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랑 빚
지영이는 지금 비속을 정처없이 걷고있다. 열다섯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잔혹한 현실이였다. 그는 어른들의 마음이 리해되지 않았다. 아니 리해하고싶지 않았다. 알마나 애타게 기다려온 8년이였던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손꼽아가며 기다려온 8년아였다. 헌데 지금 지영이는 가장 힘든 선택을 해야만 하였다. 엄마 아빠___그에게는 두분 다 생명처럼 소중한 분들이였다. 그런 소중한 엄마 아빠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너무도 가슴 저미는 아픔이였다. 지영이의 두볼로 뜨거운 눈물이 줄끊어진 구슬마냥 주르르 굴러떨어진다. 그래도 지영이는 내처 걷고만 있다. 휙 찬바람이 불어와 지영이는 오싹 몸을 떨었다. 그의 몸은 언녕 비물에 젖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8년을 기다려온 대가란 말인가!이 시각 엄마도 아빠도 미웠다…
8년전 엄나는 어린 딸을 더 잘 먹이고 더 잘 키우기 위하여 발목에 매달려 울고불고하는 어린 지영이를 년로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맡겨놓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 이듬해 아버지도 엄마가 보내온 돈으로 한국으로 가셨다. 그때로부터 지영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안타까운 기다림속에서 살아왔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지영이의 동년시절은 애끓는 기다림속에서 지나갔다. 지영이에게는 아빠 엄마랑 함께 한 동년의 아름다운 추억이 없었다. 한장의 백지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무리 귀여워해주고 사랑해주어도 엄마 아빠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에는 너무도 부족하였다. 철철이 류행옷이랑 보내오고 명절때마다 지영이에게 이쁜 선물들을 듬뿍듬뿍 부쳐오지만 인젠 모든것이 시들해졌다. 지금 지영이에게 수요되는것은 엄마 아빠의 사랑이였다. 엄마 아빠랑 나란히 손을 잡고 공원에도 가고싶고 산책도 하고싶고 세식구 단란히 외식도 하고싶은것이 그의 소박한 소망이였다. 그런데 지금 이 소망마저도 산산히 깨여지게 되였다. 엄마 아빠가 돌아온다고 얼마나 가슴 설레이며 기뻣했는데… 그 며칠은 너무 기뻐서 이 세상을 다 가진것 같았는데….
그런데 그 기쁨은 석달도 가지 못했다. 웬 영문인지 엄마 아빠가 자주 얼굴을 붉히시는것이였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일로 말이다.
오늘 아침에 있은 다툼도 그러했다.
“여보 나 물주오.”
“아니 당신 좀만 돌아앉으면 정수기에 손이 닿일텐데 당신절로 마시면 안돼요?”
“아니 내가 그럼 마누라 뒀다 무얼 하오.”
“당신은 내가 지금 지영이 아침 준비때문에 바쁜거 안 보여요?”
엄마 아빠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자 지영이는 그만 아침도 먹지 않고 책가방을 움켜쥐고 집에서 뛰쳐나왔다. 아침밥을 먹고 가라는 엄마의 부름소리를 등뒤에 남긴채. 학교에 와서도 내내 엄마 아빠의 다투던 모습이 눈앞에 얼른거려 선생님들의 강의가 하나도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어른들의 세계가 리해되지 않았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엄마 아빠는 금술이 좋아 모두들 인정하는 잉꼬부부였다고 하던데 지금은 왜 이렇게 되였을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였을가?
지영이는 8년동안 참고참았던 아빠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이 화산마냥 폭발하였다.
“엄마 미워요 아빠 미워요, 당신들 정말 너무해요, 돈 벌어 세 식구 함께 잘 살자던 약속 잊으셨나요? 아!”
한바탕 소리치고나니 지영이는 속이 얼마간 풀리는것만 같았다.
“붕”
핸드폰의 진동소리에 지영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엄마한데서 걸려온 전화였다. 지영이는 받고싶지 않았다. 혼자 있고싶었다. 잠시후 메쎄지가 날아왔다.
“지영아, 너 어디있니?찬비 맞아 감기 걸리겠다. 인젠 공부도 끝났겠는데 빨리 돌아오너라. 엄마가 마중갈가?사랑한다.”
지영이의 눈에서는 부지중 또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집부근에 거의 도착할 무렵 멀리에서 눈에 익은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다. 엄마였다.
“지영아!”
어머니의 부름소리에서는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이 다분히 묻어나오는것만 같았다.
“엄마…”
지영이는 막 뛰여가 어머니의 픔에 와락 안기였다. 모녀는 서로 꼭 끌어안았다. 실로 오래만에 안겨보는 어머니의 품이였다. 어머니의 품은 그렇듯 포근하고 따스하였다. 지영이에게 있어서 그 픔은 영원한 사랑의 항만이였다.
“지영아, 너 몸이 흠뻑 젖었구나. 빨리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자.”
“엄마 꼭 리혼해.야 해 ”
“미안하다, 지영아, 너 이제 어른이 되면 리해할거야.”
그 한마디 말을 어머니는 힘겹게 하셨다. 모녀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집에 도착하였다.
