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함양 총각거사
한창 산이 좋아 등산을 자주 다니던 50세 중반때의 일이다. 그 당시엔 지역에선 제법 빡세게 산을 탄다는 산악회에 소속하고 있었다.
국내의 희말라야 완반자들과 함꼐 해외 등반을 다녔다는 회원들도 있었고, 국내 산들을 섭렵한 사함들도 있었다.
막힘 없는 듯 산을 오르다보니 국립공원의 금지된 코스를 오를때도 있었다. 위험하거나 자연보존을 위해 통제된 곳이건만, 하지말라면 더욱 호기심이 발동하여 더 하고싶은게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한 곳은 등산로가 없다보니 가파른 산을 치고 올라가면, 커다란 바위군이 앞을 가로막아 다시 내려와야 하는때도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어쩌면 냉정하다고 느낄만한 전문 등산꾼들에게서 속마음은 따스하다는걸 알았다.
그즈음 함양에 산다는 노총각 거사를 만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절간이나 외진 곳에서 소위 도를 닦으며 살고 있다는 30대 후반 노총각이었다.
그는 나를 형님이라 부르며 무척 따랐다. 산생활을 많이 하였지만, 등산에 관한 지식이 없다는게 그의 말이었다. 해외등반도 두차례나 함께했다. 낯선곳이 불안한데 내가 간다니까 함께 하고 싶다고 하였다.
4천미터급 등산을 앞두고, 고소증에 겁을 내었다. 나는 그가 산중 생활을 오랫동안 하였기에 적응이 잘될거리고 위로했고, 우리는 맨 선두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리가 산을 내려오자 갑작스런 소나기(squall)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일행은 휴양지의 리조트로 자리를 옮겨갔다.
바닷가 리조트 그곳에서 우리는 현지인들이 챙겨주는 킹크랩, 조개와 바다 생선구이를 먹으며, 아름다운 색깔의 물고기들의 헤엄치는 모습을 만끽했다.
나는 총각도사를 데리고 작은 언덕끝 바닷가로 갔다. 가이드는 먼저 자리를 잡았던 리조트는 대서양 구역이고, 옮겨온 곳은 태평양 바다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대서양과 태평양의 물이 만나는 두물머리인 셈이다.
우리는 하룻만에 대서양과 태평양 바다를 오간 것이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끝없이 넓은 바다를 버라다 보았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말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인연은 이어져갔고, 어느 순간 가끔씩 걸려오던 그의 전화가 끊어졌다. 어디가 아플까? 아니면 다시 산으로 들어간 것일까? 이후 산을 오를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언젠가 함양의 상림숲을 갔다가 그를 수소문 하였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갈수록 혼탁한 세상을 보노라면 스님이 아니면서 세상 물욕을 버리고, 수행하듯 살아가는 그가 가끔은 생각난다. 부럽다는 마음도...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