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교육, 본질로 돌아가자
예배
어린이에게 외면당하는 어린이예배
오랫동안 믿음생활을 해온 권사님이 오랜만에 주일학교 어린이예배를 참관했다. 어린 시절 목이 터져라 찬송하던 유년의 추억, 집사님이 전해주시는 말씀에 귀를 바짝 세우고 설교를 듣던 날들… 그때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나를 위해 피를 흘리셨고 고통을 참아내셨다는 말씀을 듣고 어린 마음에 예수님이 참 안 되게(?) 보여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
여름성경학교가 되면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니면 “아침 해 웃으면서 솟아오르면…” 교가를 부르며 율동하며 얼마나 흥이 났던가? 여름성경학교는 방학을 알리는 축포(祝砲)였기에 더욱 신이 났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생각하며 어린이예배에 들어선 ‘왕년의 주일학생’은 자기가 자라왔던 주일학교 예배와는 전혀 달라진 예배풍속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어린이예배에서 40년 전의 자기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지금 예배실에 앉아있는 어린이들의 예배 모습은 전혀 생소하기만 했다. 그만큼 주일학교 예배가 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예배가 죽어 있다니… 세대가 너무 안 좋게 변했구나…’
왕년의 주일학생은 씁쓸하면서도 걱정스런 마음으로 예배실을 나왔다. 이후부터 주일학교의 위기라는 설교를 들으면 가장 먼저 그 황량했던 어린이예배 광경이 떠오른다. 이것이 대다수 주일학교의 예배 모습이다.
예배가 실종되는 교육현장
요즘 어린이들은 예배를 ‘보고’ 있다. 이는 특히 잘 짜여진 예배를 드리고 있는 대형교회 주일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린이 찬양팀이 교사와 함께 강단무대에서 찬양하고 있다. 어찌나 깜찍하게 잘 하는지… 찬양도 예배순서 중의 하나인데 어린이들은 자신들도 찬송하고 예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예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예배를 ‘보고’ 있다면 예배참여자가 아니라 예배 구경꾼이다. 구경꾼들에게는 헌신이 없고 고백이 없고 체험이 없다. 남의 예배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놓고서 예배를 드렸다고 말한다. 예배당에만 나와 앉아있으면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예배를 구경하는 어린이는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예배에 멍하니 앉아있다. 기회만 오면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슬쩍슬쩍 게임도 한다. 전화만 울리면 아무 때나 전화를 받으려고 밖으로 나간다. 이런 어린이들은 예배를 보는 것도 아니고 드리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강요에 의해 교회에 나오지만 사실은 집에 가기 위해서 예배에 참석한 아이들이다. 집에서 교회 가라고 쫓김은(?) 당했는데 예배가 끝나야 돌아갈 수 있으니까 예배에 앉아있는 것이다. 그러니 구경꾼도 아니고 참여자도 아니고 부모에게서부터 받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앉아있는 어린이들이다.
지금 한국교회 어린이예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배 광경이다. 어린이예배들이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신앙향상을 위한 길은 예배에서 찾아야 하고 교회학교 부흥도 생명력이 넘치는 어린이예배에서 찾아야 하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본질을 놓치고 어린이들의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단언하건대,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감소는 예배가 실종되면서 비롯된다. 어린이예배가 죽고(?) 있다는 것은 우선은 설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반 교사들이 어린이들과 신뢰의 관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반증(反證)이다. 어린이들이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면 어린이예배를 대하는 태도들이 저런 모양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 “설교·성경공부 싫어”
예장(통합) 교단이 주일학교 어린이와 학부모 교사 등 11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어린이 30.7%가 ‘말씀 듣는 설교 시간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이어 25.9%가 ‘성경공부 시간이 싫다’고 말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설교나 성경공부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학교의 핵심인 예배와 성경공부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설교와 성경공부에 대한 거부감은 주일 예배 전체 영역에도 영향을 끼친다. 응답자의 52%가 예배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교회학교에 갈 때 어떤 마음이 드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린이의 26%는 ‘주일예배에 오는 것이 기다려지지 않거나 아무 느낌도 없다’고 답했다. ‘그저 그렇다’는 21.4%를 차지했으며, ‘별로 즐겁지 않다’ 1.9%, ‘많이 즐겁지 않다’ 2.7%였다.
그래서 교사들은 예배형식을 바꾼다. 아이들이 지루해 한다고 설교와 성경공부를 이벤트 형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 요소들은 자칫 주일학교를 침체하게 만들고 그나마 있는 영성마저도 바닥을 드러내 버리는 원인이 된다.
재미나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예배, 성령의 뜨거움에 사로잡히는 열정의 예배를 만들어야 어린이예배가 살아나면서 제대로 신앙생활, 교회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마음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예배가 부흥되어야 주일학교도 부흥
어린이예배,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에게 진정한 예배가 되면서 예배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은혜에 참여하고 하나님 안에서 어린이들의 영이 열리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찬양하게 할까? 물론 인위적인 방법으로는 될 수 없고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가능한데 성령께서 역사하시도록 철로(鐵路)는 깔아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박연훈 목사(교회학교성장연구소)는 진정한 주일학교 위기의 핵심은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데서 왔다고 한다. 교회는 영혼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터 위에 지어졌는데 그런 본질을 잃어가기에 예배, 기도, 찬양이 식어가면서 교회학생들의 인원이 감소되는 추세라고 진단한다. 교회 시설과 교재도 좋아지고, 교사의 지적 수준도 좋아졌는데, 교회의 본질을 놓쳤기에 안타까운 한국교회 주일학교가 됐다는 것이다.
