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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발표문
안녕하십니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은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아래와 같이 뽑아 발표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말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10월 2일 우리 모임 운영위원회에서 아래와 같이 뽑아 한글날을 맞이해 세상에 밝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까닭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를 만들어 쓰는 자주 문화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고 모든 국민이 나날이 언어생활을 쉽고 편하게 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말을 살려서 나날이 말글살이를 쉽고 편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남의 말을 섬겨서 우리의 언어생활을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려는 것입니다.
우리말과 한글을 갈고 닦으며 자랑스럽게 쓰는 일은 우리나라와 우리 겨레의 앞날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임을 굳게 믿으며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참으로 사랑하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을 드높여서 모든 국민이 막힘없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진정한 민주 사회를 앞당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뜻으로 벌이는 국민운동입니다. 우리 일에 힘을 보태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뽑힌 개인과 단체의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뽑은 까닭은 덧붙임에 자세하게 있습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http://cafe.daum.net/malel)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드림
연락처: 010-3072-1083(김수업). 010-4715-9190(이대로)
<2007년 우리말 지킴이 10>
1. 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2. "과자 이름을 한글로 지어주세요" 서명운동을 벌인 초등학생들
3. 아름다운 우리말 살려 쓰려고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
4. 결정문을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5.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어울림'
6.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영어학 교수 김미경님
7. 푸른겨레솔연구소장 김영조님
8.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편집인 안건모)
9.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허가받은 이봉원님
10. 영어마을 문제점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
<2007년 우리말 헤살꾼 10>
1. '제주영어교육도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
2. '글로벌 빌리지' 만들겠다는 부산시
3.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 만들겠다는 인천시
4. '리틀 유에스' 만들겠다는 밀양시와 경상남도
5.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시 노원구
6. 면․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행정자치부
7.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
8.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9.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10. 영어로 회사이름을 지은 홈에버
《덧붙임》
2007년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 발표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올해로 아홉 번째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을 뽑아 한글날에 맞추어 발표합니다. 우리는 우리말이 바람직하게 살아나서 겨레와 나라가 잘 되고 앞날이 밝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을 계속합니다. 해마다 이 발표를 하면서 다음 해에는 우리말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라지만 해가 바뀔수록 오히려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것도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여느 국민이 아니라 중앙이나 지방에서 나라를 이끄는 경제인과 정치인과 공무원이 앞장서 우리말을 어지럽혀 힘없는 국민의 삶을 고달프게 하므로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한 해 동안 중앙과 지방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서 서로 다투어 ‘영어’에 얼을 빼앗겨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붇고 있어서 나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두 해 전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드높였지만 경축 행사를 뒷받침하는 예산은 국경일이 아니던 지난날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한글 덕분에 문맹 없는 나라가 되어 잿더미에 위에서 일어나 반세기 만에 세계 십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도 도대체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우리를 이렇게 끌어올리고 있는 지렛대가 한글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합니다. 겨레의 앞날이 우리말 살이의 사정에 달렸음을 깨달은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에 더욱 힘을 모으고 슬기를 가다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자와 한자말, 로마자와 영어의 물결이 아무리 거칠지라도 우리는 한글과 우리말에 희망을 걸고 두려움 없이 쉬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말을 남다르게 사랑하는 어느 분이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이라 하지 말고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이라 하자고 하셔서 그리하기로 했습니다. ‘훼방꾼’이라는 한자말보다 같은 뜻인 ‘헤살꾼’이란 토박이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우리 운영위원들은 손뼉치며 받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낱말 하나하나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려고 애쓸 때에 우리말이 살아나고 우리 삶이 힘차게 솟아오를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 같은 국민의 눈과 귀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좀 더 많은 국민이 우리가 하는 일에 눈길을 돌려주시고 함께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단기 4340(서기 2007)년 10월 5일
561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
<2007 우리말 지킴이 10>
1. 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우리 토박이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는 ‘김텃골돌샘터’님이 살고 있다. 그분은 온 식구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었는데, 남편은 ‘김텃골돌샘터’, 아내는 ‘강뜰에새봄결’, 아들은 ‘김빛솔여울에든가오름’, 딸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이다. 또 남편 김텃골돌샘터님이 경영하는 약국의 이름은 아내 이름을 그대로 따서 “뜰에새봄결”이다. 그분은 자그마치 여섯 차례나 재판을 해서 식구들의 긴 이름을 정당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들의 여권, 주민등록증, 그리고 학교의 출석부에도 물론 이렇게 긴 이름들이 올라 있다.
