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를 이용하는 방법
우리가 택시에 오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제기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택시 운전사를 적절하게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 문제이다.
택시 운전사란 온종일 다른 운전자들과 싸움을 벌이면서 차들이 붐비는 속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는 일(보통 사람 같으면 심근 경색이나
정신 착란을 일으키기에 딱 알맞은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람의 형상을 한 피조물은 무조건 혐오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을 두고 세상
물정 모르는 상류층의 급진주의자들은
택시 운전사들이 모두 파시스트라고 말한다.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택시 운전사들은 이데올로기 문제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이 노동 조합의 가두 행진을 싫어하는 건 정치적인 성향 때문이 아니라
시위대가 교통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극우파가 시위를 한다 해도 택시 운전사들의 비난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좌파든 우파든 오로지 강력한 정부가 들어서기만을 바란다.
자가 운전자들은 모두 총살시키고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적절한 통행 금지를
실시할 정부를 말이다.
그들은 여성을 싫어한다. 그러나 여자라고 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여자를 혐오할 뿐이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다.
이탈리아의 택시 운전사는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주행중에 줄곧 위와 같은 의견을 서슴없이 토로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음으로써
자기의 인간 혐오증을 드러내는 사람이며,
나머지 한 부류는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가다가
겪은 일을 시시콜콜히 이야기하는 단순한 수다를 통해
자기의 긴장을 푸는 사람이다.
이 마지막 부류의 택시 운전사가 늘어놓은 이야기는
인생의 단면들을 드러내는 것이기는 해도 새
겨들을 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만일 선술집에서 그런 얘기를 늘어놓는다면,
주인은 집에 가서 잠이나 자는 게 좋겠다면서
그를 밖으로 쫓아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택시 운전사 자신은 자기 얘기를
매우 놀랍고 신기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그런 택시 운전사를 상대할 때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런 식의 말들로 장단을 맞춰
주는 것이 좋다.
" 원 세상에! 말도 안돼요.
설마 그런 사람들이 있을라고요. 정말 별일이 다 있군요.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이에요?"
그렇게 장단을 맞춰 주는 것은 택시 운전사를 그 우
스꽝스러운 자폐증에서 빠져 나오게 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말을 하고 나면 승객의 기분은 한결 좋아진다.
뉴욕에서 이탈리아 사람이 택시를 타는 경우,
택시 운전자격증에서 데 쿠트르나토나 에제
포지토, 페르쿠오코 같은 이탈리아 계 성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자신의 국적을 밝혔다간 아주 난처한 일을 당할 염려가 있다.
승객이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운전사는
이탈리아 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잡탕 말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승객이 자기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얼굴이 벌게 지도록 화를 낸다.
그럴 때에는 즉시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 어는
자기 고향의 사투리일 뿐이라고 영어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운전사는 이탈리아에서는 이제 영어가 국어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성난 마음을 누그러뜨릴 것이다.
뉴욕 택시 운전사들의 성을 보면,
대체로 유대 계 아니면 비유대 계 둘 중의 하나이다. 유
대 계 성을 가진 자들은 반동적인 시온주의자들이고,
비유대 계 성을 가진 자들은 반유대주의적인 반동주의자들이다.
둘 중의 어느 쪽이든 그들은 단지 주장을 펼치는 데에 그치지 않
고, 숫제 군부 쿠데타를 요구한다.
또 그들 중에는 더러 성이 중동계 같기도 하고 러시아 계
같기도 해서 유대 인인지 아닌지를 가려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운전사들을 만나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런 경우 말썽이 생기는 것을 피하고 싶으면,
" 목적지를 바꾸고 싶군요.
7번가와 14번가 모퉁이로 가지 말고 찰톤 가로 가시죠"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운전사는 벌컥 화를 내면서 브레이크를 밟고는
차에서 당장 내리라고 할 것이다.
뉴욕의 택시 운전사들은 번호가 붙은 거리는 알아도
이름이 붙은 거리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파리의 택시 운전사들은 길을 도통 모른다.
생 쉴피스 광장으로 가 달라고 하면 오데옹까지 가서 차렐 세우고는
더 이상은 길을 모르겠다며 승객을 내리게 한다.
그러기 전에 벌써 승객은 " 어, 아저씨, 이거 왠지....."
하면서 이따금씩 까다롭게 굴었던 대가로 운전사
의 긴 푸념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에게 지도를 보라고 권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는 아무
대꾸도 안 하거나 참고 문헌에 관한 정보를 원했다면
소르본 대학의 고문서 전문가에게 문의하지 그랬느냐고
엉뚱한 소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극히 친절한 태도를 보이면서 순환 도로를 세 바퀴쯤
돈 뒤에, 북역이든 동역이든 가치가 많기는 마찬가진데 굳이
북역으로 갈 게 아니라 동역에 내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아는 한 뉴욕에서는 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게 불가능하다.
어떤 클러벵서 호출하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와 달리 파리에서는 택시를 전화로 부를 수 있다.
다만 난처한 일은 택시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스톡홀름에서는 오로지 전화로만 택시를 부를 수 있다.
그곳 운전사들은 거리에서 배회하는 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화 번호를 알아내려면 돌아다니는 택시를 불러 세워야 하는데,
좀 전에 말했듯이 운전사들이 믿어 주지 않는 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독일의 택시 운전사들은 친절하고 예의가 바르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가속 페달만 밟아 댄다.
그렇게 목적지에 다다르면 승객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택시에서 내린다.
그때 그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탈리아에 쉬러 오는 독일 운전사들이 추월 차선에서도 한사코 시
속 60킬로미터로만 달리는 이유를.
포르쉐를 모는 프랑크푸르트의 택시 운전사와
찌그러진 폭스바겐을 탄 리우 데 자네이루의 택시 운전사가 경주를 벌인다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리우의 운전사가 이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리우의 운전사는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도 멈추지 않기 때
문이다.
리우의 택시 운전사가 적색 신호를 무시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차를 세우면,
그 옆으로 택시처럼 차체가 찌그러진 또 다른 폭스바겐 한
대가 다가들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내 녀석들이 차창 밖으로 손을 뻗어서 택시 승객의 손
목 시계를 낚아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택시 운전사를 알아보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잔돈을 일절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그가 바로 택시 운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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