집안의 분위기는 썰렁하였다. 행복의 감각을 느낄수가 없었다. 아빠는 쏘파에 비스듬히 누운채 담배만 뻑뻑 빨고있었고 어머니는 주방에서 들어가 말없이 일을 하고 계셨다. 한참후 아빠가 조용히 지영이를 블렀다.
“지영아, 엄마 아빠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다.”
“전 듣고싶지 않아요. 두분이 알아서 하세요. 엄마 아빠가 언제 제 감수를 고려했나요. 외국에 갈때도 저하고 토론이 없었잖아요. 리혼도 이미 결정된거 아니얘요? 전 상관 없어요.”
말을 마친 지영이는 자기 침실로 들어갔다. 쾅-- 하고 문닫기는 소리에 지영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영원히 엄마 아빠와 격리된것만 같아서 설음이 북받쳤다. 지영이는 침대에 쓰러져 가녀린 어깨를 들먹이며 서럽게 울었다. 엄마나 시간이 흘렀을가 문이 삼며시 열리면서 어머니가 따끈한 우유 한잔 들고 들어오셨다.
“지영아, 일어나서 우유라도 한잔 마셔. 응. 그러다 몸이라도 상할라 미안하다. 너에게 사랑빚만 가득 졌구나, 정말 미안하단 말밖에 할말이 없구나.”
엄마도 분명 눈물을 떨구고있음을 지영이는 느꼈다. 엄마가 가 불쌍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엄마, 저 혼자 있고싶어요.. 나가주세요.”
어머니는 말없이 지영이의 침대머리에 우유를 놓고 조용히 나가셨다. 어머니의 섬약한 뒤모습에 지영이는 또다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지영이는 눈물을 닦고 조용히 책상앞에 마주앉아 일기책을 펼쳐들었다. 지영이의 일기장에는 요 며칠 고통스러운 선택앞에서 몸부림쳐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지영이도 이제는 그 고통속에서 헤여나와 용감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아마도 이러는것만이 명지한 선택일것 같았다.
부모는 부모로서의 인생이 있고 나 또한 나의 인생이 있지 않은가!설사 엄마 아빠가 갈라져도 지영이한테는 영원한 엄마 아빠인것이다. 그래 엄마 아빠의 선택을 존중해주자 엄마 아빠에게도 새로운 인생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니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영이는 얼마간 마음이 가라앉았다. 차츰차츰 마음의 평온을 찾을수가 있었다. 지영이는 문득 자신이 퍼그나 성숙해진것만 같았다.
지영이는 일기책을 덮고 조용히 침실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엄마 아빠의 침실로 향하였다.
2009년 4월 22
2011. 중학생잡지 8기에
첫댓글 나어린 지영에게 엄마 아빠가 남겨논 갈등은 지영이에게 쓰디쓴 상처였는데 성숙으로 성장하는 지영이 부모의 선택을 존중
하는것이 참 기특해요,지영이 에게는 부모가 영원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이고 부모들의 선택이 부모들에게는 더 좋은 행
복일수 있다는 지영의 맘 참 아름답네요 글 감사 합니다.
그렇지요. 까페에 들어오니 님의 댓글이 기다리고 있어 기쁘네요. 감사ㅏㅂ니다.
행복한 꿀샘이 꼭 올거야 하는데 오셨네 ㅎㅎ 나도 기쁘네요.ㅎㅎ
지금 실제로 존재한 사회적 문제를 둘러싸고 쓰씬글이네요 돈이 뭔지 갈라져 사는 사람들 너무 많고 많네 요 따라서 리훈률도 늘어나구요 상처받는걸 애들 뿌니죠 ~~ 사색을 주는 글즐감하고 갑니다 고운밤이 되세요
맞아요. 개도 안 먹는 돈을 가지고 참 아이들이 불쌍해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현심생활의 한 모퉁이를 잘 반영한 사색의 여운을 주는글에 한참 머물다 가요~ 구수한 님의글 볼때마다 님같은분들을 알게되여 자호감을 느끼군 해요. 가치있는 좋은글 계속 기대합니다.
항상 응원해주시구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현시대 외국바람에 파탄된 가정이 많은 현실입니다.돈이 뭔지?외국에서 보내는동안 맞띠운 현실생활이 사람의 세계관도 바꿔놓기도 하죠.특히 명철한 의식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혼돈속에 빠지기 쉽죠.좋은글 잘 보고 내립니다
바쁘심데 귀한 걸음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한꿀샘님 글을 한글자 한구절 찍어 보며 안타까움에 견딜수가 없네요. 세상엔 별 사랑이 따로 있고 별 행복이 따로 있는지? 현실에 흔히 듣는 일이지만 넘 안타깝죠.나어린 지영의
마음을 어찌 다 리해할 수 있을까요? ... 마음이 짜릿해 나는 글 사색속에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글 또 기대합니다.
님의 한결같은 응원에 너무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어린가슴에 잊을수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였네요.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현실생활에서 반영된 좋은글 잘 보았어요
이렇게 항상 공감해주어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가슴아픈글속에서 어린 지영의 앞날이 근심되기도 하네요.현실생활의 한측면을 생동하게 반영한 좋은글 잘 감상하였어요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항상 열심히 읽어주시여 너무 고마워요. 즐거운 시간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