대만과 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김텃골돌샘터’님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한자로 쓰니까 중국 사람들이 중국식으로 발음하여 다른 이름이 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엉뚱한 사람이 되었다는 당혹감과 함께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의 이름이면 우리말 소리대로 불려야 하는 것이 마땅한 거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우리말을 남달리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의 주인인 한국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이 가득 찬 사람이다. 더불어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철학과 사랑 그리고 긍지는 따를 사람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이분을 올해의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2. "과자 이름 한글로 지어주세요" 서명 운동을 벌인 초등학생
전교생이 서른 남짓에 지나지 않는 작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과자 이름을 한글로 바꿔 달라” 하는 청원을 내걸고 누리통신에 오만 사람(5만 명)을 목표로 누리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도성초등학교 6학년 김담이(13) 어린이를 비롯한 여덟 사람의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누리통신 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에 ‘과자 이름 우리말 쓰기 운동’이라는 청원을 내걸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허동현 담임선생님 지도로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말 오염’을 조사하는 공부를 해보았다. 조사에 나타난 우리말 오염 가운데 우리나라 과자 이름이 거의 모두 남의 나라말임을 알게 되었고, 직접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 같은 곳을 찾아가 과자 이름을 조사했다. 마흔 가지 과자를 아무렇게나 골라 직접 공책에 이름을 적어보았더니 우리말 이름은 아홉 가지에 지나지 않고 남의 나라말 이름은 세 곱절인 스물일곱 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네 가지는 우리말과 외국말이 섞인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함께한 학생들은 “생각보다 외국말로 된 과자가 많아서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 과자 이름을 보기로 들어서 새로운 한글 이름을 바꾸어 내놓기도 했다. 롯데제과에서 만든 ‘아트라스’는 ‘달콤한 암팡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는데, ‘암팡진’은 ‘몸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지다’는 뜻이다. 해태제과에서 만든 ‘화이트엔젤’은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했다. 우리는 이처럼 똑똑한 학생과 올바른 선생님이야말로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나라 앞날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올해의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다.
3. 아름다운 우리말 쓰려고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
경기도 고양시(시장 강현석)는 지역에서 봉사하는 공무원들에게 '아름다운 한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었다. 고양시에 따르면 공문서를 품위 있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쓸 수 있도록 네 차례에 걸쳐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었다고 한다. 교육은 올바른 문장 표기법과 맞춤법, 국어 순화와 작문 같은 국어 교육에 두루 걸쳤는데, 한글 맞춤법 구성과 내용, 띄어쓰기, 공문서 바로 쓰기, 틀리기 쉬운 우리말 같이 공무원 업무에 필요한 국어 영역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그리고 간단한 국어 '쪽지시험'도 봤다고 한다. 시는 시공무원과 관리공단 직원 260여 명에게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려고 국립국어원 학자를 모셔오기도 했다.
고양시는 2004년에 고양문화재단(이사장 강현석, 총감독 이상만)에서 만든 공연장 이름 덕양문화체육센터를 ‘덕양어울림누리’로 바꾸고, 그 안에 있는 대극장은 ‘어울림 대극장’, 야외 극장은 ‘꽃메 놀이터’, 아이스 링크는 ‘얼음 마루’, 문화 센터는 ‘별따기 배움터’, 수영장은 ‘꽃우물 수영장’이라고 이름을 붙여 우리 모임에서 그 해 으뜸지킴이로 뽑은 일도 있다. 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만들며 영어 식민지 되기를 자청하기 바쁜데 고양시는 우리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쓰려고 애쓰고 있어서 더욱 돋보인다.
