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공사현장에서 가(假)물막이를 철거하고 준설토를 제방 밖으로 옮기는 작업이 야간조명 속에 밤늦도록 벌어지고 있다. 가물막이란 보(洑)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물길을 옆으로 빼돌리려고 임시로 쌓은 하천 내 제방이다. 가물막이를 그대로 두면 호우 때 물길을 막아 홍수 위험이 생긴다. 강바닥에서 퍼올린 준설토도 홍수 때 쓸려내려가면 준설 자체가 허사가 되고 하천도 오염시킬 수 있다. 4대강 공사현장에선 준설토를 제방 밖 임시 적치장에 쌓아두거나 저지대 농지를 돋워 침수피해를 막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4대강 사업본부 설명으론 최근 준설토를 열심히 치워 전체 준설량 1억1500만㎥ 가운데 제방 안엔 60만㎥밖에 안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취재해보니 통계엔 안 잡히지만 준설토의 물을 빼려고 임시로 쌓아두고 있는 게 확인됐다. 경남 구포 낙동대교 아래 낙동강 4공구 현장의 경우 11만4000㎥의 준설토 중에 반출 업체를 못 구해 처리 못한 10만㎥가 쌓여 있다. 이런 준설토를 서둘러 치우지 않으면 집중호우 때 물흐름을 막거나 유실될 수 있다. 제방 밖 적치장이나 농경지 리모델링장에 쌓아놓은 준설토도 방진막(防塵幕)을 덮긴 했지만 폭우에 유실돼 주변 농지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4대강 사업은 내년까지 주요 공사를 마무리짓는다는 목표 아래 장비와 인원을 집중투입하고 있다. 영산강 승촌보의 경우 직원·인부 20여명이 링거까지 맞으며 4월 말부터 철야작업을 해왔다. 돌관(突貫) 작전 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거나 부실공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11월 이후 7개월간 준설한 양이 준설 목표량 5억2000만㎥의 22%인 1억1500만㎥밖에 안 된다. 내년 6월까지 나머지 4억500만㎥를 더 걷어내야 한다. 7~9월 우기(雨期) 석 달을 빼면 9개월밖에 안 남았는데 과연 무난하게 이뤄질지 걱정이다.
4대강 사업은 종교계와 야당 반대가 완강한 프로젝트다. 홍수를 막으려는 공사가 되레 홍수를 부른다면 이 프로젝트의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된다. 2002년 8월 태풍 루사가 덮쳤을 때 강릉지역에 하루 새 870㎜의 폭우가 쏟아졌다. 최악의 기상상황에도 대비할 태세를 갖춰가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내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공기(工期)를 유연하게 잡으면서 진행시키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