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동우상구" (同病相憐 同憂相救) 라 같은 병에 서로 가엾게 여기며 근심을 같이하고 서로 구하며, "경상지조 상수상비" (驚翔之鳥 上隨相飛) 라 놀라서 날아오르는 새도 서로 따르며 날며, "뇌하지수 인복구류" (瀨下止水 因復俱流) 라 여울에 떨어진 물도 서로 어울려 다시 함께 흐른다고 하는 옛말처럼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골목 교회에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당한 양들을 보내주시면 제가 정성껏 잘 보살피겠습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신실하신 분이셔서 기도한 대로 응답하셨습니다. 정말 보기에도 너무할 정도로 병들고, 가난한 양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어쩌다 건강한 성도가 왔다가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들은즉 목사가 양들을 보살필 것이 아니라 성도가 목사를 근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병들고 소외당한 양들이 내 양이려니 하고 기쁨으로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목회의 시작은 참으로 보람되고 기뻤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목회를 하는구나.' 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교회 재정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살림과 내 살림을 거의 같이 했습니다. 등록 교인이 조금 있었지만, 병원에 간다고 못 나와, 아파서 못 나와, 일거리 잡으려고 쉬어, 교통편이 안 되어 못 나와 교회는 늘 빈자리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바꿨습니다. '하나님, 많은 투자 이민자들이 들어오는데 저의 교회에도 보내 주십시오. 이래봬도 캐나다 이민 경력이 20 년을 넘어 영어도 웬만큼 하고, 사업 경력도 있어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이 못난 사람을 쓰시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밑천이 없어 장사를 시작할 수 없어서 개인 신용도 저당하고, 또 집도 저당하여 장사 밑천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기도한 대로 투자 이민자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은 캐나다에 도착한 지 2 년 안에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계약조건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교회에 빠지지 않고 잘 출석했습니다. 사업을 찾는 일부터 계약하는 일, 은행 계좌 여는 일, 세금 보고하는 법, 심지어는 요리하는 법, 장사하는 요령, 닥치는 대로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주는 것이 기뻤습니다. 이것이 목회이며,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병들고 가난한 성도들이 주일마다 감사해서 지전 (紙錢) 을 내는 데 비하여 부유해진 교민들은 너무나 소액의 헌금을 내는 것을 보게 됩니다. 큰 돈만 있지 작은 돈이 없어서 그렇게 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목회자를 종처럼 부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매상 계산부터 입금, 장부 정리를 가르쳐주고, 영어를 모르니 시험도 쳐주고, 사업이 끝나면 영어교사, 쉬는 날이면 운전 가르치고, 이삿짐 나르고, 학교 등록하는 것, 이것이 목회려니 하고, 붕붕 날아다녔는데 그들은 그저 종 대하듯 했습니다.
사업이 잘 되어 기쁘고, 교회에 매주 출석해주는 것이 고맙고, 이것이 목회의 보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동서남북을 알게 되고, 캐나다 사업이 별거 아니구나 싶으면 교회를 떠나곤 했습니다. 그래도 목회가 기쁘고, 못하는 설교였지만 설교할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설교할 때면 언제나 내가 먼저 감격하여 눈물 흘리곤 했는데 그래서 붙은 별명이 '눈물의 여왕' 이었습니다.
아! 이 말씀을 먼저 읽었더라면 그렇게 낙심하지 않았을 터인데...... .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연보궤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저희는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셨더라." (막 12 : 42 ~ 44)
- 한 기철 목사 essay 38 -
(에녹 편집 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