4. 결정문을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검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중심이 돼 ‘알기 쉬운 결정문 작성에 관한 지침(가칭)’ 초안을 완성했으며, 지난 1월부터 일부 지검 검사들을 상대로 시범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이 검토하고 있는 결정문 작성의 기본 원칙은 일단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하는 것이다. 검찰은 한글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정에 따라 쉽고 또렷한 내용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되 법률로서 쟁점이 될 만한 곳은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에 맞추어 세부 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까지 결정문에서 자주 쓰던 ‘성명불상’(이름을 알 수 없는)이나 ‘금원’(돈), ‘동인’(그 사람), ‘동녀’(그 여인) 따위 일본식 한자어는 적잖이 사라질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도 고소인이 불쾌하게 느낄 수 있는 ‘선뜻 믿기 어려워’ 같은 표현을 ‘증거에 비추어 볼 때 혐의 사실이 부족하다’처럼 고쳐 표현하기로 했으며, 한 문장이 몇 쪽에 걸쳐 이어지던 긴 문장도 짧은 문장으로 끊어 쓰기로 했다. 이제까지 검찰의 결정문은 여러 사실을 나열하는 긴 문장으로 일본식 공소장의 표현과 형식을 그대로 따라 만든 까닭에 문장이 너무 길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와 같이 나뉘는 국어 어문 규정에 따라 문장을 만들고, 이들 문장이 논리에 따라 모여서 문단을 이루도록 결정문을 쓰도록 한다고 했다. 벌써 했어야 마땅한 일이 늦어진 것이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길로 들어섰으니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5.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어울림’
요즘 아파트 이름을 거의 영어로 지어 우리말을 죽이고 있어서 우리 모임에서는 그런 아파트 영어 이름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다. 그런데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회사도 있어 지난해부터 지킴이로 뽑기도 했다. 우리말로 지은 회사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금호건설은 2003년부터 아파트 이름을 '어울림'으로 지어 쓰고 있다.
금호건설은 ‘어울림’이란 이름을 지은 까닭을 “어울림은 ‘한데 섞여 조화되다’는 순 우리말로 사람과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 생활과의 어울림이란 뜻을 담은 금호건설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입니다.” 하고 말한다. 뜻도 알 수 없고 읽고 부르기도 어려운 영어 이름에 견주어 볼 때 부르고 기억하기도 좋을 뿐 아니라 뜻도 참으로 좋은 이름이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이 이처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아 드러내려는 정신을 지니고 국민의 삶을 기름지게 가꾸며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높이 기리지 않을 수 없다.
6.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영어학 교수 김미경님
미국 유학을 갔다 온 학자나 기업인들이 영어를 잘한다고 우리나라를 영어 나라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대덕대학 영어학 교수 김미경님은 그렇지 않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영어학 교수이지만 일찍이 영어 조기교육 강행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예견하고 서둘러 시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우리 정부와 국민이 국어 교육은 게을리 하면서 지나치게 영어 교육만 강조하고 열심인 것은 잘못임을 누리통신을 통해 꾸준히 밝혔다.
김 교수는 영어학자임에도 '한글예찬론자'가 된 말미를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외국 학자들에게 한글을 설명해주니까 너무 신기해하고 놀라는 겁니다. 숨 쉬는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한글인데 외국인들이 이렇게 찬탄하는 걸 보며 저 자신도 한글을 새롭게 보게 됐지요."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또 이렇게 말했다. "고려와 조선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인쇄술, 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발명하고도 세계를 바꾸는 정보혁명을 이끌지 못한 것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3의 정보 혁명' 시대에 우리가 한글의 우수함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고려와 조선 시대의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게 될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우리말보다 외국말을 무턱대고 섬기는 풍조를 인류 문화사를 거스르는 어리석음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고종의 한글 국가 공식문자 선포, 일간신문의 한글전용과 가로쓰기 전환에 이은 '제4의 한글 혁명'을 위해 한문 자료의 한글화와 한글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글을 중국, 일본이 함께 쓰는 글자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7.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님
김영조 소장은 우리 것을 더욱 좋게 개량해서 더 좋은 우리 겨레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생활한복 입기 운동에 앞장서면서 우리말 지키기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오마이뉴스와 다음, 대자보 같은 누리통신 신문에 우리말과 한글 소식 기사를 여러 해 동안 써온 우리말 살리는 운동가다.
