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미소를 띤 세종대왕 동상이 10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다. 김영원(62·조소과) 홍익대 교수는 8일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세종대왕의 뜻대로 국민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온화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며 점토 원형을 공개했다.
현재 점토작업을 대부분 끝낸 동상은 용상에 앉아 오른손을 들고, 왼손에는 펼쳐진 책을 들고 있다. 40대 후반의 미남형 얼굴에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다. 김 교수는 “덕수궁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이 70~80대인 것과 달리 40대 후반으로 설정한 것은 54세 때 생을 마감한 것을 감안해 가장 정력적으로 일할 때를 그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근엄한 표정 대신 ‘미소’를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을 연구하면서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는 어버이 같은 모습에 감동했다”며 “한글·해시계·자격루 등 대표적인 업적이 모두 애민사상의 발로였다”고 말했다.
이런 세종대왕의 인자함을 형상화하기 위해 김 교수는 4월 중순부터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의 작업실에서 20여 명의 동료 교수, 제자와 밤샘 작업을 해 왔다. 그는 “기존에 알고 있던 세종대왕의 근엄함과 당당함을 유지하면서도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빚고 깎기를 반복한 결과 계획보다 더 온화한 모습의 용안이 탄생했다.
김 교수는 의상도 엄격하게 고증해 표현했다. 단국대 복식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속옷·저고리·액주름·철익·답호·곤룡포 등 6개 옷의 두께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밖으로 드러난 철익·답호·곤룡포의 형태와 길이는 실제 착용한 것과 똑같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대왕이 들고 있는 책은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세종대왕 동상은 7월 중 동상·영정심의위의 심의를 통과하면 석고 작업을 거쳐 청동으로 제작된다.
세종대왕이 앉을 용좌는 이미 모형 제작이 끝났다. 동상 앞쪽에 새겨질 과학 발명품과 동상 뒤쪽 기둥에 설치될 조각에 대한 점토 작업은 진행 중이다. 전체적으로는 6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동상은 가로·세로 5m의 바닥 위에 세워지며 높이는 6.2m다. 기단의 바닥은 가로 11.5m, 세로 9.2m. 동상과 기단을 합치면 높이가 10.4m에 이른다.
세종대왕 동상은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 211m 지점인 세종문화회관 앞에 세워지며 시청 방향을 바라보게 놓인다. 동상 제작에는 모두 25억원이 들어가며 10월 9일 한글날 제막된다.
-중앙일보 2009년 7월 9일(목) 기사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