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교육생태마을을 시작하면서 가장 관심을 쏟았던 부분은
마을조성 계획도 아니고 주민모집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마을조성이야 건축과 환경, 생태와 인문을 고려하면서 설계하고 허가내고 공사하면 되는 것이고
주민모집이야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분들이 모이면 되는 거니까 잘 찾고 잘 만나면 되는 것이지요.
정말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모인 분들이 그 동안 꾸었던
꿈이라는 비행기를 현실이라는 활주로에 안착시키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져야 했던 마음의 독들을 빼야 하고
마음 깊이 도사린 욕심도 내려놓고,
나와 내 가족만 바라보던 시야를 넓혀 세상과 이웃을 함께 보는 시선도 가져야 하고
지금만이 아닌, 더 멀리, 지금부터 시작해서 백년, 이백년, 오백년을 지속할 수 있는
이웃들과 함께, 후손들에게 물려 줄 존재의 터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고향이 되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또 하나, 이 분들이 모인 마을이 세상의 섬이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마을 바깥에 계신 분들과의 소통, 관계 맺기를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영주교육생태마을에 입주한다는 것이 세상에 등 돌리고 안빈낙도하자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도시살이할 때보다 훨씬 더 힘 있고 건강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곳이 이 마을이거든요.
그래서 주말여행은
마을주민들은 마을에 입주할 준비를 차근차근하고
외부의 분들은 세상과 나를 보는 새로운 방법으로 마음과 몸을 다듬는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2007년에 4차례의 예비주말여행을 시험한 후
2008년 3월부터 지난 12월까지 매달 1회씩 총 9회의 주말여행을 했습니다. (7월은 빼먹었습니다)
이 주말여행들을 정리하고 분석해서 주말여행을 한 단계 깊이를 더 준 계획으로
2009년 2월부터 다시 주말여행은 출발합니다.
2009년 주말여행 출발에 앞 서 2008년 주말여행의 기억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첫 번째 주말여행(3월) - 봄이 오는 부석사에서
이미 주민이 된 분, 주민이 되려는 분, 주말여행 자체에 흥미를 가진 분들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아직은 추위가 덜 가신 부석사에서 우리는 집과 집이 맺는 관계를 생각했고 마을이 가지는 첫 번째 관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무량수전 옆 뜨락은 따스했지요.
밤에는 반가이 맞아주는 평화민박에서 나와 너, 나와 세상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나 자신의 건강은 어떤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첫 만남의 서먹함은 밤 연찬 시간을 지나면서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두 번째 주말여행(4월) - 아득한 병산서원
첫 번째 주말여행으로 얼굴을 익힌 주민들은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주민이 아닌 분들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스며 들었구요. 봄이라고는 하지만 병산서원에 부는 낙동강의 찬바람은 꽤 매서웠습니다.
우리는 병산서원의 만대루에서 시간을 더듬었고 따스한 햇볕이 드는 입교당의 대청에 앉아 집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석사에서 집과 집, 집과 자연의 관계를 보고 병산서원에서는 집과 나의 관계 맺기를 엿보았습니다.
물도리 예술촌에서 저녁을 먹고 쪽빛학당에 대해서, 마을에 들어가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세상과 지금까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심조심 얘기를 했습니다.
아직은 약간 비장하고, 걱정되고, 두려움도 얼굴에 슬쩍슬쩍 내비쳤지만 마을 앞 내성천 백사장에서의 놀이는 재미있었습니다.
세 번째 주말여행(5월) - 꽃에 파묻히다.
산을 올랐습니다. 숨어있는 꽃들에게 인사를 했고, 그 튼실한 생명들에게 감사했습니다. 말로만 하는 생태가 아닌, 정말 생태가 어떤 것인지를 백두대간 마구령의 숲 속에서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힘들면서도 얼굴 가득 웃음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건강한 웃음 말이지요.
다시 평화민박에 들렀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저녁을 먹고 둘러앉아서 저마다의 꿈을 얘기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꿈을 말할 때입니다. 꿈을 말하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밤은 깊어갔고, 이제 여행객들은 경계를 내려놓았습니다. 경계를 내려놓은 자리에 믿음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 주말여행(6월) - 비 오는 날의 물놀이
비가 와도 주말여행은 즐겁습니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들고 물도리 민속촌 앞 백사장으로 몰려갔습니다. 우리들이 어릴 적, 동구 밖 개울물에서 놀았던 기억을 신기하게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스란히 되살렸습니다. 입술이 시퍼렇게 질린 채 말이지요, 비를 피해 몰려든 다리 밑에서 파전을 구워먹으면서 어른들도 한껏 즐거웠답니다. 뚜렷한 테마가 없어도 주말여행은 이렇게 즐겁습니다.
물도리 예술촌에서 저녁을 먹고 모여앉아 아이들의 교육을 얘기했습니다. 교육은 많은 말을 하게 만들지요. 이제 주민들은 교육을 말하면서 대학을 말하지 않습니다. 교육이 대학가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주민이 있어 쪽빛학당은 참 행복할 겁니다.
