름 관리도 위험하여
간략하게 전기 인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연등기도는 기름인등을 하면 삼칠일, 사십구일,
백일 등으로 기도 기간을 정해놓고 할 수도있지만,
지속적으로 장등을 하면서 초하루나 보름,
혹은 일요일이든지 기도자의 형편에 따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찾아가 기도하면 된다.
연등을 어느 법당에 밝혔느냐에 따라서 대웅전에 밝히면
‘나무석가모니불‘을 칭념하고, 극락전에 밝히면
‘나무아미타불‘이나 ‘관세음보살’을 칭념하고, 지장전에 밝히면
‘지장보살’을 칭념하며 일념으로 기도한다.
자신이 기도하는 기도처가 어느 곳이든 기도할 때는
부처님이나 보살의 명호를 참회하는 마음으로 과거에
어느 때인지 알 수 없지만 알게 모르게 지은
모든 마음의 때(罪業)를 깨끗이 씻어내듯 간절하게
부처님의 모습을 마음에 새기며 일심으로 명호를 칭념해야 한다.
상단으로 이름하는 법당 이외에도
칠성각촵산신각촵조왕전촵독성각촵나한전 등에도
인등을 밝히고 기도를 하는데, 이것도 의미는 마찬가지다.
정성에 따라 마음의 기울음에 따라 각 단의 어디에서든지
‘인등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월 초파일에 연등을 밝히고 하는 기도는
‘나무석가모니불‘을 칭념한다. 연등을 밝히고 기도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남의 허물을 탓하기에 앞서 자기 마음의 때를
먼저 씻는 자아 반성의 등을 켠다고 생각하고,
밝은 마음에서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새겨 지혜와 복덕이
구족한 부처님을 닮아 가는 간절한 서원을 중생심이 다할 때까지
다짐하고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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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