박목사는 주일학교가 어린이들의 영혼을 살리고 적극적이고 활기찬 교회생활을 위해서는 세 가지 본질을 회복하고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찬양과 기도, 예배의 틀을 세우는 것이다.
어린이예배가 부흥되어야 어린이 주일학교가 부흥된다. 예배를 위해 많은 준비와 리허설이 필요하다, 아무런 기대나 기도, 노력 없이는 그 어떤 역사도 나타나지 않는다. 예배 분위기를 뜯어고치는 것도 필요하다. 장난 분위기에서 은혜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
부평에 소재한 온세계교회(김용택 목사)는 지역 어린이 2만 명을 대상으로 축제 프로그램을 여는 대단한 교회이다. 온세계교회가 지역 어린이 2만 명을 대상으로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은 주일학교 예배에 있다. 예배로 기본기를 다졌기에 대형 프로젝트도 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겨난다.
온세계교회는 400명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윙윙 축제예배’를 드리고 있다. 찬양, 게임, 캐릭터, 요절, 설교 등 예배의 모든 순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게 진행된다.
담당 목회자는 “모든 예배 순서 가운데 영성과 즐거움 두 가지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처음 오는 어린이들도 열린 마음으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윙윙 축제예배’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리허설을 한다.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사들도 어린이들과 함께 예배하기 위해 예배의 모든 순서를 철저하게 준비한다. 예배 리허설을 통해 찬양과 워십, 게임과 요절을 함께 배워보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 통합예배로 가는 교회들
통합예배로 무너져 가는 어린이예배를 일으켜 세우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원래 교회교육에 주일학교라는 개념은 없었다. 유대인들도 주일학교, 혹은 어린이예배라는 개념은 없다. 기독교 초대교회에도 주일학교는 없다. 어른들의 예배에서 어린이들이 독립해서 그들만의 예배를 드린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주일학교는 1769년 영국에서 출발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부부가 맞벌이로 나서자 어린이들은 방치된다. 이에 레익스라는 신문업자 평신도가 주중학교를 열었다. 이것이 주일학교가 되었다.
주일학교가 생기면서 예배는 어른들에게서 독립되어 나갔다. 어린이신자들은 자기들끼리 예배를 드리게 되었고 교회가 커가면서 부서별 예배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예배스타일이 지난 몇 백 년 동안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다. 그러나 독립된 어린이예배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세대 간의 믿음전승의 걸림돌이 된다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다시 초대교회의 통합예배로 돌아가는 교회들이 있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예배하는 통합예배이다.
경북 경산시 진량면에 소재한 진량제일교회(김종언 목사)는 모든 세대가 함께 하는 예배구조로 바꾸었다. 주일 오후예배는 ‘온가족예배’로, 수요예배는 ‘수요성령집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특히 기도회 중심의 집회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요성령집회는 시작부터가 다르다. 매주 아이들과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콰이어에 참여해 강단에 올라 뜨겁게 찬양을 한다. 설교가 끝나고 이어지는 기도회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빼놓지 않고 다음세대를 위해 기도한다. 여기에 담임목사도 집회에 참석한 아이들 모두 강단으로 불러 모아 일일이 안수기도를 해 준다.
수요성령집회에 평균 80~100명 정도의 주일학생이 참석한다. 자연스레 예배 자체가 활기가 넘치고, 자녀를 위해 기도하다보니 기도회 분위기가 뜨겁다. 수요성령집회로 인해 아이들에게 예배 습관과 기도훈련, 신앙적 공감이 이뤄지니 부모들이 더 좋은 반응을 보인다.
과천약수교회(설동주 목사)는 매 월 첫째 주일에 3대가 함께 예배를 드린다. 부모와 자녀간의 예배문화의 벽을 허물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나의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3대가 함께 한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면서 자녀들은 부모의 예배드리는 모습을, 조부모의 예배드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다.
‘3대가 함께하는 예배’는 학생들이 장년예배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 예배에 참여하는 자녀들이 어른들 앞에서 직접 성경봉독을 하고 성가대에도 참여하게 하며 함께 예배를 이끌어간다.
이에 가장 두드러지는 효과는 자녀들의 예배자세다. 과천약수교회 설동주 목사는 “초‧중‧고등학생들이 3대 예배를 드린 후 또래 집단끼리 예배드릴 때 그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경건한 예배 자세와 성스럽기까지 한 예배를 경험하고 다시 각 기관으로 돌아가 예배를 드릴 때 아이들은 지난 예배와는 전혀 다른 예배의 자세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통합예배를 드리는 교회들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주일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불가피하게 통합예배가 된다. 어떤 교회는 교육적인 실험으로 통합예배로 나간다.
여러 교회에서 시도되는 통합예배는 그나마 연명하고 있는 주일학교 어린이예배를 초토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교회교육에 부모와 교회의 관심도를 접목해서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을까? 아직은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쪽에 서더라도 결국에는 담임목회자의 마인드이다. 담임목회자가 다음세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현재의 어린이예배, 청소년예배를 고수할는지 아니면 통합예배로 갈는지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예배는 통합으로 활동은 부서별로 진행해서 더욱 교회교육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어떤 것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일보다 더 큰 실패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실수가 없는 바로 그런 안일한 자세이다. 이제 주일학교가 변화를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특집2 설교-방법 중요하지만 내용에 집중하라
특집3 찬송-어린이들이 부를 찬송가들이 없다.
특집4 공과공부-공과공부와 설교는 두 기둥이다.
특집5 분반사역-어린이들을 방목(放牧)하지 말라
(교사의벗 2014년 1월호 특집입니다. 나머지 특집은 교사의벗을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