다섯 번째 주말여행(8월) - 몸으로 만나기
7월을 건너뛰고 8월에 7월 것을 합쳐서 2박3일로 주말여행을 했습니다. 2박3일인 만큼 여유롭게 유유자적하면서, 먹을 것 준비하고 얘기하고 산책하고 놀면서 몸으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2박3일 동안 작은 집에서 북적대다보면 몸으로 만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비가 오는 바람에 더 북적댔답니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이것이 이번 주말여행의 주제였습니다. 많은 말들이 오갔고, 꿈도 오갔고, 걱정도 오갔고 웃음도 오갔습니다. 마을에 입주하면 만들어서 쓸 천연화장품 만들기도 실습했고 화폐경제라는 심각한 주제도 내 놓았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비장한 것은 아니라는 걸 사람들은 따뜻한 가슴을 열고 느꼈습니다.
봉화 여우촌에서의 2박3일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여섯 번째 주말여행(9월) - 재미있게 놀자
놀았습니다. 그저 놀았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도 했고 비석치기도 했고 다망구도 했고 기차놀이도 했고 앉은뱅이 닭싸움도 했고 춤도 추었습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마음 놓고 놀아보았을까요. 어른 아이가 따로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친해진답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지요. 주민이건, 주민을 준비하려는 이건, 그저 주말여행에 참석한 이건, 모두 놀면서 친해졌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나이를 다 내려놓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심각한 얘기는 다 내려놓고 그저 놀았습니다. 놀아서 좋았습니다.
학가산 휴양림은 주말여행객들의 웃음으로 떠들썩했답니다.
일곱 번째 주말여행(10월) - 일하자
유전리 사과꽃농원에서 10월 주말여행이 막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사과밭에 나가서 사과를 땄습니다. 주말체험용 사과 따기가 아니었습니다. 영주로 미리 내려온 주민이 일하는 농장입니다. 농촌에서는 일하는 손이 아름답습니다. 도시에서는 일하는 머리가 아름답나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사과 농장에서 주말여행객들은 참 아름다웠답니다.
다시 평화민박에 모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평생직업계획을 점검했지요. 내가 했던 직업(일)과 계획하는 직업(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같은지 다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따뜻한 마음의 공동체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스스로들 대견해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부석사를 다시 올라갔습니다. 3월의 부석사와 10월의 부석사는 달랐을까요? 집은 같습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달라졌습니다. 깊어졌고 넓어졌지요. 3월의 관계는 머리 속에 있었지만 10월의 관계는 맞잡은 손에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주말여행(11월) - 내 속으로 걸어가기
주말여행은 자연을 거닐면서 자신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입니다. 11월의 여행에서 여행객들은 자신 속으로 깊이 들어갔습니다. 세상이, 사물이 자신에게 해주는 말을 듣고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물질로, 타자로만 인식되었던 세상이 사실은 내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유기체임을 느꼈습니다. 같이 있지만 혼자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물도리 예술촌의 밤은 깊어갔고, 지난 3월 주말여행 때 생각했던 전인건강과 영성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마을에서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마을에서 살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래서 마을에서의 생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까지 시선이 가 닿았고, 쪽빛학당과 피스캠프의 연수과정과 체험담을 들었습니다. 처음 주말여행 때의 약간은 날카로운 긴장감이 어느새 부드러운 안정감으로 변한 모습은 참 푸근했습니다. 주민들의 표정은 편안함과 부드러움, 넉넉함으로 밝게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홉 번째 주말여행(12월) - 내 건강은 내가 만든다
마침내 2008년 주말여행의 종착점에 왔습니다. 처음 어색하게 뗐던 걸음이 이제는 다들 유유자적, 편안해졌습니다. 첫 주말여행 때의 어딘가 모를 긴장감, 뭔가를 알고 가야 한다는 강박도 참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편안한 모습으로 이웃집 마실 가듯 학가산휴양림으로 다시 모였답니다.
그래서 행사를 하나 마련했습니다. 내 건강을 내가 지키고 만드는 공부. 무극보양뜸과 침 공부를 했습니다. 김남수선생의 제자로부터 공부를 했습니다. 제자라고 하지만 할아버지세요^^ 국민약골부부를 발견하는 수확(?)도 올렸답니다.
내 몸이 병을 이겨내는 원리를 배우고 익힌 주말여행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송년회를 했지요. 다들 만나서 반가웠다고, 새해에는 더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고, 주말여행 사상 최초로 술도 내왔습니다. 그동안 주말여행 내내 숨어서 술자리 만드시느라 수고하시던 몇몇 술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더군요.
율동과 함께 신나게 바위처럼을 부르면서 즐겁게 2008년의 주말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제 2009년입니다.
2009년의 주말여행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주말여행이 되게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09년엔 영주교육생태마을 입주가 끝날 것이고, 이제는 마을주민들과 마을을 체험하려는 분들, 마을의 건강한 가치를 느끼려는 분들이 모여서 주말여행을 하게 될 겁니다. 이 주말여행이 그저 단순한 체험행사가 아니고, 그저 도시인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소비성 행사가 아니고, 삶의 깊은 곳, 자신의 내면 깊숙이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것들을 꺼내서 버리고 닦는 행사가 되게 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월 중으로 2009년 주말여행 계획을 확정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주말여행으로 마음의 화평, 몸의 건강, 삶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2월에 주말여행에서 만나요!
출처 에듀코빌리지 홈페이지 http://educovillage.com/
첫댓글 그 마을과, 사람들이, 모두 재미있어 보입니다.
함께 재미있으시면 좋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