1980년대 한글이름펴기모임을 하며, 아이들 이름을 ‘아름솔’, ‘으뜸솔’로 지어 1986년 ‘고운이름자랑하기’ 버금상을 받았고, 2003년엔 그가 하는 사업체인 ‘솔아솔아푸르른솔아’가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에 뽑히기도 했다. 또 그의 누리집에는 ‘적립금(마일리지)’은 ‘콩고물 점수’, ‘포토’는 ‘맵시 자랑’, ‘이벤트’는 ‘잔치 마당’ 같이 바꿔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대신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쓰는데 앞장섰다. 지난 2000년엔 국도변에 세워놓은 이정표에 맞춤법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기사를 써서 고치게 하고, 서울지하철 비상전화에 영어로 쓰인 것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도 하면서 정부와 언론의 말글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며 반성을 하도록 노력했다. 그런가하면 2005년엔 한글날 국경일 승격운동에 온 힘을 기울였고, 지난해는 한글날큰잔치조직위원회 홍보부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또 누리편지를 통해 날마다 수천 명에게 토박이말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우리 말글로 우리 문화 소식을 보내고 있다. 우리 말글 관련 행사는 말할 거 없고 우리 음악과 문화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찾아가 힘을 보태주고 누리통신 신문에 기사를 써 많은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이런 분이 많다면 우리말과 문화가 빨리 꽃필 것이다.
8.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편집인 안건모)
오늘날 많은 월간 잡지가 영문으로 이름을 쓰고 있다. 그리고 잡지 안에 실린 글들도 영어를 보란 듯이 섞어 쓰고 말투 또한 외국말 투성이다. 그런데 ‘작은책’은 쉽고 또렷한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서 모든 사람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마음을 써서 만드는 잡지다.
월간 작은책은 1995년에 이오덕 선생님과 윤구병 선생, 그리고 보리출판사가 뜻을 모아 시작한 책이다. 그때 이오덕 선생님은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글은 오랫동안, 배운 사람들만이 써야 한다고 배우고 그렇게 믿었는데 그게 못 배운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한 세뇌교육 탓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글은 많이 배운 사람이 고상하게 써야 하는 건 줄만 알았는데 일하는 사람이 쓴 솔직하고 소박한 글을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누구나 알 수 있게 쉬운 우리말로 쓴 글들은 꾸미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아서 거친 듯한 글이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늘 감동을 주고 있다. 삶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글이기 때문이다.
작은책은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쉽고 편한 우리말로 하려고 늘 애쓰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편집인 안건모 선생은 이야기한다. 그러나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우리말을 살려 만드는 잡지 ‘작은책’을 우리는 올해의 우리말 지킴이로 뽑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다.
9.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허가받은 이봉원님
이봉원님은 지난 2007년 6월 19일 법원으로부터 "이름 봉원(鳳遠)을 '봉원'으로 개명하는 것을 허가한다." 하는 개명허가 결정문을 받았다. 이로써 한자 이름이지만 한글로만 써도 좋다는 판결을 받은 첫 사람이 되었다. "어차피 한자 이름이나 한글 이름, 영어 이름도 마찬가지로 동명이인이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사람은 주민등록번호란 게 있어서 사람구별도 잘 된다. 따라서 한글 시대인 오늘날에 이름을 반드시 한자로 짓고 써야 할 까닭이 없다. 또 이름을 한자로 적지 않는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다." 이렇게 그는 늘 주장한다.
또 "주민등록증에 이름이 한자로만 적히던 시절, 내 주민등록증에는 오랫동안 내 이름이 아닌 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이름 가운데 자가 鳳(봉) 자가 아닌 風(풍) 자로 적힌 채 발급됐던 것이다. 鳳자를 어느 유식한(?) 동사무소 직원이 약자랍시고 風자를 썼기 때문이다." 하면서 이름을 한자로 써서 엉뚱한 문제가 일어나고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읽고 쓰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의 이름을 한자로 쓰는 관습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람 이름뿐만 아니라 가게와 회사 이름, 모임 이름과 상품 이름도 우리말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이 한국말이나 한글이 아닌 영문으로 이름을 짓고 있는데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면서 영어 섬기기 풍조를 걱정한다.
일찍이 이봉원님은 1967년에 서울대 국어운동학생회를 만들고 '고운 이름 자랑하기' 행사를 시작해서 이 땅에 우리 토박이말 이름이 널리 쓰이게 만든 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한말글 이름 법정 기념일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40년째 한글사랑운동을 하고 있는 진짜 우리말 지킴이다.
