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장예모(張藝謀) 감독의 1994년도 작품이다. 중국 작가 여화(余華)의 ‘살아간다는 것’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는 40여년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근대사를 말 할 수 있는 기간이다. 1940년 대, 경제적 부를 갖고 살아가는 부귀(福貴)는 아내와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잃고 아내는 떠난다. 그러나 아내가 다시 두 아이와 돌아오자, 그는 절망에서 빠져나와 그림자극을 시작한다. 그림자극을 하면서 부귀는 가족을 부양하는데, 국공내전이 일어나고 공산군을 위해 그림자극을 한다. 살기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했던 그는, 어느 날 혁명동지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주계급은 총살당하게 되었는데, 그는 자신이 노동자가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곧, 중국의 대약진 운동이 시작된다. 철 생산 할당량을 충당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는 온갖 쇠붙이를 내놓아야 했다. 어느 날, 부귀의 아들 유경은 고위 관직을 갖고 돌아온, 그림자극을 같이하던 춘생의 트럭에 깔려 죽게 된다. 시간이 지나, 중국에서는 문화대혁명의 시대가 온다. 딸 봉하는 홍위병과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된다. 병원에는 의사들이 반혁명분자로 끌려 나가 홍위병 밖에 남지 않았고, 봉하는 아이를 낳고 과다출혈로 죽는다. 부귀는 봉하의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그들의 희망을 보여준다.
주연-공리(鞏莉), 갈우(葛優)
2.감상평
중국의 모택동 통치 시기의 대사건들(인민공사,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을 생생하게 구현하였다. 인민공사 단체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대약진운동을 위해 집에 가재도구까지 모두 다 꺼내 가져다 녹이는 모습, 충성하고도 수정주의자로 몰려 숙청당하는 공산당 간부들의 모습, 그리고 권력투쟁에 불과했던 문화대혁명에 휘둘렸던 여러 홍위병들을 화면에 옮겨 놓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혁명에 대한 이념적 영화가 아니다. 한 가족의 인생에 대한 현실감 있는 묘사가 이 영화에서 감동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다. 살아가다보면 누구나 슬픈일이 기쁜일의 원인이 되고 기쁜일이 슬픈일의 원인이 되는 모순을 겪는다. 부귀는 도박으로 선대부터 물려받아온 집을 잃고 지주 신분에서 노동자의 신분으로 추락하지만 그 덕분에 혁명기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또한 징병되어 전쟁터에 나가 있다가 술에 취해 홍위병에게서 도망가지 못한 것이 홍위병에 편입되어 그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인생에서는 예기치 않은 슬픔이 찾아들어 부귀의 딸은 아들을 낳던 중에 사망하고, 부귀의 아들은 부귀의 친한 친구의 차에 치여 죽는다. 하지만 그런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그 순간에 갖은 희망 “부귀의 손자”를 보면서 또 평화롭게 살아가다.
이 영화에서의 인생은 멜로 드라마도, 영웅이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도 아니다. 주인공이라고 해서 결말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기쁨이 찾아오지 않으며, 절대 악인도 절대 선인도 없다. 다만 그 시대속에 한 사람이 살았고 그 사람의 인생에는 우리 모두의 인생과 다를 바 없이 기쁨과 슬픔과 희망이 어우러져 있다.
3.한국과 다른 것들
중국의 거리, 가옥, 음식, 그리고 그림자 공연. 어느 하나 생소하지 않은게 없다. 부귀가 사위를 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사위감이 찾아와 신부감을 만나고 서로 말을 나누지 않은채 다시 헤어진다. 그리고 후에 다시 사위가 찾아와 장인에게 그의 딸과 혼인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옛날 우리나라의 혼인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