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5일장에는 원초적 삶의 향기가 있다. 물건을 사고 팔면서 삶을 영유하려는 주민들의 억센 생활이 역력히 베어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수룩한 시골장터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면면히 주민들의 생활전통과 지역문화가 녹아있어 보존가치도 있고 관광상품으로 개발도 가능하다. 실제로 철도청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선5일장에 맞춰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정선5일장 꼬마열차는 장날에 맞춰 8시10분에 청량리역을 출발하여 양평·원주·제천·증산을 지난 정선역에 12시30분에 도착한다. 열차는 오후 5시45분에 정선을 출발하여 청량리역에 10시 12분에 도착한다. 기차가 정선에 머무는 시간은 5시간 정도. 도시의 관광객들은 이 5시간을 이용해 가장 시골다운 정선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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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이 쇠퇴하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정선군. 정선5일장을 짚풀공예와 농촌체험 등 풍성한 이벤트로 꾸며 지역경제의 새 활로를 열고 있다. |
| | '칙칙폭폭' 꼬마열차 타고 정선에 가면…
# 정선5일장은?
정선5일장은 정선읍 봉양리에 위치해 있으며 끝자리가 2일, 7일인 날에 장이 선다. 100여미터의 골목길에 양쪽으로 난전과 가계가 400여개 있으며 장날에는 난전이 배로 늘어난다. 지난 66년 화전민들 중심으로 장이 서기 시작했으며, 탄광이 활기를 띠던 70년대까지는 인근에서 가장 큰 장이었지만 80년대 들어서 쇠락하다 99년부터 정선5일장 테마기차가 운행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세월 속에 잊혀진 시골장터의 향기가 그대로 보존되어있으며, 나물류를 비롯한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이 주로 거래된다. 또한 시골아낙네들의 손 맛이 살아있는 촌떡 등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정선5일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잊혀진 우리의 생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관광열차 운행 후 '산촌문화 체험 코스'로 각광 일자리 창출·소비 살아나 경기 부양효과 '톡톡'
●정선에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
관광객들은 역에서 1.3km쯤 떨어져있는 장터에 가기 위해 강을 건너 걷는다. 여름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푸르게 울창한 정선의 산림들이 관광객을 환영하듯 향긋한 산소를 뿜어낸다. 도시의 쾨쾨한 매연냄새에 찌들어 있는 관광객들은 전체가 무공해 산소주머니 같은 정선의 공기에 흠뻑 젓는다. 지루하고 답답했던 완행열차의 4시간 여행의 피로감은 산뜻한 공기 한 모금에 모두 사라지고 시장기가 돌기 시작한다.
서울 성북구 김도유(54) 씨는 정선역의 맑은 공기에 이끌려 정선5일장을 1년에 3번 정도 찾는다고 한다.
●사투리로 인정을 파는 정선5일장
발길을 재촉하여 시장 어귀에 들어서면 정선사투리가 시끌벅적 들려온다. 정선5일장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매일 나오는 게 아니래요. 봄에 나물 나오믄 저두봉 아래루 댕기며 뜯어다 팔구, 가을게는 뜯어 논 나물 말려와 파는 게 전부래요" 훈훈하고 인정 넘치는 시골 노인의 강원도 사투리와 산촌문화가 맛깔스럽게 빚어내는 넉넉한 인심을 자아낸다.
콧등치기 메밀국수(국수가 너무 맛있어 성급하게 빨아들이면 국수 끝이 콧등을 친다 고해서 붙여진 이름)나 시골아낙네의 정성으로 빚어낸 촌떡으로 허기를 때우고 장을 돌아본다. 봄에는 야산을 돌아다니며 뜯어온 달래, 냉이, 씀박이, 황기, 곰취, 참나물, 드릅등 무공해산나물과 각종 산채 음식을 통해 봄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올챙이국수, 찰옥수수, 황기백숙, 송이버섯, 마늘 등이 별식이다. 가을에는 산초, 신배, 황기, 더덕, 골뱅이, 감자, 머루, 다래 등 싱싱한 여러 가을걷이들을 접할 수 있다. 요즘같은 겨울철엔 따뜻한 감자떡, 옛날찐빵, 민물고기매운탕, 수수노치, 전병과 메밀부치기와 옥수수술 등이 별미다.