10. 영어마을 문제점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처음 시작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펴진 영어마을은 영어 열병을 일으켜서 우리말을 짓밟는 주범이 되었다. 그런데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영어마을은 선심성 행정이고 정의롭지도 못하다.” 하면서 경기 영어마을 이사회에서 영어마을 설립과 운영과정을 질타했다고 한다. 인천시장과 부산시장, 경남지사가 영어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에 견주어 볼 때 김문수 지사는 지방 장관 가운데 우리말 지킴이로 뽑을 만하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경기 영어마을을 김 지사가 비판하는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는 “영어마을은 원래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해야 할 일로 경기도가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둘째는 “더구나 중학교 2학년 학생의 16%만 혜택을 받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적인 면에서도 정의롭지 않다.” 그리고 셋째는 “영어마을 구조 조정으로 적자 규모를 33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줄였으나 기본 자체가 큰 적자를 가진 상태”며 “(4박5일) 40만 원 짜리를 12만원에 받는 것은 선심성 행정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도의 행정 장관답게 행정 원칙과 도민의 살림살이만을 잣대로 지적했지만 그런 바탕에는 ‘영어마을’ 자체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다.
<2007년 우리말 헤살꾼>
1. <제주영어교육도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
정부는 갑자기 불어나고 있는 해외유학과 어학연수 지망자를 줄이며 값싸고 질 높은 영어교육 기회를 늘린다는 계산으로 제주도에 7,800억원을 들여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영어전용학교 12개를 세우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게다가 그 일을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제주지원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한다고 한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은 정부가 우리말 발전과 교육에는 마음을 쓰지 않으면서 영어교육에만 수천억 원씩 퍼붓는 일에 실망과 분노를 누르지 못한다. 어느 특정 외국어 교육에 국가 행정의 책임자가 추진 조직을 이끌면서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붇는다는 것은 식민지가 아닌 자주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제주의 말과 노래와 이야기는 겨레 문화의 보배로운 유산이며 문화재로서 마땅히 정성들여 보존하고 육성하며 교육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그런 쪽으로는 아무런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문화와 유산은 짓밟아 망가뜨리면서 ‘영어’에만 얼을 빼앗겨 날뛰는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를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가 나서서 특별한 지역에 특혜를 주는 영어교육을 베풀려고 하니까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서로 다투어 영어마을이니 영어특구니 영어체험센터니 하면서 온 나라를 영어학교로 만들려고 나선다. 영어조기교육을 시작하여 영어조기유학 바람을 일으켜서 영어열병을 유행시키던 정부가 영어 공용어를 주장하더니 그게 잘 안되니 다시 영어마을로 시작해서 영어도시와 영어교육도시까지 만들려고 한다. 이제 그것도 안 될 때는 영어나라로 만들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두렵다. 참으로 어리석은 정부, 얼빠진 지도자들을 꾸짖고 우리말 독립운동사에 기록하고자 올해 우리말 으뜸헤살꾼으로 뽑았다.
2. <글로벌 빌리지> 만들겠다는 부산시
부산시(시장 허남식, 교육감 설동근)는 ‘길거리 영어 회화 능력이 부산의 경쟁력’이라며 ‘영어 도시 만들기 심험’에 들어갔다고 한다. 허 시장은 "시민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높을수록 경쟁력 있는 국제 도시로 평가받는다"며 "21세기 동북아시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영어를 잘 쓰도록 시가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같은 국제 도시와 비교하면 부산의 영어 경쟁력은 한참 떨어져 부산도 빨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육감은 "영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큰 데 비해 교육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에 영어 교육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시민과 학생들이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교육환경과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영어만 잘 하면 지상 천국이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부산시의 시장과 교육감이라니 참으로 부끄럽다.
부산시와 교육청은 시민과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영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2020년까지 사업비 2775억원(부산시 1582억원, 교육청 1040억원, 나머지는 국비 및 민자)을 들여 4개 분야 100개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영어우선 내년에 '영어 100문장 외우기'를 범시민 운동으로 추진한다. 외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교통․관광․숙박 분야별로 영어 문장을 만들어 보급한다. 또 16개 구․군별로 아파트 단지나 학부모회를 대상으로 영어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매달 한 차례 토요일 영어로만 대화하는 '토요일 영어광장'도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미 앞장선 경기도를 따라 여러 지자체가 영어마을을 만들었으나 예산만 낭비하고 실패한 정책임이 밝혀졌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영어’만 잘 하면 단박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처럼 생각하는 지도자들의 천박한 식견과 어처구니없는 무지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식견과 인격으로 아까운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버려지고 우리 얼과 삶의 보금자리인 우리말이 짓밟혀 몸살을 앓는 사실을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어 없이도 4천만 인구로 세계 십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제는 이런 힘으로 우리말을 가꾸어 문화대국을 세워서 후손에게 물려줄 일에 슬기를 쏟아야 마땅하다.
