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시녀들’은 왕의 딸인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를 돌보는 시녀들이란 뜻이지만, 본래의 제목은 ‘왕족’이었다. 왕의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은 유럽 회화사에서 전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특이한 구성으로 그렸다. 벨라스케스는 어느 한 순간을 마치 사진처럼 정밀하게 포착해내려 했다.
그림의 앞쪽과 중간에 일곱명의 인물(하녀들, 사프론, 경호원, 난쟁이 등)을 배치했다. 이 방에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어서 인물들이 놀란 듯한 순간을 포착했다. 벨라스케스 자신은 화면안에서 거대한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왜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지에 대한 답은 그림에서 뒤 벽면에 걸려 있는 거울에 있다. 거울에는 이 방으로 들어오는 펠리페 4세와 왕비 마리아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일부 미술사가는 거울이 아니고 초상화라는 주장도 있지만, 거의가 거울로 보고 있다.)
결국 이 그림의 구성은 크게 그려진 화가 자신이라든지, 왕이라는 어마어마한 신분을 거울 속에 가두듯이 흐릿하게 그렸다든지 하여 관찰하고 관찰 당하는 자의 위치를 묘하게 비틀어 놓았다. 더 나아가서 화가, 모델, 감상자의 상호 관계가 비틀어져 있다. 이 작품 속에는 시각적인 정밀함과 고도로 복잡한 구성, 섬세한 붓놀림, 극적인 빛의 움직임과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가 한데 어울려 있다.
이 작품이 완성된 지 반세기도 되지 않아서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다노는 ‘회화의 신학’이라고 칭찬했다. 이 그림는 시대를 막론하고 화가들은 찬탄했다. 고야, 드가, 마네, 피카소, 달리와, 최근의 팝 아트 화가 리처드 해밀턴이 자신들의 작품 활동에 이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눈에 비치는 순간적인 영상을 그림이라는 형태로 재현하는 것이 화가의 숙제였다.
시각적인 공간감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적으로도 층을 이루는 공간 구성은 놀랄 만큼 정교하다. 이 그림이 다층 구조를 가지므로 작품은 더욱 심오한 깊이를 가진다.
그림의 구성을 보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물 배치를 보자. 왼쪽에는 약간 뒤편에 흐릿하지만 화가 자신의 모습을 크게 그렸다. 다음에는 시년 중에 가장 어린 사르미엔토가 있고, 천사같은 마르가리타 마리아 공주가 가운데에 밝은 빛을 받으면서 배치되어 있다. 계속해서 벨라스코 시녀와 연속하여 두 명의 난장이가 있다.이 중에 한 명은 앞쪽에 얌전히 앉아 있는 개를 걷어찬다.
앞줄에 배치된 어린이들의 뒤에, 방의 안쪽으로 공주의 샤프론(사교계의 미혼 여성을 따라다니면서 볼봐 주는 부인)과 경호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떤 읽기에서 이렇게 쓴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 자세가 너무 다정하게 보여서 서로 연애를 하는 사이가 아닌가? 하는.
저 뒤쪽에 열린 문 앞에 옆 모습으로 서있는 궁정 시종장이 그림의 깊이를 깊숙하게 해준다. 벽에 그림이 걸려 있어서 마치 이 세계가 다른 세계에 비춰보이는 듯하다. 뒤편 벽에는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에는 펠리페 4세와 왕비 마리아나가 비춰있다. 이 광경이 이 그림의 전부를 설명해준다.
그림 속의 인물이 무엇 때문에 정물화나 사진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지는 모른다. 벨라스케스가 실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든지, 아니든지 관계없이 왕과 왕비가 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다. 거울이 아니고 벽에 걸린 그림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관람자에게 많은 읽기를 제공한다.
화가들이 이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는 회화의 기본적인 문제와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화가가 인지한 어떤 영상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관람자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벨라스케스는 이 그림을 통해서 관람자를 화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보여주었다.