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니며 사진을 찍던 친구는
늦깍기 학생이 되어 열공중에 있어서
몇달 동안 같이 사진을 찍어러 다니질 못했다.
기말 시험이 끝나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며
일요일 새벽 여섯시 반에 두물머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 날은 동지이고 낮이 가장짧고
밤이 기니 해가 일곱시는 넘어야 떠오른다.




서쪽에 새벽 반달이 떠 있다.
이 달이 지고 그믐달이 두번 떠오르면 설이다.
달은 떠오를 때마다 모양과 크기가 바뀌니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고 벌써 한해가 저물음에 서글퍼진다.




두물머리의 상징물인 느티나무 찍고 다녀갔다는 인정샷을 남기고...
엄청 추운 날씨고 해가 떠오를 무렵이 젤로 춥지만
감옥이나 진배없는 실내의 가게에만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시원하게 트인 곳에 오니 살 것만 같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나는 제대로 된 방한복을 입고 와서
손발만 시리지만 친구는 덜덜 떨며 춥다고 아우성이다.




물가에는 벌써 얼음이 얼었고
갈대와 버드나무는 조용하게 겨울 추위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믈가의 쓰러진 갈대 줄기에
하얀 서릿발이 생겼으니 얼마나 추운지 실감이 간다.




춥다고 아우성인 친구는 모처럼 야외에 나오니
마냥 좋은지 풀밭에 들어가 풍경 담기에 여념이 없다.
풀섶에서 재잘거리며 먹이를 찾던 오목눈이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바람이 없으니 갈대도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기만 해도 공기에 노출된 살갖은 따가운 날씨다.




이제 막 해가 떠 올랐고
강물속에 해가 투영되었고 물풀이 난초같이 휘어졌다.




오리떼 강물위에서 부유물을 걸러 먹으며 다니니
가는 황금 물결이 일고 오리들이 황금 물결을 몰고 다닌다.





참새들이 무리를 지어 군무를 추듯이
일사불란하게 바닥에 내려 앉았다 나무위로 날아 올랐다를 반복한다.
재잘거리며 날아 오르는 모습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무리를 지으면 우두머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 녀석들도 계급이란 게 있어서
대장이 명령을 내리고 복종을 하고 있으니
행동이 동일하며 이들의 사회가 유지되는 것 같고
홀로 다니는 것 보다 무리를 지어야 안전을 도모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이뿐 녀석들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두려워 하며 동료가 죽으면 애도하고
자신에게 닥칠 미래의 죽음에 대해 대비하는지 모르겠다.
며칠전에 티비에서 보았다.
요즘 스위스에서 한창 붐을 이루고 있는 자살조력단체라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최후에
존엄을 지키며 고통없이 행복한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연구하며 자살을 도와주는 단체라한다.
대단히 공감이 가며 이런 멋진 단체가 있다는 데에 크게 환영한다.
아버지의 임종무렵이 떠오르며
죽음을 맞이 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의 보호자와 당사자의 고통을 가늠하기 조차 힘이든다.
평소의 아버지는 말씀이 없으셨고
형제들이 모여서 곡차라도 나눌라치며
먼저 드시고는 슬쩍 자리를 피하여 주셨으며
다소 비만이었으며 근엄하셨고 인자한 인상이었다.
그러한 아버지가 임종 한달여 전에는
이승에서의 모든 허욕을 벗어 버리고
뼈에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변하셔서 저승으로 가셨다.
살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니
무릎이 엄청 굵어지셨고 배는 움푹 페였으며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낫으며 목도 가늘어졌고
눈도 한없이 깊게 들어갔고 눈은 뜨고 계셨으나 보이지 않는듯했다.
온몸은 온갖 프라스틱 호스로 열결되었고
몸이 열이 나니 입술과 입속은 가뭄의 논바닥 같이
바싹 말라 갈라져 있었으며 겨우 가는 숨을 힘겹게
몰아 쉬고 계셨고 아무리 아버지를 불러도 대답도 하지 못하셨다.
미동도 하지 못하시면서
가끔씩 통증이 오면 얼굴이 저절로 이지러졌으며
숨이 거칠어지곤 했는데 그 통증을 짐작하고 남았다.
내가 아버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이란 게
가끔씩 자세를 바꾸어 주는 일과 몸을 맞사지
해주는 일 외엔 아무런 도움도 드릴 수 없었으니
너무 안타까워 한시라도 빨리 고통을 끝내고 돌아가시기를 빌었었다.
이런 통증과 고통을 동반한 죽음을 당하는 분이나
그의 고통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고통도 같았을 게다.
아버지의 고통을 지켜보며 안락사라는 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종교를 가진 이들은 큰고통에 시달리며
임종을 맞는 것도 모두 신의 뜻이라 하는데
신은 인정머리도 없고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자살조력단체에서 하는 일이란?
노쇠하여 다시 소생할 기미가 없고
임종에 임박해서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거나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죽음에 임할 수 없을때
의사의 진단서와 본인의 생각과 그의 가족 동의하에
약을 복용하고서 수면상태가 되어 행복한 죽음을 맞게 되는 제도라한다.
아무리 연세가 많아도 건강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단다.
자식이나 친한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꼭 잡고서 행복한 죽음을 맞으며 앞으로도
살아야 할 사람들과 농담까지 나누며 오히려 그들을
위로하며 "이런 죽음을 맞는 나는 행복하다."며 조용하게
잠을 자는 모습으로 세상을 하직하니 죽음이라는 게 작은 개울하나 건너가는 느낌이었다.
약은 반드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손으로 받아 자신이 직접 마셔야 하며
복용하기 전에 이약을 마시면 두시간 이내에 목숨이 끊어진다고 일러주었다.
회원에 가입한 사람이 7만명이
넘었다 하며 좋은 제도라 여겨져 소개해 본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nSX_MrE_emQ사람들은 영악해져서 죽음 마져도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빨리 도입이 되어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