3.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 만들겠다는 인천시
인천시(시장 안상수)는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 인천’을 위한 사업별 추진계획 보고회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안상수 시장, 나근형 시교육감, 박인규 시도시개발공사 사장, 최경보 국제교류센터 대표, 시·교육청 간부, 시 산하기관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었다. 인천시 각 실·국과 인천시 도시개발공사 같은 산하 기관, 시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영어도시 조성사업은 4개 분야 총 86개 사업이고, 이들 사업을 모두 추진할 경우 오는 2014년까지 2천 336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단다.
인천시 국제협력관실은 '영어사용 인증제'를 도입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관·시설·업체를 홍보, 지원하기로 했고, 정책기획관실은 '영어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영사모)과 '영어도시 조성 자문위원회'를 각각 구성하기로 했으며. 또 인천지역 대학교 내에 영어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연구소를 설립, 정책개발과 정책방향 제시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삶을 드높이는 일이 그렇게도 완벽하여 수천억 원 예산을 들여 영어 사랑에 나서는 것인가? 제 나라의 말과 글은 헌신짝 보듯 하며 영어 섬기기에 이처럼 열심인 지방 정부와 공무원들의 가치기준이 참으로 한심하다. 지금 저들은 영어만 잘하면 국제도시가 되고 국민이 잘 살게 될 것으로 믿는 듯하지만, 인도와 필리핀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어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국어발전과 주민의 바른 말살이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힘쓰라고 분명히 못 박아 놓았지만 거들떠보지 않는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에서 만든 법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남의 말 ‘영어’에 홀려 날뛰는 지방 행정가들을 고발하는 뜻으로 헤살꾼을 뽑았다.
4. <리틀 유에스> 만들겠다는 밀양시와 경상남도
경상남도와 밀양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밀양 국제화 교육도시 ‘리틀 유에스(Little US)’를 밀양시 단장면 미촌리 일대 22만 6,000평에 조성한다고 한다. 사업비 8,716억 원을 들이는 ‘작은 미국(리틀 유에스)’은 영어학교를 비롯하여 주택과 상업 시설, 체험 휴양 시설까지 들어서고, 관공서도 설치하여 완전히 영어만 쓰면서 살아가는 작은 미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 속의 미국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구멍가게 주인도 영어로 말하고 들어야 한다고 한다. 도와 밀양시는 지난 6일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어 이와 같은 내용의 국제화교육도시 조성계획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밀양시로부터 특화사업자로 지정된 ㈜한신디엔피는 최종 계획안을 마련하여 재정경제부에 특구지정을 신청할 예정인데, 특구신청은 경남지사와 밀양시장이 공동으로 신청한다. 한신디엔피는 특구지정 승인이 나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으로 국내 굴지의 건설 회사들이 투자를 약속하는 등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김태호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남도투자유치단은 자매 도시인 미국 메릴랜드주와 뉴욕ㆍ워싱턴을 방문해 밀양시에 추진 중인 영어학교(Little US)에 대한 인력 지원, 학력인정에 대한 협의와 투자 설명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메릴랜드주를 다녀온 김태호 경남지사는 "현지에서 체결한 교육ㆍ의료 분야를 비롯한 투자교역 활성화 양해각서(MOU)가 좋은 투자유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한다. 지방 정부가 나서서 미국에게 식민지를 만들어 바치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짓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 노원구
올해 3월 한 노원구민이 한글단체에 편지를 보내왔다. “구청에서 가게 간판을 영문으로 바꾸라고 한다. 왜 강제로 간판에 영어를 쓰라고 한단 말인가! 도를 넘어선 행정관리들의 맹목적인 영어 추종 행태를 꾸짖어 주십시오. 말로만 듣던 ‘영어 망국 역병’이 지금 노원구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하는 내용이었다.