정선5일장은 정선시장에서부터 동서남북 사방으로 50m 길이로 길게 이어져 있다. 최근에는 정선장이 널리 알려지면서 농협 앞을 비롯 봉양파출소에서부터 삼우주택 입구 쪽으로 난 도로변으로도 갖가지 상품으로 가득하다. 실질적으로 장날에는 정선 읍내 전체가 하나의 장터가 된다.
●장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정선군은 지난 99년 철도청과 협의하여 `정선5일장 관광열차'를 운행하면서 산촌문화체험 관광 코스로 발전시켰다. 지난해 말 정선군에 따르면 정선 5일장은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51만여명이 방문, 280억원의 지역경기 부양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5일장이 활성화되면서 순대는 물론 토속음식과 약초, 더덕, 곰취, 두릅 등 정선지역 산나물을 파는 신토불이 상인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이외에도 5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택시 영업이 전보다 30% 정도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터 활성화 전과 비교해 정선농협의 예수금도 50억원 정도가 늘어나는 등 지역경기 부양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선5일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99년 3월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정선5일장 관광열차 덕분이다. 그 전까지는 주민들이 장날에 필요한 생황용품을 사는 정도였다. 정선군은 장터가 활성화돼야 군 전체의 경기도 활성화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장터 활성화방안을 추진했다. 일단 큰 방향은 농촌의 훈훈한 인심과 전통을 보존하되 도시민들이 이용하는 각종 시설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보완한다는 것이다.
도시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화장실과 위생시설을 가장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계된 볼거리도 부족하다는 반응이었다. 군은 화장실을 보수하고 위생시설을 개선했다. 연계된 관광코스도 개발했다. 관광버스를 이용한 관광코스는 화암동굴(1인 입장료포함 6000원) 화암약수, 아우라지(1인 7000원) 등 3개 코스로 이뤄졌다.
또한 전문배우들이 아닌 평균연령 50이 넘는 정선아리랑 전수회원들을 중심으로 무료로 공연되는 정선아리랑창극은 산골문화 체험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관광도우미 18명을 위촉해 10명은 관광지 안내를, 8명은 장터안내를 맡아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시골장이 지역 경제의 중심
정선군은 장터의 활성화로 몇 가지 파급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단 군 전체에 활기가 넘쳐 주민들의 생활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김원창 군수는 이것을 가장 큰 효과라고 평가했다. 일단 군민들이 삶에 의욕이 넘치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 정책을 시행하더라고 잘 먹힌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정선군 자체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장터가 활성화되고 지역경기가 살아나면서 문을 닫았던 전자제품가게나 옷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 주민들도 멀리 외지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가 내부에서 돌면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외지 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가기 때문에 경기 규모가 커지고 있다.
몇 년 전 탄광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내국인전용 카지노가 정선군 경기 활성화에 약간의 도움은 됐지만 부작용도 많았는데, 이를 개선하는데 5일장이 상당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도박의 고장으로 이미지가 강했는데 5일장이 활성화되면서 훈훈한 인심을 가진 관광마을로 이미지로 변신시켰다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 직거래판매를 통한 농민들의 소득증대도 상당하다. 지난해 여름 한농연정선군연합회가 화엄동굴 앞에서 개최한 정선군농산물판매행사에는 5000명의 관광객이 몰려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였다. 아직 전체적인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직거래판매량이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방윤범 정선군관광문화과장은 "정선5일장은 아리랑의 고향 정선의 넉넉한 인심과 문화가 녹아있는 삶의 현장"이라며 "창극공연과 화암동굴 관광 등 장터와 문화체험 관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사랑 받는 장터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경량 교수 강원대 농업경제학
"주민 자발적 참여 전제돼야"
지방의 전통장터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점이 필요하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전체적인 지원만 하고 구체적인 집행은 상가 번영회 등 주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도시민들은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바라기 때문에 전통을 현대적으로 깨끗하게 다듬어야 한다.
또한 전통시장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사회가 가족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관광객 유치가 어렵기 때문이다.또한 가장 중요한 주민들의 친절한 미소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어도 주민들의 친절과 따뜻한 관심이 없으면 관광객들은 농촌의 포근함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상인들도 공동마케팅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여 관광객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는 굴뚝 없는 산업 '관광'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제 농촌관광도 단순하게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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