한글단체에서 알아보니 서울시 노원구청이 세계화를 한답시고 관내에 있는 외국인 학교와 노원역 주변 상가들에게는 영문자를 나란히 표기한 간판만 허가해준다는 것이었다. 영어를 모르는 한국인을 상대로 하고 외국인이 한 사람도 오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거나 영문자로 써야 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이제 살아나는 나라말과 우리 한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노원구청에 가서 항의 시위를 한 일도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영어 숭배 풍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 노원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백 걸음 물러난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이다. 거리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간판의 크기와 거는 자리, 빛깔 등을 제한하여 주민 불편을 예방하고 도시 미관을 살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도 아닌데, 간판 말글을 미국말로 고치는 것이 어떻게 ‘간판 정비’가 될 수 있는가? 우리의 아이가 학용품을 사러 가는 문구점 이름을 왜 영문자로 적어야 하며, 우리와 우리 이웃이 시장기를 덜기 위해 들르는 음식점 이름을 무엇 때문에 영문자로 적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6. 면․동 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행정자치부
행정자치부(장관 박명재)는 전국의 ‘동․면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행정자치부는 "주민 중심의 통합 서비스 센터라는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명칭을 고르기 위해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국어학자와 언어학자에게 조언도 구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홍보 자료에서 “「주민센터」는 부르기 쉽고, 주민생활지원서비스의 기능의 특정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동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함축하며, 이는 청사건물 명칭으로서 장소적·공간적 개념으로 시의 하부행정기관으로서 「동장」 직명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사무소’란 이름은 부르기가 힘들고 ‘주민센터’는 부르기가 쉽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언제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지 그런 이름을 정하도록 조언을 한 국어학자와 언어학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국어학자와 언어학자란 사람들이 모든 국민이 쓰고 있던 말을 버리고 낯선 서양말을 쓰는 일에 협조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학에서 국문학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온 나라가 영어 열풍에 휩쓸려 온통 영어 소용돌이를 만났는데 이까짓 ‘주민센터’ 하나로 행정자치부를 헤살꾼으로 꼽을 것이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 정부, 그것도 온 나라 국민의 삶에 바로 닿는 행정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나서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손바닥 뒤집듯이 전국의 동․면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꾸었다는 사실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동사무소’란 말이 아무리 일제 침략자들이 와서 만들어 쓰기 비롯한 것이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누구나 쉽게 알고 쓰던 말이었으니 엄청난 돈을 써가며 섣불리 서양말로 바꾸어야 할 것은 아니다.
7.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
‘K-water, aT, SH공사, KORAIL, KRA, 서울 메트로’ 이런 말의 뜻을 제대로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K-water’는 수자원공사, ‘aT’는 농수산물유통공사, ‘SH공사’는 서울도시개발공사, ‘KORAIL’은 한국철도공사, 'KRA'는 한국마사회, ‘서울메트로’는 서울지하철공사다.
대한주택공사는 휴먼시아(Humansia)란 아파트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서에 신종 절도나 조직적·국제적 절도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 부서로 TSI(Thief Special Investigation, 절도특별수사)팀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수도 서울이 'Hi, Seoul'이라고 앞장을 서니까 이제는 ‘Happy 수원', 'Dream bay 마산', ‘Fly 인천’까지 전국의 기초지자체이 다투어 영문으로 이름을 쓰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기업 표시를 ‘이엑스(EX)’로 바꾸면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적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서 사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이것을 바꾸는 용역비용으로만 1억 8,000만 원을 썼고, 시설물과 서류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바꾸는 비용까지 수십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영문 이름이나 선전문을 만들어 알리려고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쓰고 있는데 그런 영어를 잘 아는 국민은 별로 없다. 누구를 위해서 영어로 이름을 바꾸는 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이것이 거짓이라면 내가 성을 갈겠다.” 하는 말이 있다. 성을 갈면 조상을 가는 것이고 제 존재의 뿌리를 바꾸는 짓이기에 그런 맹세를 하는 것이다. 일제가 창씨개명을 강요할 적에 목숨을 내놓고 싸우며 성과 이름을 지켰던 것도 모두 같은 이치였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개인의 것도 아니고 국민 모두의 것인 공공기관의 이름을 함부로 남의 말과 글로 바꾸고 있다. 게다가 그런 짓을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손바닥 뒤집듯이 하고 있어서 하나씩 들추어 나무랄 수조차 없다. 우리의 정신문화 풍토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고 부끄럽다.
8.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삼성 기업이 산하 각급 회사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전반에 영어를 퍼뜨리는 일에 앞장서 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업이 미국을 비롯하여 온 세계를 대상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서 우리는 우리말 헤살꾼으로 꼽기를 망설여왔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가 2003년부터 누리집에다 ‘온라인 폴’이라는 누리방을 만들어 생판 낯선 영어 낱말을 만들어 줄기차게 퍼뜨리고 있는 일은 그냥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누리방 이름부터 ‘온라인 폴’이라는 영어로 썼을 뿐 아니라 여기 올려놓고 투표를 부치는 낱말을 보면 이들이 과연 무엇을 겨냥하여 기업을 운영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을 누를 수가 없다.
이들이 요즘 누리방에 올려놓고 뜻풀이를 달아서 널리 쓰도록 애쓰고 있는 낱말을 보이면 아티 젠(Arty Generation), 체리 피커(Cherry Picker), 트레저 헌터(Treasure Hunter), 홈 퍼니(Homepany),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 엠니스(M-ness)족, 폭소노미(Folksonomy), 위키노믹스(Wikinomics), 이런 따위들이다. 이처럼 낯선 영어 신조어들에다 나름대로 뜻풀이를 달아서 새로운 젊은이들에게 퍼뜨리고 있어서 우리말을 어지럽히고 흩트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손꼽히는 우리나라 기업이 이처럼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에서 우리말을 몰아내고 영어를 채워 넣으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뜻했건 뜻하지 않았건 기업과 사회 전반에서 우리 얼을 뽑아내는 짓이다. 우리는 수많은 국민의 피땀으로 세계 기업으로 올라선 삼성이 그런 위상에 걸맞은 문화 자주 의식을 갖추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올해의 우리말 헤살꾼으로 뽑았다.
9.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아파트들이 이름을 외래어를 쓰는 것이 품격 있는 것처럼 선전하며, 경쟁하듯이 마구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신들이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에 “LOTTE CASTLE(롯데 캐슬)”이라고 영어를 그대로 로마자로 써서 이름을 붙였다. 또 그들의 누리집에는 CASTLE LIFE, NEWS, SERVICE, GO HOME, LOG IN, MY 캐슬, IN CASTLE WEBZONE, PRD System 따위 영어에 로마자를 마구 쓰고 있다.
롯데건설은 2007년 최고 명품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며 자랑한다. 또 그들은 롯데 캐슬이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아파트”임을 외친다. 하지만 알다시피 “캐슬”은 중세 유럽의 성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성은 영주들이 농사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서 그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사치와 호화를 누리던 곳이다. 따라서 “캐슬”에는 이웃 사랑이란 없었고, 봉건 영주의 농민 학대만 있었을 뿐이다. 롯데 캐슬은 “이 세상 가장 높은 꿈은 캐슬입니다." 하고 외치지만 결국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영어 숭상과 이웃 학대의 꿈을 꾸는 사람들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이름 있는 기업이 천박한 식견으로 호화와 사치를 부추기는 영어 낱말을 삶의 보금자리까지 밀어 넣는 행태를 나무라며 올해의 헤살꾼으로 뽑았다.
10. 영어로 회사 이름 지은 홈에버
지난해 9월 외국 할인점을 인수하여 시작한 “홈에버(HOMEVER)"는 어머니 기업 “이랜드”와 마찬가지로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누리집에도 데코(DECO), 키즈(KIDS), 디즈니(D1SNEY) 같은 차림표는 물론이고 BEST CHOICE, COMMUNITY, ARRIVES, go, BEST BRAND, MD'S PICK, BEDDING, KITCHEN, FURNITURE, BEST 10, FAQ, HOT, 따위 영어에다 로마자를 바로 쓰거나 와 랭킹랭킨, 오픈하우스, 포토이벤트, 쇼핑찬스, 따위처럼 영어를 소리 그대로 한글로 쓰면서 온통 영어잔치를 하고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할인점이 아님에도 그들은 영어를 자랑하듯 늘어놓아 우리말 살이를 헤살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 침략시기에 좀 잘났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지배층이 우리말과 한글을 쓰지 않고 일본말과 가나자를 앞장서 쓰던 버릇과 다를 바가 없다. 벌써 많은 기업의 누리집들이 미국말 반 우리말 반으로 섞인 지저분한 글로 가득 차있다. 국경 없는 세계 가정을 살아가는 세상이 열려 가면 갈수록 우리의 정체성과 빛깔을 또렷하고 아름답게 지니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열쇠다.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과 빛깔의 원천은 다름 아닌 우리말임을 책임 있는 경제인들이 다시 한 번 깨닫기를 바라면서 ‘홈에버’를 올해의 헤살꾼으로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